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司試 존폐' 두쪽난 법조계, 본격 勢대결 양상.. 로스쿨 출신 변호사 별도 단체 '한법협' 발족

양민철 기자 2015. 9. 4.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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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음서제"-"사시 기득권 유지".. 양측, 상대방 네거티브로 치달아

2017년 폐지 예정인 사법시험(사시)의 ‘존폐(存廢)’를 놓고 법조계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600여명은 기존 변호사 단체와 별도로 ‘한국법학전문대학원 법조인 협의회’(한법협)를 4일 출범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들과 일반 법학과 교수들은 각각 사시 ‘폐지’와 ‘존치’를 주장하며 연일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시 준비생들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지난달 27일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법조계는 ‘그간 곪아온 게 드디어 터졌다’는 반응이다. 법조계 바깥에서는 결국 ‘밥그릇 싸움’이라는 싸늘한 시각이 공존한다.

◇뜨거운 감자 ‘사시 존폐’=2007년 ‘로스쿨법’ 통과 이후 사법시험 폐지는 예고된 사안이었다. 하지만 내년에 마지막인 사시의 1차 시험이 차츰 다가오면서 수면 아래 있던 ‘사시 존치’가 다시 불거졌다. 지난 4월 ‘신림동 고시촌’이 위치한 서울 관악을 재·보궐 선거에서 여야 후보는 모두 사시 존치를 공약으로 앞세웠다. 야당 텃밭이던 이곳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은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사시 존치 토론회’를 개최하며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여기에 여야 국회의원의 로스쿨 출신 자녀 채용특혜 등 이른바 ‘현대판 음서제’ 논란이 가세하면서 로스쿨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계층 간 이동의 ‘희망의 사다리’인 사시가 없어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사시 존치 관련 법안만 5개가 발의된 상태다.

팽팽하게 대립하는 양측은 주로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시 출신 한 중견 변호사는 “로스쿨이 애초 도입 취지대로 잘 운영됐다면 사시 존치 얘기가 나올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사시 폐지를 주장하기 전에 학생을 투명하게 선발하고, 음서제 논란이 없도록 노력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로스쿨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시 존치는 기존 사시 출신 변호사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 아니냐”며 “로스쿨 졸업생 숫자를 줄이고, 사시 출신 법조인의 숫자를 유지해 기존 지위를 유지하려는 수단”이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과거 사법연수원 출신 고위층 자녀는 인사 폐해가 없었느냐”며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유가 과거 사시 제도의 기수·전관예우 문화 때문이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갈등과 편 가르기…계속될 ‘내홍’=4일 출범한 한법협은 “로스쿨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에 대응하겠다”며 사시 존치 행보를 보이는 기성 변호사 단체들과 충돌을 예고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은 “(한법협에 대한) 특별한 입장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한변협 소속 변호사 2만여명(휴업 포함) 중 5000여명,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 1만7000여명 중 3300여명이 로스쿨 출신이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사시 존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가까운 일본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2004년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사시(예비시험)를 통한 선발을 병행하는 ‘투 트랙’ 방식을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로스쿨 학생들의 시험 합격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 실력 논란이 불거졌다. 입학 지원자가 급감하며 문 닫을 위기에 놓인 로스쿨이 속출한 상태다.

우리도 이미 차별대우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로스쿨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시가 존치될 경우 로스쿨 출신에 대한 차별이 우려 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최근엔 그나마 줄었지만 같은 시기 법무법인에 입사한 사시 출신 변호사들과 급여 및 기타 대우에서 차별받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사법연수원 출신 중 법원·검찰을 지망하는 사람들 중에도 로스쿨 출신이 자신들의 자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해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사시 출신이냐 아니냐는 ‘출신 성분’을 둘러싼 복잡한 기류는 앞으로도 법조계 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사 업계뿐 아니라 로스쿨 출신 판검사 승진 시기가 다가오면 형평성을 둘러싼 갈등이 부각될 것”이라며 “로스쿨 도입 시기에 선발된 법조인 세대가 은퇴할 때까지 이런 내홍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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