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붙어서 설렌다"..라오스의 솔직한 도전

안영준 입력 2015. 9. 3. 12:00 수정 2015. 9. 3. 12: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베스트 일레븐)

"우리 선수들은 한국과 붙는다는 것 자체에 들떠있다"

지난 2일 저녁 7시 30분 화성 종합경기타운서 열린 감독 인터뷰서 스티브 다비 라오스 감독이 꺼낸 말이다. 물론 듣기 좋기야 하지만, 함께 상대해야 할 적장의 입에서 나온 말 치고는 조금 특이하다. 라오스는 한국에 와서 치르는 이번 원정 경기를 "평생 없을지 모를 기회"로 여기며 솔직한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자 회견이 끝난 뒤 저녁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화성종합경기타운서 라오스 대표팀의 경기장 적응 훈련이 있었다. 라오스 대표팀은 20분간 두 명씩 짝 지어 넓게 떨어진 다음 롱 패스를 주고받거나 가볍게 런닝하며 몸을 풀었다. 아시아의 강호 한국과 대결을 앞두고 있었지만, 라오스 대표팀 선수들 표정은 전체적으로 밝았다. 한국과 붙는다는 것이 부담이 아닌 기대감인 듯했다.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두 손 놓고 가만히 경기장 구경만 하던 것은 아니었다. 훈련 속에는 치밀한 준비로 최선을 다해 한국을 상대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내일 승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비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 다비 감독의 말처럼 라오스 대표팀은 큰 공격 전술 없이 롱 패스의 정확도를 가다듬는 훈련을 반복했다. 수비 위주가 될 경기 특성상 세밀한 전개 대신 한 번에 최전방으로 넘기는 패턴을 익히는 듯했다. .

그런데 8시 20분부터는 훈련 흐름이 바뀌었다. 본격적 공격력 점검이 시작됐다. 페널티 박스 바로 앞에서 3인 1조로 나뉜 뒤 한 명이 골대를 등을 지고 뒤로 내주는 동안 또 다른 한 명이 측면으로 돌아나가고, 패스를 받은 선수는 측면으로 길게 내준 뒤 다시 받으러 뛰어 들어가는 부분 전술을 반복해서 훈련했다. 아무리 수비 위주의 경기를 한다지만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라오스의 비책이었다.

라오스는 이 부분 전술을 30분간 집중적으로 가다듬었다. 다비 감독은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라"라고 독려하며 슈팅으로 종료되기 전까지 다음 조의 출발을 지시하지 않고 지켜봤다. 쉽게 찾아오지 않을 문전 앞 찬스서 어떻게든 골을 향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다비 감독의 의중인 듯했다. 라오스 선수들은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크로스를 마무리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수크사콘 분타티프의 눈부신 활약이 눈길을 끌었다. 분타피프는 총 여덟 번의 1차 크로스를 모두 골로 성공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김영권이 '경계 대상 1호'로 꼽은 톳니라트 시분후앙은 멋진 발리킥을 작렬해 스탭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후 훈련은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되 무조건 원터치로 슈팅까지 마무리하기, 한국 수비로 가장한 조끼를 입은 두 센터백을 뚫고 슛하기 등 점점 그 단계를 올려갔다. 강호 한국을 상대하는 것이 영광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들러리가 되고 싶지는 않은 라오스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30분간 3인 1조의 훈련이 끝난 뒤, 라오스 대표팀은 스트레칭을 하며 경기장 적응 훈련을 마쳤다. "한국은 강호다. 우리는 만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라며 한껏 자세를 낮추던 기자 회견장의 다비 감독 모습과는 달리 강도 높은 훈련이 이어져 놀라던 터였다.

그 자세 낮춤이 되려 즐거운 분위기의 비결이기도 했다. 훈련 중인 라오스 선수들 얼굴에서 한국을 상대한다는 두려움은 없었다. 다비 감독은 "한국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와 독일 분데스리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세미-프로다. 이기기는 어렵다"라고 말하며 아예 선을 그었다. 요컨대 부담과 두려움은 내려놓고 한국을 상대로 마음껏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기 전날임에도 강한 훈련으로 내일 경기를 준비하던 라오스의 훈련 모습은 "현실을 직시하겠다. 이기는 어렵다. 하지만 내일 우리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라고 말한 다비 감독의 인터뷰 마지막 대답을 다시금 떠오르게 했다.

자세를 낮추고 실력차를 인정하되, 한국과 경기를 부담 없이 부딪쳐보자는 라오스 대표팀의 아름다운 도전이다.

글=안영준 기자(ahnyj12@soccerbest11.co.kr)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닷컴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Copyright © 베스트일레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