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신개념 스포츠 동호회 '크루'를 아시나요?

김기범 입력 2015. 9. 4. 00:05 수정 2015. 9. 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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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회사원 조영신 씨가 인스타그램에 뜬 모임 공지를 발견합니다. '8월26일 오후 8시. 강남 역삼동 스포츠전문 용품 매장 앞.' 운동복을 갖춰 입고 거리로 나가 보니 벌써 10여명 정도의 마라톤 동호인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그날 처음 나온 사람도 보입니다. 가볍게 인사하고 1시간 30분 동안 강남과 반포 일대를 돌며 러닝 훈련에 열중합니다. 운동이 끝나고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지만 여기는 그런 '뒷풀이'는 없습니다. 바나나와 에너지 드링크를 먹고 해산. 집에 가서 잠자리에 들기 전 그날 찍은 운동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다시 올려 공유합니다. 댓글들이 달리고 뿌듯하게 잠자리에 들며 머릿속은 생각에 잠깁니다. '아 다음 모임은 언제 하지?"

신개념 스포츠 모임인 '러닝 크루(Running Crew)'를 즐기고 있는 한 마라톤 동호인의 일과입니다. 러닝 크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주로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 동호회의 한 종류. SNS를 사용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다른 인터넷 카페 동호회와는 달리 가입 절차가 없고 회비도 따로 걷지 않습니다. 그 흔한 운동 뒤 맥주 한잔 먹는 뒷풀이도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자유롭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SNS 시대의 신개념 스포츠 동호회가 바로 러닝 크루인 것입니다.

◆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SNS 시대 스포츠 즐기기

사실 러닝 크루의 개념은 아직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습니다. 언제 어떤 경로로 들어온 용어인지도 불명확합니다. 막연하게 유럽이나 미국에서 10명 안팎의 젊은 동호인들이 SNS를 사용해 모여 운동하는 클럽을 지칭하는 용어가 러닝 크루로 발전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러닝 크루를 즐기는 동호인인 조영신씨는 크루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한 마디로 쿨(cool)한 스포츠 동호회라고나 할까. 보통의 동호회와 달리 크루는 강제성이 전혀 없어서 좋아요. 가입도 탈퇴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고 무엇보다 운동 뒤 뒷풀이가 없어요. 누군가 몇월 며칠 어디서 모입니다...라는 공지만 보고 준비해서 나가면 되요. 그만큼 운동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동호회라서 저처럼 바쁜 일상의 직장인들에게 딱 맞는 성격의 모임인 것 같아요"

러닝 크루로 대표되는 이른바 '소셜 스포팅(Social sporting)'은 최근 2,30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달리기 뿐 아니라 등산과 캠핑, 수상 레저 스포츠 등으로 종목도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소셜 스포팅의 거점, 플랫폼 역할을 해주고 있는 공간도 생겨났습니다.

◆ 스포츠의 고령화를 막아라! 소셜 스포팅의 가능성

이 SNS를 기반으로 한 신개념 스포츠 동호회의 등장이 주목받는 이유가 있습니다. 스포츠동호회의 고령화 추세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겁니다. 등산과 축구, 배드민턴, 테니스 등으로 대변되는 기존 스포츠 동호회에서 젊은이들을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젊은이들이 이런 커뮤니티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아무래도 젊은 층의 성향과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인 탓이 큽니다. 한 마디로 젊은이들과 코드가 안 맞는다는 얘기지요.

그러나 소셜 스포팅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한 소셜스포팅 업체 대표는 "SNS를 기반으로 하는 소셜 스포팅은 (젊은이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강제성, 의무감 이런 것들로부터 자유롭습니다. 나가기 싫은 날 억지로 모임에 출석도장 찍을 필요도 없고, 가기 싫은 술자리 뒷풀이도 없다. 또 친목 도모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타인의 삶에 관여되는 일도 적습니다. 즉 소셜라이징(socializing)보다 액티비티(Activity) 자체에 더 비중을 둔 모임이기 때문에 2,30대 직장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딱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국내 유명 스포츠 브랜드들도 앞다퉈 소셜 스포팅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최신 유행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스포츠 동호인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입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아식스 등 주요 브랜드들은 일종의 '트렌드 리더'라고 볼 수 있는 러닝 크루 멤버들을 잡기 위해 각종 후원을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스포츠 시장이 모처럼 젊은 층의 유입으로 활기를 띄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흐름이 러닝 쪽에 국한되지 않고 기존의 동호인 스포츠인 축구와 배드민턴 등에까지 확산된다면 어떨까요? 이제 다음 단계는 기존 스포츠 동호회와 소셜 스포팅의 세대간 조화와 화합으로 이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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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기자 (kikiholi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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