무릎까지 후들거렸던, '국가대표' 권순태의 잊지 못할 하루

김희선 2015. 9.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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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김희선]
라오스전 선발 명단에 들어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권순태(왼쪽)

"계단을 올라가면서 다리가 떨리는 느낌은 처음 받아본 것 같아요."

권순태(31·전북)는 멋쩍은 듯 웃었다. A매치 데뷔전,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밟는 느낌은 평소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수백 번을 밟아봤을 그 잔디의 느낌마저 색달랐다. 만 서른 하나의 나이로 처음 국가대표가 된 권순태는 "솔직히 말하면 겁부터 났다"고 그라운드에 올라서던 순간을 돌이켰다.

3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한국과 라오스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2차전 경기가 권순태의 A매치 데뷔전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4위의 약체 라오스를 맞아 치르는 경기인 만큼, 한국의 일방적인 경기가 되리란 것을 예상하지 못한 이는 없었다. 선발 골키퍼로 낙점받은 권순태 역시 자신에게 그리 많은 기회가 찾아오지 못할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예상은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죠."

비디오 분석을 통해 라오스가 수비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한두 번 정도는 위협적인 역습을 펼칠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도 '위협적인 순간이 한두 번은 나오겠지' 싶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전반전 45분 동안 권순태는 단 한 번도 공을 만지지 못했다. 전반전 볼터치 횟수 0. 네티즌들은 농담 삼아 '라오스 골대가 권순태보다 공을 더 많이 만졌다'고 했다.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권순태가 처음으로 공을 만진 것은 후반이 시작되고 3분이 지나서였다. 권순태는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어려웠던 것 같다. 그라운드 컨디션도 몸풀 때와 전반전, 후반전이 다 달랐다. 후반전에 공이 올 때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굴러와서 '급당황'했다. 위기를 내 스스로 만들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 라오스의 슈팅은 후반전에 시도한 단 2개 뿐이었다. 어렵게 대표팀에 승선한 권순태가 자신의 실력을 보일 수 있는 기회도 딱 그 뿐이었다. 기회라고 하기에도 너무 짧은 시간, 하지만 권순태는 "잊지 못할 하루였다"며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끝나고 나서도 형동생들에게 오늘 하루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줘서 너무나 고맙다고 얘기했다. 경기 끝나고 (석)현준이가 '형, 생각보다 힘들죠' 그러더라"며 웃은 권순태는 "내겐 아쉬운 부분이 있어도 팀이 대승을 했고, 나 스스로 더 노력해야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 같아 좋은 기분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레바논전이 남아있지만 골키퍼 자리가 다시 권순태에게 주어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레바논 원정 3경기 연속 무승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은 이번 레바논 원정 승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순태는 아직 자신은 '경쟁'에 대해 얘기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한 경기로 뭔가 보여줘서 신뢰를 얻기란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한 단계씩 밟아오며 노력했는데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했다"고 얘기한 권순태는 "오늘 경기가 이렇다고 해서 가라앉아있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잊을 것은 빨리 잊겠다"며 밝게 웃는 얼굴로 경기장을 떠났다.

화성=김희선 기자 kim.heeseo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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