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작전판] 라오스 7백, 수비만 했는데 8골 내준 이유

풋볼리스트 2015. 9. 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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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화성] 한준 기자= 3일 밤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한국과 라오스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2차전 경기를 준비하던 SBS 배성재 아나운서는 라오스 선수들의 이름을 발음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기우였다. 등번호 위에 이름이 아닌 '라오스'를 새기고 뛴 라오스 대표팀은 실제로 이름 없는 축구를 했다. 11명의 선수 모두 특색 없는 플레이로 일관하며 한국에 완패를 당했다. 시작부터 수비적인 자세로 나온 라오스는 힘과 기술, 전략, 정신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 10번의 변칙 활용, 7백 세운 라오스한국의 화력을 두려워한 라오스는 7-3-0으로 볼 수 있는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수비 상황에서 포백 라인의 양 옆으로 두 명의 측면 미드필더가 내려섰다. 6명이 일자 수비를 구성했다.여기에 변칙적으로 기용된 선수가 10번 캄펭 사야우티다. 24차례 A매치에 나서 10골을 기록한 라오스의 간판 골잡이 사야우티는 수비 상황에서는 포백 앞을 보호하는 위치로 내려가고, 공격 상황에서 전진했다.공격 상황이 나오지 않다 보니 사실상 수비수에 가깝게 뛰었다. 지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도 라오스의 와일드 카드로 출전했던 베테랑 공격수 사야우티는 178센티미터의 키로 라오스 대표팀의 필드 플레이어 중에는 최장신이었다. 석현준과의 헤딩 경합을 위해 뒤로 내려와서 플레이 했다.실제로 경기 초반 한국은 키가 작은 라오스의 밀집 수비를 흔들기 위해 장신 공격수 석현준을 향한 롱패스를 활용했다. 위협적인 롱패스를 통해 라오스 수비수들이 더더욱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 전방 압박 없는 라오스 수비, 컷백으로 무너트렸다

라오스는 사야우티를 포함해 7명의 선수가 뒤로 내려서고, 공격수 시티데트 칸타웡과 중앙 미드필더 파세우트사크 술리야웡, 수크사콘 분타티프 만이 앞에 섰다. 수비를 위해 전방에 숫자를 줄였는데, 전방에 숫자가 없는 점이 오히려 수비적으로 악영향을 미쳤다.전방 압박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한국 볼 배급의 기점인 미드필더 정우영을 자유롭게 놔뒀다. 칸타웡은 한국의 후방 빌드업을 괴롭혀야 했지만 그나마 앞에 있는 세 명의 선수도 뒷걸음치기에 바빴다. 측면으로 넓게 벌리는 패스 연결에 대응하지 못하다 보니 소극적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7명의 선수가 페널티 에어리어 근방에 있다 보니 한국의 풀백은 전진과 침투가 용이했다. 정우영의 패스는 돌파력과 크로스 패스 정확성이 뛰어난 홍철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됐다. 전반 8분 이청용의 선제골은 정우영의 스루 패스에 이은 홍철의 크로스 패스를 이청용이 헤딩으로 마무리하며 완성됐다.골라인까지 깊숙이 침투한 홍철이 뒤로 공을 빼냈을 때 골문 앞에서 자리만 채우고 있던 라오스 수비는 이청용의 쇄도에 이은 헤딩에 속수 무책으로 당했다. 전반 11분 추가골 상황도 비슷했다. 정우영의 패스를 홍철이 받아 돌파를 시도하는 척하며 달려 들다 뒤에서 들어온 손흥민에게 패스했다. 손흥민이 문전에서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문전으로 달려들다가 뒤로 빼는 볼에 라오스 수비는 쉽게 휘둘렸다. 포백 앞에 자리한 사야우티는 공이 아닌 사람을 쫓아 다니며 자신의 자리를 비웠다. 정작 결정적인 마무리 패스를 차단해야 하는 순간에 다른 곳에 있었다. 홍철은 문전 지키기에만 집중했던 라오스의 측면을 완벽하게 무너트리며 후반 12분 석현준의 골까지 도와 3개의 도움을 기록했다.후반전에 투입된 공격수 황의조, 측면으로 빈번하게 이동한 기성용이 측면을 무너트리고 뒤로 빼는 컷백을 통해 슈팅 코스를 만들었다.

▶ 배급자 정우영-이청용, 활발했던 2선의 설계자

한국의 2선 공격이 눈부신 플레이를 보였으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들의 움직임에 영감을 불어 넣어준 패스 배급자들이다.정우영의 존재를 통해 기성용은 이날 후방이 아닌 전방으로 침투해 공격 과정의 시작점이 아닌 마무리 연결에 가담할 수 있었다. 일본 J리그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정우영은 완벽에 가까운 볼 배급을 통해 엉덩이를 뒤로 뺀 라오스 수비의 빈 곳을 예리하게 찔렀다. 전반전에 나온 3골이 모두 정우영을 통해 나왔다.정우영 홀로 경기를 조율한 것은 아니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청용은 기성용과 권창훈이 전방으로 활발하게 침투하고, 라이트백으로 출전한 장현수까지 전진하자 뒤로 내려갔다. 정우영의 옆 자리까지 내려가 예리한 패스 연결로 경기 조율 역할을 정우영과 분담했다.정우영 한 명에 의존할 경우 단조로워 질 수 있는 패스 패턴을 다양하게 만든 주인공이 이청용이다. 이청용의 변칙적 움직임은 3의 자리에 있는 라오스의 전방 선수들을 더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손흥민과 권창훈은 덕분에 문전 중앙 지역을 자유롭게 휘젓고 다닐 수 있었다. ▶ 자신감 있는 슈팅, 시원한 골잔치라오스전에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자신감 있는 중거리 슈팅이었다. 전반 23분 오른발 직접 프리킥으로 골포스트를 때렸던 정우영은 전반 26분에 30여 미터 거리에서 과감한 중거리슛을 시도했는데 이 역시 비슷한 위치의 골포스트를 때리며 무산됐다.한국의 활발한 중거리슛 시도는 전반 29분 결실을 맺었다. 정우영의 패스를 받은 권창훈의 왼발 중거리슛이 시원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이미 전반 11분에도 대포알 슈팅으로 득점한 손흥민은 후반 29분 기성용의 대각선 패스를 장현수가 떨궈준 것을 문전 우측에서 각도가 없는 상황에 시도한 오른발 강슛으로 한 골을 더 보탰다. 과감한 슈팅, 강력한 슈팅, 확실한 슈팅으로 득점했다.후반 30분에는 장현수가 오른쪽 측면에서 길게 올려준 공을 권창훈이 문전에서 날라 올라 왼발 발리 슈팅으로 밀어 넣어 6-0을 만들었다. 후반 45분 손흥민은 문전 좌측에서 자신감 있는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한 골을 더 추가했다. 해트트릭을 성공시켰다. 대표팀은 후반 추가 시간에 이재성이 한 골을 더 보탰다. 문전에서 우물쭈물하던 모습은 한국 대표팀에 없었다. 동남아시아의 약체를 상대로도 화끈한 승리를 거두지 못하던 한국은 자신만만한 슈팅 시도를 통해 2006년 9월 6일 대만과 아시안컵 예선전 8-0 이후 최다골 차 승리인 8-0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사진=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그래픽=한준 기자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유로 FOCUS] 히딩크 없는 네덜란드, '대세' 아이슬란드 만나다[정다워의 축구다워] 이재명 시장, '진정성'과 '오해' 사이[취재파일] 정몽준 vs 플라타니, 그라운드 밖 '축구전쟁'판할은 고집불통인가? 선수와 동료의 '증언'[심층분석] 메시, 호날두의 발끝에 숨겨진 은밀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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