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드라마선 '로맨틱' vs 영화선 '극악'.. 왜 다를까

안진용기자 2015. 9. 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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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광고 대부분 대기업이.. 경제 논리 작용

대중에게 재벌은 선망의 존재이면서도 거부감을 느끼는 '양가적' 대상이다. 그들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대중은 재벌에, 그들의 삶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벌은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하지만 두 영역에서 재벌을 다루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영화 속 재벌이 '극악'하다면 드라마 속 재벌은 통상 '로맨틱'하다.

지난달 29일 1000만 고지를 밟은 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에는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사진)가 등장한다. 힘없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때린 후 '맷값'을 지불하고, 여자 연예인들과 어울리며 금지된 약물을 복용한 뒤 도심에서 광란의 질주를 벌이는 그의 '갑질'은 이미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뉴스 속에서 종종 봐왔던 모습이다.

'베테랑'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은 앞서 선보인 영화 '부당거래'에서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건설 재벌과 법을 우습게 아는 로펌 재벌 등을 등장시켜 관객들의 공분을 샀다. 또 다른 1000만 영화인 '암살' 속에서 아내와 딸까지 해치는 친일 재벌 강인국(이경영) 역시 몇몇 실존 인물을 모델로 썼다는 이야기가 분분하다.

반면 드라마 속 재벌은 대체로 로맨틱 코미디 속 주인공이다. 엄청난 재력에 조각 같은 외모를 가진 까다로운 남성이지만 "너 같은 여자는 처음이야"라며 가난하지만 당찬 연인에게만은 순종적인 재벌의 모습은 뭇 여성들의 마음을 흔든다.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 중인 SBS 수목극 '용팔이'의 주인공 여진(김태희) 역시 집안 내 권력 암투 속에서도 아픈 가족사를 지닌 의사 태현(주원)과 사랑에 빠지고, 앞서 방송됐던 SBS '가면'에도 어릴 적 충격으로 타인을 기피하는 재벌 최민우(주지훈)가 등장했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지만 예쁘고 착한 변지숙(수애)을 통해 구원받았다.

표면적으로 볼 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TV 드라마의 경우 전 연령층이 볼 수 있도록 표현의 수위를 조절하고, TV의 주시청층인 30대 이상 여성들이 선호하는 '백마 탄 왕자님' 이야기를 늘어놓는 반면 표현의 폭이 넓은 영화는 재벌의 보다 어두운 측면에 초점을 맞춰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궁극적인 이유는 경제적 논리에서 찾을 수 있다. TV 드라마를 송출하는 방송사의 주 수입원은 광고다. 그리고 광고비를 집행하는 주체는 대부분 재벌이다. 한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재벌의 이야기를 다룰 때 현실 속 특정 재벌이 연상되거나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그리지 않도록 신경 쓰는 편"이라며 "어린이들도 보는 드라마의 파급력을 고려해 영화에 비해 표현 수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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