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폐지> '태완이법' 적용 사건 200여건..수사는 계속된다

2015. 9. 3. 09: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찰 '장기 미제사전 전담팀' 인력 확충..단계별 수사지침 시달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이 지난 7월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일명 '태완이 법'으로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를 통과했다.
제주 어린이집 보육교사 피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지난 2009년 2월 10일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도로변 배수로에서 2차 정밀감식 작업을 위해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찰 '장기 미제사전 전담팀' 인력 확충…단계별 수사지침 시달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채새롬 기자 = 1999년 5월 20일 오후 대구의 어느 골목길에서 여섯 살짜리 어린이가 영문도 모른 채 전쟁터에서도 겪지 않을 끔찍한 일을 당하고 쓰러졌다.

정체 모를 한 남성이 이 아이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는 고농도의 황산을 쏟아부은 것이다. 전신의 절반 가까이에 3도 화상을 입은 이 아이는 49일간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결국 숨졌다.

부모는 애가 끊어졌지만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아이가 힘겹게 뱉어낸 '검은 비닐봉지'와 '모르는 아저씨'라는 단어 말고는 특별한 단서가 없었다.

택시운전과 미장원 일을 하던 부모는 생업을 제쳐놓고 백방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다녔고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 여론이 뜨거워진 2013년 말 경찰이 다시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경찰은 부모가 지목한 용의자가 범인임을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고 검찰도 수사를 마무리했다. 부모는 검찰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법원에 호소했지만, 대구고법에 이어 대법원도 올해 7월 사건을 종결해 버렸다.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으로 알려진 김태완(당시 6세) 군을 죽인 범인의 정체는 이렇게 영원히 수수께끼로 남게 됐다.

그러나 김군의 죽음은 또 다른 '태완이'의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을 접한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올해 3월 발의했고 이른바 '태완이법'으로 불린 이 개정안은 7월 24일 국회를 통과했다.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이제 붙잡히거나 숨이 다할 때까지 수사 당국으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됐다.

3일 경찰과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살인사건 공소시효 폐지의 주된 효과로는 범죄 억제력이 꼽힌다.

공소시효가 없기에 언젠가 잡힐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잠재적인 범죄자가 살인을 쉽게 저지를 수 없게 막는다는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해자에게는 심리적인 지지와 보상이 될 수 있고, 잠재적인 범죄자들에게는 범죄 동기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의 의미를 설명했다.

유독 살인죄에만 공소시효가 없는 것이 아니다.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를 계기로 2011년 성폭력특별법이 개정되면서 13세 미만 아동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강간, 준강간 범죄는 공소시효가 폐지됐고, 2013년에는 강간 살인죄도 공소시효가 없어졌다.

다른 나라도 살인죄와 같은 중대 범죄에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일부 주를 제외하면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없다. 영국은 경범죄에만 공소시효를 적용할 뿐 원칙적으로 공소시효가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은 2010년 살인과 강도살인 등 중대범죄 12개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하지만 태완이법 시행으로 그동안 있었던 모든 미제 살인사건이 경찰의 수사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적용 대상을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범죄 중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범죄만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태완군 사건은 태완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된 화성 연쇄살인사건, 실종된 지 11년 만에 유골로 발견된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 영화 '그놈 목소리'의 바탕이 된 이형호(당시 9세) 유괴·살인사건 등 이른바 3대 미제사건도 수사 당국의 손을 떠났다.

태완이법이 적용되는 사건은 2008년 8월 1일 오전 0시 이후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2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대 초반에는 아직 전산으로 범죄·수사 정보를 관리하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이 도입되기 이전이어서 경찰은 수작업으로 미제 살인사건 통계를 집계하고 있다.

이 중 경찰이 수사본부까지 설치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음에도 해결하지 못한 살인 사건만 줄잡아 10여건에 달한다.

대표적인 미제사건으로 2003년 11월 경기 포천 여중생 엄모(당시 14세)양 살인사건, 2004년 9월 대구 요구르트 독극물 투입 사건, 2004년 10월 경기 화성 여대생 노모(당시 21세)씨 실종 사건, 2008년 5월 대구 초등학생 허모(당시 11세)양 납치·살인사건, 2009년 2월 제주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 사건 등이 있다.

경찰청은 이 같은 미제 살인사건을 해결하기위해 지방경찰청에 편제된 '장기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의 인력을 내년 상반기까지 기존 50명에서 72명으로 보강하기로 했다. 또 살인사건 발생 후 단계별 수사지침을 수립해 일선 경찰서에 내려 보냈다.

경찰이 마련한 수사지침은 ▲ 집중 수사체제 운영(발생∼1년) ▲ 관할서 전담반 체제 운영(1∼5년) ▲ 지방청 미제전담팀 수사·관리(5년 초과) 등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이에 따라 사건 발생 후 1년간은 수사본부를 꾸려 광역수사대, 과학수사팀 등 분야별 전문수사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범인의 조기 검거에 나선다.

1년이 지나도 사건이 해결되지 않으면 수사본부는 해체되고 경찰서 전담반이 수사를 맡는다.

사건 발생 후 5년이 지나면 미제전담팀이 아예 관할 경찰서의 사건기록과 증거물을 넘겨받아 계속 수사를 하기로 했다.

이후 10년 이상 해결이 안 되면 추가 수사 여부를 심의한다. 수사의 진전이 없고 유력한 단서나 증거가 더는 발견되지 않고 앞으로도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면 '장기미제 살인사건'으로 지정한다.

경찰은 장기미제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수사활동을 중지하고 사건 기록·증거물 관리·분석에 주력한다. 단 관련 증거나 첩보, 목격자 등 중요한 단서가 발견되면 언제든 수사를 재개한다.

pseudojm@yna.co.kr

☞ 홍석천 식당 입주 이태원 건물서 불…인명피해 없어
☞ 파도에 밀려온 3살 꼬마 난민의 시신…전세계 공분
☞ 80대 치매 노인이 저지른 살인…법원, 무죄 선고
☞ LGU+ "병사 수신용 휴대전화 4만여대 무상 제공"
☞ '악명 높은' 미국 레인저 스쿨 여군에 공식 개방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