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실업급여 인상 카드 쥐고 흔드는 정부.. 재원 대책 모르쇠

조민영 기자 2015. 9. 4.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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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 뒤 셈법 뭔가

정부는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6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실업급여 지급액을 높이고 지급기간을 늘리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실업급여는 직장을 잃은 실업자가 재취업할 때까지 일정기간 지급하는 구직수당이다. 정부는 회사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다치는 경우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등 산재보험의 혜택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문제는 돈이다. 실업급여나 산재보험을 박 대통령 말대로 보완하려면 연간 1조원 넘는 돈이 더 필요하다. 정부는 어떻게 돈을 마련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답을 피하고 있다. 대신 정부 예산안 제출시한인 10일까지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관한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 둘 사이에 무슨 관련성이 있는 것일까.

◇고용·산재 보험료 인상 불가피=정부가 잇달아 발표한 실업급여, 산재보험 확대 방안은 최대 수조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 사항이다. 3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실업급여 지급액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올리고 지급기간을 현행보다 30일 더 늘릴 경우 연간 약 1조4000억원이 더 필요하다. 문제는 실업급여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 계정이 이미 고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고용보험법에는 매년 실업급여 지출액의 1.5배 이상 배 미만을 실업기금으로 적립하도록 해놨지만 지난해 적립금은 지출액의 절반을 살짝 넘는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급여도 고용보험에서 지출하면서 돈 쓸 곳은 더 늘어났다. 올해의 경우 고용보험기금 중 모성보호급여 관련 지출이 10%를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실업급여를 확대하려면 결국 고용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도 “협의가 필요하지만 일정부분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보험료는 임금의 1.3%를 근로자와 사용자가 절반씩 부담하고 있다. 정부 방안대로면 고용보험료율을 0.3% 포인트 정도 더 올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산재보험 확대 적용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출퇴근 산재 도입을 올해 하반기 추진 과제로 정하고 최근 공청회도 열었다. 현재는 복지가 잘돼 있는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은 보호받는 출퇴근 산재를 중소기업 근로자만 못 받는 불합리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도 사업주가 내는 산재보험금을 올려야 한다. 재계에서는 출퇴근 산재보험 적용 시 연간 최대 1조원가량 재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노사정 대타협만 압박하는 정부=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근로자나 사업주가 추가로 내야 하는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 사안들이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노동개혁을 이뤄내 일반해고 지침을 도입하는 등 유연성을 높이는 대신 사회안전망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지난달 27일 노사정 대화가 4개월 만에 재개된 이후부터는 노사정이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에 합의해야 사회안전망 강화 예산을 반영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예 “노사정위원회가 (정부 예산 편성 시한인) 10일까지 합의하지 않으면 내년 사회안전망 예산을 낮은 수준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고용보험기금은 정부가 사용 계획을 짜긴 하지만 재원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부담하는 예산이다. 고용보험료율도 원래 노사정이 참여하는 고용보험위원회에서 합의해야 한다. 노동계 관계자는 “실업급여 확대를 위해 고용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면 (노동계도) 거부할 일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노사가 낸 기금을 마치 정부 돈으로 주는 선물인 것처럼 제시해놓고, 노동계가 협조하지 않으면 다시 뺏겠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오히려 실업기금으로 지급하는 모성보호급여를 일반 정부 예산 사업으로 바꾸는 등 현재 법적 근거도 없이 실업기금에서 지급되는 모성보호일반회계로 돌리는 등의 노력을 통해 실업기금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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