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출발새아침] "근현대사 축소, 국정교과서? 일본 우익보다 더 엉뚱"

2015. 9. 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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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5년 9월 3일(목요일)□ 출연자 : 한철호 동국대학교 역사교육학과 교수

- 고교 한국사 교과서, 전근대사↑, 근현대사↓- 근현대사 교육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 역행하는 것- 역사교과서 국정화? 차라리 안가르치는 것이 나아- 북한, 방글라데시, 이라크... 국정교과서 사용하는 나라들- 역사의 잘못된 부분 배우는 것이 자학? 일본 우익도 안그러는데...

◇ 김우성 PD(이하 김우성): 어제 오후 교육부가 '2015개정 교육과정 제2차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사회, 역사 과목 등의 최종 시안을 공개 했는데요. 그 내용 중에 역사 교육을 둘러싼 부분이 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내용을 잠깐 살펴보자면, 전근대사와 근현대사의 비중이 현행 5대 5에서 6대 4로 조정됩니다. 학습량 전체는 30% 정도 줄어들고요. 근현대사 비중은 축소되는 겁니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사 발행체제가 국정으로 결정되면 2017학년도부터, 현행 검정제를 유지하면 2018학년도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이달 말에 최종 결정된다고 하는데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E. H 카아의 말이 무색해지는 것 같습니다. 미래 세대의 역사관을 책임지게 될 역사교육, 계속되는 논란에 대해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동국대학교 역사교육학과 한철호 교수 연결해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한철호 동국대학교 역사교육학과 교수(이하 한철호):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오래된 분들이 많이 듣고 계신데요. 전근대사와 근현대사, 말로만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어떻게 나뉘게 됩니까?

◆ 한철호: 오늘날 현대의 근원이 되는 시기를 근대라고 하는데요. 보통 1876년 개항을 잡기도 하지만, 그 이전 흥선대원군 시절부터 서양의 침략 내지 진출이 잦아졌기 때문에 대체로 교과서에서는 흥선대원군 시기부터를 근대사의 시작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 김우성: 흥선대원군 시기를 말씀해주셨는데, 전근대사의 비중을 높인다고 한다면 그만큼 근현대사 비중은 축소될 수밖에 없는데요. 이게 어떤 의미를 담고 있습니까?

◆ 한철호: 글쎄요. 앞서도 이야기하셨지만 역사를 대하는 여러 가지 목적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 날의 우리 사회 구조와 특성을 이해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의 특성의 모태가 되었던 근대 이후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 세계사적인 추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근현대사의 비중이 현대를 이해하는 첩경이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또는 모든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근현대에 초점을 맞춰서, 비중을 전근대사보다 더 많이 두고, 역사교육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그런데 지금 저희는 그것을 역행해서 오히려 거꾸로 가려고 하는 편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죠.

◇ 김우성: 쉽게 말해서 지금 현재의 우리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역사교육보다는 아주 먼 옛날 이야기를 강화한다. 이건 역행하는 것이다. 이런 말씀이신 거죠?

◆ 한철호: 네, 전근대사가 꼭 현대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무래도 현대에서 멀어지는 시기도 잘 이해해야 현대를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지만, 시기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쪽 시기의 토대를 거쳐서 근현대 쪽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죠.

◇ 김우성: 문제는 우리나라의 근현대사가 많이 아픈 역사로 채워져 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역사 부분을 줄이겠다는 것,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 한철호: 글쎄요. 역사가 화려한 때도 있었고, 또 우리가 겪어서는 안 될 많은 일을 겪기도 했는데요. 우리가 영광스러운 역사에서 장점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비참한 역사, 나라를 잃어버린 고통을 겪은 역사, 이런 것들은 더 우리가 신경을 써서 그 원인이 무엇이고 배경이 무엇인가를 철저히 연구할 때 그런 일이 또 반복되지 않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게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것인데, 그런 치부가 있다고 해서 오히려 소홀히 하게 되면, 과거의 우리의 잘못된 역사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되는 거죠. 그래서 우리 개인도 그렇지만 오히려 실패의 역사, 실패가 있었을 때 그 실패를 얼만큼 미래의 발전을 위한 토대로 삼느냐 여하에 따라서 그 개인도 발전할 수 있는 것인데, 우리가 그것을 감추고 외면한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듯이, 우리 역사도 있는 그대로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우성: 네, 역사교육, 시험 성적을 위한 것 보다는 지금 교수님이 말씀해주신 부분들이 더 중요할 텐데요.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서울대 역사교수 34분이 반대하는 건의문을 제출했고요. 또 교사 2255명도 서명을 했습니다. 학계와 교육계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 뚜렷하게 반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어떤 배경입니까?

◆ 한철호: 국정 자체가 역사를 배우는 목적 자체를 아주 무색케 하는 것입니다. 역사를 배우는 여러 이유 중에 하나는 사고를 다양하게 하는 것, 이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역사적 사실을 통해서 판단력을 기르고 이해력을 기르고,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데 중요한 목적이 있는데, 국정은 하나의 관점만을 강요하게 되어 있죠. 그래서 오히려 국민의 사고를 획일화시키고, 획일화된 사고 속에서는 창조나 올바른 비판이 이루어질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역사교육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나은 것이고, 그 경우 특정 정권이나 일부 세력의 관점만을 오히려 강요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구상에서 국정교과서 사용하는 나라들도 살펴보면, 우리가 소위 말하는 선진국, 중진국은 하나도 없습니다. 제일 비판하고 있는 나라 중에 하나인 북한이라든가, 방글라데시라든가, 이라크, 이런 일부 나라들만 국정을 사용하고 있고, 수많은 나라들이 국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국정교과서가 폐단이 많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죠.

◇ 김우성: 획일화된 이야기를 할 바에는 차라리 역사교육을 하지 말라는 말씀까지 하셨는데요. 지금 황우여 교육부 장관, 여당 대표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은 이런 말을 합니다. '국민들이 분열되어 있다. 역사를 하나로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자학의 역사관, 부정의 역사관을 바꿔야 한다.' 다시 말해서 자랑스럽고 긍지 있는 것만 가르치자, 이런 이야기 일 수 있는데요. 야당의 문재인 대표는 '일본 극우파와 같은 시각이다'라는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정치권에까지 번진 논란, 어떻게 보십니까?

◆ 한철호: 여당 쪽에서 하려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 때부터 그런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검정을 통해서 불합격된 교과서를 정권의 입맛에 맞게, 한 달 안에 3분의 1 이상을 고치라는 주문도 해서 저희가 반발하기도 했는데요. 결국은 정권의 힘으로 관철을 시킨 후에 끊임없이 국정으로 가려고 하는 움직임들을 보여 왔거든요. 그런데 지금 교사라든가 학계에서 이러한 것에 대한 반발 내지 비판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 국정교과서는 국민 전체의 역사의식, 올바른 역사의식을 함양하느냐? 안 하느냐?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올바르게 나아가느냐, 안 나아가느냐? 이런 것과 직결되어 있는데, 특정 정권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역사를 호도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그렇게 혼란이 많이 벌어지면, 저희보다 훨씬 더 나아가서 자유발행을 하는 나라도 상당히 많거든요.

◇ 김우성: 교수님 그러면 국정화를 주장하는 쪽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금의 다양성이라는 게 오히려 편향되어 있다. 이렇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 한철호: 그렇지 않습니다. 여태까지 검정제도가 저희가 하는 게 아니라 국가에서 주도해왔어요. 그리고 거기서 이건 타당하다고 합격을 시켜놓고, 그 몇몇 부분만을 트집 잡아서 오히려 수정명령을 내리는데, 그 수정명령이 오히려 더 편향되어 있어요. 그렇게 검정교과서가 분열을 조정하고 그런다면 일본 같은 경우에 세계사 A, B 중 하나는 무려 28종이나 되거든요. 미국도 10여종이 넘고요. 그러면 그런 나라들이 다 사고가 분열되거나 국민 정서가 불안할 텐데, 오히려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활발하게 비판과 토론을 통해서 더 좋은 방향으로 수정해나가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현황이고, 반대로 오히려 박정희 시대부터, 1973년 유신이 되면서 국정이 시작되었거든요. 그때 국정교과서를 보면 오히려 역사왜곡이 더 심합니다. 그래서 이걸 이론으로만 트집 잡지 말고 실질적인 현상, 그리고 외국의 사례,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봐야 할 텐데, 한 가지만을 가지고 너무 지나치게 부각시켜서 그것을 정당화하려고 하는 것은 가장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우성: 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논란의 과정을 지켜보니까 역사관과 국가관이 충돌하는 모양새입니다. 다양성보다 국가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게 국정화의 입장인데요. 역사관과 국가관, 어떻게 봐야합니까? 차이가 있습니까?

◆ 한철호: 지금 역사관, 국가관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행의 교과서도 좋은 점은 얼마든지 부각되어 있어요. 그래서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역사, 긍지 있는 역사를 부각시키고, 그리고 우리가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판을 통해서,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가자는 것인데, 그걸 자학이라고 하면 웃기는 것이죠. 그리고 오히려 일본 우익은 그렇지 않은데, 우리는 더 엉뚱하게 나가는 것 같아서 염려스럽기도 합니다.

◇ 김우성: 알겠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지켜볼 지 온 국민이 지켜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 한철호: 온 국민이 지켜보지 마시고, 국정으로 가는 것을 온 국민이 막는 것이 저희의 미래를 위해서 훨씬 나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우성: 네, 알겠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 한철호: 네, 감사합니다.

◇ 김우성: 지금까지 한철호 동국대학교 역사교육학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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