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중국 열병식'에 비판적.."박대통령 참석은 이해"

입력 2015. 9. 4. 04:40 수정 2015. 9. 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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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 군사패권 과시 의도"..'일본 때리기' 적극 경계 "박 대통령, 중국에게서 대북 협력 끌어내는데 초점"
중 열병식서 박수치는 귀빈들 (베이징 AP=연합뉴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 국가주석(왼쪽부터)이 3일(현지시간)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서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를 바라보며 박수치고 있다. bulls@yna.co.kr

"노골적 군사패권 과시 의도"…'일본 때리기' 적극 경계

"박 대통령, 중국에게서 대북 협력 끌어내는데 초점"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중국이 3일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 차원에서 대대적인 열병식을 개최한 데 대해 미국 워싱턴 조야는 예상대로 비판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종전 70주년을 맞아 평화와 안정을 도모해나간다는 취지와는 달리 최첨단 무기를 선보이며 노골적으로 군사적 패권확장 의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짙게 깔린 분위기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에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독특한 역할을 고려해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우선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중국의 이번 열병식이 주변국을 상대로 군사력과 위용을 과시하려는 '기획성 이벤트'라는 시각을 보였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반도담당 선임연구원은 3일(현지시간) 연합뉴스의 논평 요청에 "TV로 열병식 장면을 지켜보면서 중국 시진핑 정권이 시대착오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정권이라는 인식이 오히려 강화됐다"며 "냉전적인 분위기가 느껴졌으며 중국이 세계를 보호하고 있다는 건설적 이미지를 찾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중국의 이번 열병식을 군사외교적인 '스왜거링'(Swaggering) 전략이라고 규정했다. 화려한 열병식을 통해 군사적 위용을 과시해 잠재적 적국에게 심리적 위압감을 주려는 포석이라는 얘기다.

차 석좌는 "군사적 과시 전략과 함께 시 주석이 대내적으로 자신의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 선임연구원은 "시진핑이 전달하는 평화 메시지와 열병식을 통해 선보인 전쟁무기는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국제평화연구원 부회장은 "시 주석이 군 통수권자로서의 위상을 과시하는 동시에, 역사적 또는 현재적 관점에서 반일 정서를 조장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이번 열병식을 "절반은 군사행사, 절반은 추모행사"라고 표현했다. WP는 "대내적으로 중국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시진핑 정권을 강하게 보이도록 하려는 의도"라며 "대외적으로는 중국이 이제 2차대전 당시의 고통을 받았던 나라가 아니라 이제는 강력하고 존경받는 국가가 됐다는 이미지를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전 셔크 캘리포니아대학 21세기 중국연구 석좌는 WP에 "이번 행사는 2차 세계대전에 관한 것이지만, 동시에 2차대전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겉으로는 반일적 수사(修辭)를 낮추고 있지만, 이번 열병식은 일본과 이를 비호하는 미국을 겨냥한 경고의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번 열병식이 동북아 전략운영의 핵심 파트너인 일본을 '공격'하는데 이용되고 있다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종전 70주년 맞아 미·일 관계를 "화해의 힘을 보여준 모델"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일본 때리기'(Japan Bashing)를 견제하려는 의도다.

국무부 애나 리치-앨런 동아태담당 대변인은 3일 연합뉴스의 논평 요청에 "우리는 모든 관련 당사자가 종전 70주년을 맞아 화해적인 접근을 취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70년에 걸쳐 형성돼온 미국과 일본의 관계는 화해의 힘을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위용을 뽐낸 첨단 신무기에 대해서는 "열병식에는 통상 군사장비들이 선보인다"며 의도적으로 의미를 격하했다. 피터 쿡 국방부 대변인도 중국이 중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둥펑-21D'(DF-21D)을 공개한 데 대해 "열병식에서 군사무기를 선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라며 "놀랄 일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도 아니라"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열병식에 참석한 것을 놓고는 중국으로부터 북한 문제와 관련한 전략적 협력을 끌어낸다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중국이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려고 하는데 대해 동참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차 석좌는 "박 대통령은 중국을 상대로 지속적이고 방법론적인 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이는 북·중 관계를 약화시키려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전략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팔 부회장은 "대북 레버리지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중국과 협력하려고 하는 한국의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며 "다만, 중국이 한국을 가장 마지막으로 침략한 나라이고 천안문 사태를 폭압적으로 진압한 국가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가 참여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박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 건설적이고 온건한 접근을 꾀하고 있다"며 "특히 박 대통령은 이번 행사때 중국과 함께 일본을 비판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피했다"고 평가했다.

롬버그 연구원은 "박 대통령은 북한을 압박하는 데서 중국으로부터 더 큰 협력을 끌어내고 한·중·일 3자 간의 협력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을 했다"고 평가하고 "한미 동맹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은 매우 견고하며 한중 관계 발전이 한미 동맹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가정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박 대통령은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유일하게 열병식에 참석한 정상"이라며 "박 대통령의 보다 큰 임무는 북한과의 긴장을 낮추는 데서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려는데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우 펭시 싱가포르 국방전략연구소 부교수는 VOA 방송에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은 의심할 여지 없이 중요하다"며 "박 대통령은 북한과의 충돌 때 중국으로부터 지지를 얻어내려고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워싱턴 내에서는 이번 열병식이 갖는 대북 메시지에 주목하는 시각도 나온다. 한반도 문제를 오랫동안 취재한 미국 언론인인 도널드 커크는 이날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옆에 서있는 모습은 북한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메시지"라며 "북한 김정은이 보낸 특사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이번 행사에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의 투정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앞으로 한국과 사이좋게 지내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데 이보다 나은 방법이 있을까"라고 묻고 "한·중 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보낸 경고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직접적이었으며 북한으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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