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日 '악마함' 진수..中 초음속 미사일로 응수

김태훈 기자 2015. 9. 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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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화났습니다. 일본이 지난 달 27일 진수한 헬기 항모 이즈모(Izumo)급 2번함 카가가 화근입니다. 카가는 일본과 중국에게는 전혀 다른 기억의 배 이름입니다. 카가는 일본에게는 과거의 영화를 기억하게 하지만 중국에게는 아픈 역사의 페이지를 다시 들추게 하는 못된 이름입니다.

카가는 일본으로서는 종전(終戰) 70주년을 기념할 만한 2차 대전 당시의 최대 항공모함이고, 미 해군에게 처절하게 침몰당한 와신상담(臥薪嘗膽)의 다른 이름입니다. 73년 전 미드웨이 해전에서 침몰 당하기에 앞서 카가는 중국 침략의 주력으로 나서 중국에서는 ‘악마함’으로 불렸습니다.

일본이 여러 이름 놔두고 하필 카가를 이즈모급 2번함에 붙였으니 중국의 심기가 불편할 만합니다. 게다가 카가는 이즈모와 함께 중일 영유권 분쟁 해역에서 기함(旗艦)으로 활약할 배입니다. 중국의 분노가 더더욱 이해가 갑니다.

● 중국, 초음속 대함 미사일 무력 시위

화난 중국이 대함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습니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도 만드는 중국에서 대함 미사일 시험 발사는 대수로운 일도 아닙니다만 중국 관영 언론들은 “카가를 격침할 초음속 대함 미사일 시험 발사”라고 선전했습니다.

시험 발사는 카가가 진수된 지난 달 27일 중국해에서 실시됐습니다. 중국 해군 함정 100 여척이 참가한 해상 훈련에서 푸저우 함이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그런데 이 푸저우 함과 대함 미사일이 독특합니다. 중국제가 아닙니다.

푸저우 함은 소련이 해체될 때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사들인 만재배수량 8480톤의 대형 구축함인 소브레메니(Sovremennyy)급입니다. 소브레메니급에는 썬번(Sun burn)이라고 불리는 초음속 순항 미사일 SS-N-22 8발이 탑재됐습니다. 바로 이 SS-N-22를 발사한 것입니다. 최대 사거리는 120km입니다.

● “카가는 푸저우의 SS-N-22 정도면 된다”

푸저우는 항저우급 2번함입니다. 중국 해군의 현대화 계획의 상징과도 같은 배입니다. 1996년 러시아로부터 진수 직전의 소브르메니급 2척을 들여와 항저우를 먼저 지어 진수했고 이어서 푸저우를 건조했습니다. 이어 3번함 타이저우와 4번함 링보는 1, 2번함을 베껴서 전력화했습니다.

중국 해군 현대화 2번함이 나서 일본 이즈모급 2번함에 ‘한방’ 먹이는 훈련을 한 셈입니다. “믿고 쓰는” 소련제 함정과 소련제 미사일로 일본의 야욕에 경고를 한다는 의미보다는 카가 정도는 선령(船齡)이 좀 된 푸저우가 나서서 해결해도 된다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중국에는 항공모함인 랴오닝도 있고 푸저우보다 큰 함정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원자력 잠수함도 보유한 중국입니다. 일본의 이름 짓기 놀이는 화가 나지만, 자존심은 지키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수법 같습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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