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정당 현수막.. 이래도 되는 건가요?

이환직 김영헌 2015. 9. 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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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불법 간주 철거 나서지만 "정치 탄압… 통상적 정당활동"

전국 곳곳에 내걸린 정당 현수막을 둘러싸고 '불법 광고물로 철거해야 한다'와 '통상적 정당활동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 파리공원 앞에 걸려 있는 정당 현수막.

인천 부평구 산곡동 원적사거리에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달 제주시 도남동 새누리당 제주도당 사무실 앞 도로에는 2개의 정당 현수막이 나란히 내걸렸다. 새누리당 도당 정책 홍보 현수막이 내걸린 아래에 노동당 제주도당이 '영리병원(투자개방형 외국인병원) 추진 반대' 현수막을 붙인 것이다.

노동당 관계자는 "시민단체와 영리병원 반대 현수막 설치를 시내 곳곳에 설치했으나 번번히 철거돼 새누리당 홍보 현수막 아래에 내걸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홍보 현수막은 철거되지 않고 있는 데서 착안했다는 것이다.

#5월 대구 달서구 남송초 정문에 '학교 예산 3억원을 확보했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새누리당 당원협의회 이름을 걸렸다가 학교측의 항의를 받고 철거됐다. 학교 측은 "체육진흥공단에 신청해 학교가 확보한 예산을 왜 새누리당이 생색을 내는지 모르겠다"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에는 유승민 국회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에 유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과 지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경쟁하듯 내걸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국 곳곳에서 정당들이 정책 홍보, 정치 현안에 대한 당론 알리기, 상대 정당이나 정권 비판 등을 위해 내건 현수막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갈등과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들 현수막 중 상당수가 신고되지 않거나 지정 게시시설이 아닌 곳에 설치돼 이를 철거하려는 지방자치단체와 또 다른 갈등을 빚고 있다. 정치인들은 현수막 게시를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지자체의 철거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3일 일선 지자체에 따르면 가로수 등에 걸린 정당 현수막은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라 무단으로 설치된 불법 광고물로 간주, 철거에 나서고 있다. 법제처도 앞서 광고물 범람을 막기 위해 '30일 이내로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해 (현수막을) 설치하는 경우'에만 금지나 제한하지 않는다는 옥외광고물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이 정치 탄압 등의 논리를 펴는 경우가 있어 지자체 입장에선 부담이 적지 않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불법 정당 현수막은 철거하는 게 맞지만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부담이 돼 가급적 신고되거나 통행에 불편을 주는 경우에만 철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당 현수막들이 무분별하게 거리에 내걸려 도시 미관을 해치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준다는 지적도 나오고, 사전선거운동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면서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움직임도 있다. 정당 현수막을 게시할 때 매수를 읍ㆍ면ㆍ동마다 1매씩으로, 게시 기간도 선거 기간 개시일 전 3일부터 선거기간 종료일까지로 제한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반면 정당과 정치인들은 정당법과 공직선거법을 근거로 정책 홍보 등을 위한 현수막 게시는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정당법에선 현수막을 이용해 정책 등을 홍보하는 것을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고 제한하지 않고 있다는 것. 공직선거법에서도 장소와 기간에 제한을 뒀지만 현수막을 이용한 정당활동 자체를 막고 있지는 않다.

수도권지역의 한 야당 관계자는 "사전선거운동 등 공직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현수막 게시가 허용된다"며 "무작정 단속보다는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현수막을 훼손하거나 지자체에서 특정 현수막만 골라 철거하는 행태부터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ㆍ제주=김영헌기자 tamia@hankookilbo.comㆍ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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