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회관 근처도 안 간데이 .. 사이다도 안 묵어"

김윤호 입력 2015. 9. 4. 01:42 수정 2015. 9. 4. 08: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상주 살충제 사이다' 그 후 50일마을회관엔 폴리스라인 그대로피해 할머니 중 한 명은 마을 떠나

“마을 한번 살피(살펴) 보레이. 아무도 없을 끼라. 전부 무서버가(무서워) 집 밖에 잘 나오도 않는데이.”

 3일 오전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50여 일 전 ‘살충제 사이다 사건’이 일어난 이곳에서 70대 할머니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곤 사건 장소인 마을회관 쪽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저게는 주민들이 근처도 안 간데이. 사이다도 안 묵어.”

 할머니 말대로 마을은 조용했다. 어쩌다 한 번씩 트럭이 지나가는 정도였다. 어렵사리 마주친 주민들에게 사건에 대해 물으면 손사래를 쳤다. 하나같이 “왜 캐묻느냐. 그날만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린다”고 했다.

 사건 현장인 마을회관엔 경찰이 출입을 막기 위해 쳐 놓은 노란 줄(폴리스라인)이 아직도 매여 있었다. 안에는 신발과 옷가지가 널려 있었다. 살충제 사이다를 마신 할머니들이 몸부림치다 벗겨진 듯했다. 바닥에는 할머니들이 게워낸 토사물 같은 것이 눌어붙어 있었다. 주민 황모(67)씨는 “예년 같으면 회관 앞 에 고추를 널어 말릴 때”라며 “하지만 올해는 아무도 근처에 얼씬을 않는다”고 했다.

 일부 주민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경북경찰청과 상주경찰서가 ‘피해자 보호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지난 7월 23일과 지난달 27일 두 차례 주민 34명 전원을 대상으로 심리 검사를 한 결과다. 살충제 사이다를 마셨다 회복된 할머니 4명 중 1명과 그 가족 1명은 충격으로 사건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장애 증세를 보였다. 다른 주민들도 “당시를 떠올리면 땀이 나고 심장이 뛰면서 숨 쉬기 곤란하다”거나 “혼란스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살충제 사이다를 마신 피해 당사자 말고 일반 주민 가운데 4명은 앞으로 당분간 관찰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피해 당사자인 민모(83) 할머니는 퇴원 후 가족들과 함께 경북 포항에서 머물다 이틀 전인 1일에야 안정을 찾아 마을에 돌아왔다. 역시 살충제 사이다를 마셨던 이모(88) 할머니는 아직도 부산의 아들 집에서 지내고 있다. 이 할머니의 아들은 “마을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한모(80) 할머니는 “주민이 주는 음료수는 겁이 나서 마시지 않는다”며 “이젠 음료수를 건네는 주민도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마을을 예전처럼 되돌리기 위해 조만간 경로잔치를 열기로 했다. 마을회관은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해 사건의 흔적을 말끔히 없앤 뒤 다시 문을 열기로 했다. 지난달 28일엔 트라우마 때문에 농사일을 제대로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일손 돕기를 했다.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83) 할머니는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박 할머니의 재판은 오는 연말께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릴 예정이다.

상주=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둥펑-5B' 과시하며 세계평화 강조한 시진핑

미국 항모 겨냥한 '둥펑-21D' 첫 공개…

최규하 "총재님, 어젯밤 죽을뻔 했시유"…JP에게 하소연

국감 '암시장'…오너 증인 신청해놓고 "재단 만들자"

유니폼 벗은 모델女, 비키니 몸매가…초아찔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