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경제]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국 경제.. 디플레 공포 엄습

백상진 기자 2015. 9. 4.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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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내수 동반 부진에 경제 활기 사라져

한국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 성장을 이끌어야 할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하다.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기업들은 투자를 망설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현재 우리 경제를 특징짓는 것은 41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7월 기준), 9개월 연속 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지난달 기준), 5분기 연속 0%대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2분기 기준) 등 우울한 지표들이다. 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을 뜻하는 디플레이션의 먹구름이 짙어지는 형국이다.

이런 경기 부진은 한은이 3일 발표한 총저축률과 국내 총투자율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올 2분기 총저축률은 35.3%로 전 분기(36.5%)보다 떨어졌지만 34%대 중반을 유지했던 지난해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반면 2분기 투자율은 28.0%로 지난해 3분기(30.0%)보다 2.0% 포인트 하락했다. 저축(소득-소비)과 투자의 차이를 경상수지로 본다면 장기간 경상수지 흑자는 소비와 투자가 줄어든 데 따른 구조적 경기침체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활발한 경제활동 결과로 경상수지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늘어나는 ‘불황형 흑자’가 계속된다는 점이 문제다.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는 “저축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실질이자율인데 명목금리가 떨어져도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하에서 실질이자율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저축률은 증가하고 투자율은 떨어지면서 경제가 활기를 잃은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대출 이자비용이 줄어들고 자산효과(부동산·주식 등 자산가치 상승으로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로 소비여력이 늘어나지만 실제로 소비가 느는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아 통화정책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현재 경제가 교과서 설명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대외 악재와 함께 한국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현상도 구조적 침체의 깊이를 더한다.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청년층 인구가 줄어들면서 교육·주택에 대한 투자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이 계속되면 경제의 활력도 그만큼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홍익대 경제학부 전성인 교수는 “인구구조 면에서 노령인구가 늘어나면 모아둔 돈을 써서 저축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은 저축률이 높아진다”며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훗날을 대비하려는 ‘예비적 동기’가 강해져 소비를 줄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유례없는 저성장 시대에 걸맞은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은 경기순환이 아니라 구조적 원인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단기 대책보다는 내수 확대와 구조개혁 등 장기적 관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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