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가 왜.. 유럽행 난민보트 탄 세살배기 터키 해변 시신으로 떠밀려와

손병호 기자 2015. 9. 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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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NS 확산.. 전세계 울분
2일 오전(현지시간) 터키 서부 보드룸 해변에 시리아 난민 소년 에일란 쿠르디의 시신이 파도에 떠밀려와 있다. 국민일보는 시신 사진은 가능한 게재하지 않았으나 이번 사진은 난민 참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그대로 싣기로 결정했습니다. AP연합뉴스

에일란 쿠르디(3)는 죽어서도 머리를 유럽 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서 보는 어른들로 하여금 더욱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그토록 거친 파도에 오랫동안 휩쓸렸는데도 두 발에 신발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기나긴 여정’인 줄 알기나 했던 듯 엄마가 신발을 단단히 신겨놓았을 것이다. 그 엄마도, 두 살 많은 쿠르디의 형도 쿠르디와 같은 세상으로 떠났다.

2일(현지시간) 아침 그리스의 휴양지 코스섬을 마주하고 있는 터키 쪽 보드룸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쿠르디는 결국 유럽 땅을 밟아보지도 못한 채 다시 터키 쪽으로 떠밀려 왔다. 쿠르디 가족 등 난민 6명이 탄 고무보트는 터키를 떠난 지 1시간 만에 뒤집혀 쿠르디와 엄마, 쿠르디 형이 숨졌다. 그리스를 불과 몇 ㎞ 앞두고 그렇게 세 사람의 꿈이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쿠르디는 발견 당시 엎드려 잠자는 듯한 모습이었다. 붉은 셔츠와 남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고 모래에 반쯤 묻힌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쿠르디는 시리아 북부 코바니에서 왔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시리아 정부군, 반군 등이 격전을 치른 곳이다. 미국을 비롯한 유엔 전선도 이곳에 엄청난 공습을 가했다. 쏟아지는 포탄과 눈앞의 죽음을 피해 쿠르디 가족은 긴 여정 끝에 유럽과 가까운 터키 서부 맨 끝에 도착했다. 그리고 유럽에 발을 디디기 불과 몇 십분 전에 그렇게 허망하게 숨졌다. 함께 보트를 탔다가 살아남은 쿠르디의 아버지는 “가족을 고향에 묻어주고 싶다”며 “다시 코바니로 돌아갈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쿠르디 가족은 캐나다에 있는 친척을 후견인으로 내세워 지난 6월 캐나다에 난민 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했다. 그리고 캐나다에 가지 못하자 그리스로 넘어가기 위해 배를 탔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쿠르디의 사진은 ‘인류애가 사라져 버렸다’는 제목을 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많은 이들이 인터넷 댓글에서 참담함을 토로했고, 또 자책했다. 유럽 각국이 난민 문제를 서로에게 떠넘기려 싸우는 사이, 나머지 대륙들이 유럽만 탓하는 사이, 유엔마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쿠르디는 차가운 시신으로 변해 세상 사람들에게 아침 인사를 전했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말하고 있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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