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잃은 '쏘나타' 갈 곳 없는 '아슬란'

정기수 기자 2015. 9. 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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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 부진 깊어지고 아슬란 퇴출 우려

(지디넷코리아=정기수 기자)현대자동차가 볼륨 모델과 전략 차종의 잇따른 내수판매 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각종 대책을 내놓고 판매량 확대에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쉽사리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 중형차'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판매량과 인지도 면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해왔던 쏘나타의 부진에 현대차 안팎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쏘나타는 지난해 국내 최다판매 차종에 이름을 올렸다.

터보, 디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이 추가돼 7가지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갖춘 '2016년형 쏘나타'(사진=지디넷코리아)

현대차는 지난 7월초 볼륨 모델 '쏘나타'의 1.6 터보 모델(에코)과 1.7 디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을 추가한 7가지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선보이면서 판매 확대에 본격 나섰다. 사상 최초로 도입했던 36개월 무이자 할부도 중단하고 상품성을 자신하며 승부를 걸었지만 초반 성적표는 기대 이하다.

쏘나타는 지난달 하이브리드 모델(690대)을 포함해 총 8천218대를 판매, 전년동월 대비 12.5% 늘었다.

얼핏 보면 선전한 듯 보이지만 비교 시점을 들여다 보면 현대차의 속은 쓰리다. 작년 8월은 신형 모델(LF쏘나타) 출시 후 최저 월간 판매량을 기록한 달이다. 7세대 쏘나타의 신차 효과가 본격적으로 사라진 시기이기도 하다.

쏘나타는 7세대 모델 출시 직후인 지난해 4월(1만5천392대)을 정점으로 7월까지 4개월 연속 1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으나 8월 들어 첫 달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났다.

작년 8월 쏘나타 판매량은 7천307대로 전월(1만35대) 대비 27.2% 크게 감소했다. 결국 지난달 쏘나타의 실적 상승은 극심한 부진을 보였던 전년동월 판매량의 기저효과인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기대했던 쏘나타의 트림 확대 효과가 거의 실적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다.

쏘나타의 지난달 판매량은 전월(8천380대) 대비 1.9% 감소해 두 달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감소 폭은 완화됐지만 5~6월 기록했던 회복세는 일시적인 판촉 강화에 따른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들어 쏘나타는 평균 7천여대 수준의 판매고를 기록하다가 36개월 무이자 할부 등 판촉 강화에 힘입어 5~6월 9천대 중반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깜짝 반등했다. 하지만 정작 연식변경 모델이 출시된 7월과 8월 실적은 오히려 감소, 8천대 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쏘나타가 기대했던 트림 확대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초반 신차 효과가 사라지고 대기수요가 소진되면 판매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서는 신차 출시 후 3개월여 정도를 신차효과 기간으로 본다. 이 기간이 지난 뒤 떨어진 판매량을 다시 상승 반전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통설이다. 여기에 쏘나타가 지난해 선보인 7세대 모델의 라인업을 늘린 연식변경 모델인 점을 감안하면 신차효과 기간이 더 짧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볼륨모델인 쏘나타의 부진은 현대차의 주력인 전체 승용 모델의 감소로도 직결되고 있다. 쏘나타의 올 1~8월 판매량은 6만6천91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2천127대)보다 7.2%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승용차 부문 판매대수는 22만7천518대로 전년동기(24만4천630대)보다 7.0%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쏘나타의 부진은 단순히 판매 대수가 감소했다는 측면으로 치부할 수 없다"면서 "현대차를 지탱해 왔던 승용 모델을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의선 나서 '충돌 테스트'까지...쏘나타 살릴까

국내 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는 소비자 불신도 심화되고 있는 현대차 내수 부진의 원인 중 하나다. 신차를 내놔도 시장에서 예전같은 반응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달 22일 쏘나타의 내수용 모델과 수출용(미국생산) 모델의 공개 충돌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두 차량이 동일한 안전성을 갖췄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깜짝 이벤트였다.

지난달 22일 열린 쏘나타 충돌 시연회(사진=현대차)

이번 충돌테스트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고객과의 소통경영을 위해 무모하다는 평가를 뒤로 하고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스트 결과는 두 차량 모두 안전성이 동일한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번 충돌테스트의 표면적인 이유는 내수용과 수출용 모델의 안전성 검증이었다. 하지만 굳이 쏘나타를 선택해 테스트를 진행한 이유는 판매 부진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쏘나타 외에도 여러 차종이 내수용과 수출용의 내장재나 철판 등이 다르다는 역차별 논란에 휩싸여 있다. 고객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상위 플래그십 세단인 제네시스나 에쿠스가 동원됐어야 더 효과적이다. 쏘나타의 부진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반증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쏘나타의 내수 부진이 소비자들의 신뢰 하락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은 이미 회사 내부에서조차 적지 않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상품성은 좋은데 근거없는 오해로 판매량이 처지고 있다는 푸념이 나온다.

■'백약이 무효' 아슬란 어쩌나

현대차가 안방 사수의 기치를 내걸고 지난해 수입차 대항마로 내세운 준대형 전륜구동 플래그십 세단 '아슬란'의 부진은 해법조차 찾기 힘들다. 성적만 놓고 보면 '플래그십'이라는 수사(修辭)가 무색할 정도다.

당초 현대차는 아슬란이 제네시스와 그랜저의 간극을 메우고 비슷한 차급의 수입차 고객을 유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정 반대다. 아슬란은 지난달 425대가 팔려 전월 대비 30.6% 감소했다. 감소폭은 지난달(-20.6%)보다 더 커졌다. 올 들어 최저 판매량이다. 지난해 10월 30일 출시 이후 판매가 본격화된 11월부터 따지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현대차는 아슬란에 현금 할인과 저금리 할부 등 특별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판매 부진 탈출은 요원하기만 하다.

앞서 현대차는 아슬란의 저조한 판매고가 지속되자 재고 소진에 나서며 파격적인 할인을 단행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재고물량에 대해 800만원대의 할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큰 할인 폭으로 하위차급인 그랜저와 가격 역전 현상까지 발생했지만 아슬란의 판매 부진은 여전했다.

현대차 강남 오토스퀘어에 전시된 아슬란(사진=지디넷코리아)

아슬란은 작년 10월 출시된 이후 지난달까지 내수시장에서 총 8천818대가 팔렸다. 1천대 이상의 월간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11월과 올 1·2월 등 단 세 차례에 불과하다. 현대차가 내세운 올해 아슬란 판매 목표는 2만2천대다.

일각에서는 아슬란의 심각한 판매 부진에 퇴출 가능성까지 불거진다. 1998년 출시 3년 만에 단종된 '마르샤'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아슬란은 제네시스와 그랜저 사이에서 제원은 물론 디자인 측면에서도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은 것으로 보인다"이라며 "내수 전용으로 개발된 아슬란은 수출 등 마땅히 다른 판매 활로를 찾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GM의 준대형 세단 '임팔라'의 판매가 본격화된 점도 악재다. 임팔라는 최근 한 달여간 5천여대에 달하는 계약이 몰렸다. 지난달 31일 하루엔 900대가 넘는 계약이 이뤄졌다.

심각한 판매 부진에 빠져있는 아슬란의 경우 임팔라 출시에 따른 타격이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출시된 지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아슬란에게 경쟁 신차의 출현은 판매 부진 가속화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두 차량의 차명을 빗대 생경한 시나리오를 예상하기도 한다. 아슬란의 차명은 터키어로 '사자'를 의미한다. 임팔라는 '아프리카산 영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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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수 기자(guyer73@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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