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인터뷰] 추성훈 UFC 서울 상대는 생리학석사의 지성 파이터

강대호 2015. 9. 3. 08: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유도 –81kg 금메달리스트 아키야마 요시히로(한국명 추성훈·40·일본)는 제5대 UFC 라이트급 챔피언 벤슨 헨더슨(32·미국)과 함께 대표적인 종합격투기(MMA) 한국계 스타다.

추성훈은 오는 11월 28일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UFC 서울’의 웰터급(-77kg) 경기로 알베르투 미나(33·브라질)를 상대한다. UFC는 1993년 11월 12일 ‘UFC 1’을 시작으로 모두 332번의 흥행을 주최했다. ‘UFC 서울’은 340번째 대회이자 22년 UFC 역사 최초의 한국 개최다.

UFC 1전 1승 및 MMA 11전 11승의 미나는 전승·무패의 전적이 인상적이나 한국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MK스포츠는 ‘UFC 아시아’의 협조를 받아 해당 선수를 서면 인터뷰했다.

미나의 별칭은 ‘신의 병사(Soldier of God)’다. “나는 기독교 신자”라고 종교적인 의미임을 언급한 미나는 “만 23세였던 2005년 영국 런던으로 이주했다. 나이트클럽 같은 곳은 얼씬도 하지 않고 휴일이면 항상 교회를 가니 주변에서 ‘교회소년(Church Boy)’이라고 불렀다”면서 “당시 내게 격투기를 지도하던 코치가 여기서 착안하여 ‘신의 병사’라는 수식어를 만들어줬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브라질유술(주짓수) 3단인 미나는 유도 2단이기도 하다. 추성훈은 유도 선수로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아시아경기대회를 제패한 바 있다.

“MMA는 물론이고 유도 경력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나를 추성훈의 열혈팬이라고 해도 좋다”고 털어놓은 미나는 “UFC에서 유도가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존재에 대한 특별한 존경심과 경의를 갖고 있다”면서 “추성훈을 UFC 옥타곤에서 상대할 수 있어 큰 영광”이라고 감회를 밝혔다.

미나는 MMA 선수임에도 스포츠과학으로 학사, 생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학구파다. “모든 격투기 종사자들이 ‘난 단지 파이터’라는 생각에 자신을 한정 지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기 계발과 지식 향상은 평생의 과제”라고 강조한 미나는 “학문적인 성취가 MMA 경력에도 도움이 됐다. 아무래도 나의 몸을 더 잘 알 수 있다”면서 “물론 승리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이기겠다는 강렬한 의지다. 그러나 각종 지식은 과학적인 원리로 현명하게 경기를 최대한 올바르게 준비할 수 있게 한다”고 자신의 학업이 격투기와 무관하지 않음을 말했다.

미나(왼쪽)가 ‘UFC 파이트 나이트 48에서 펀치를 가하고 있다. 사진=’UFC 아시아‘ 제공

브라질 출생으로 지금은 홍콩에서 활동하는 미나는 앞서 언급된 영국 런던 외에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그리스 등에서도 거주한 바 있다. “어느덧 격투기 선수이자 지도자 경력이 12년째다. 그동안 경기 출전과 코치, 각종 교육과 세미나 등을 위해 총 32개국을 경험했다. 다양한 문화와 사람을 만나고 겪어봤다”고 돌아본 미나는 “한국은 처음이나 두렵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국가를 방문하는 것은 내게 동기부여가 된다”면서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국은 강력한 유도가를 많이 배출했다. MMA에서도 신체적으로 준비가 매우 잘 된 선수들이 많다. 한국을 방문하여 문화적인 현상과 그 뿌리 그리고 격투기술에 대해 배우고 싶다”고 흥미를 보였다.

미나도 인정했듯이 추성훈은 UFC에서 유도기술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극히 드문 선수 중 하나다. 그러나 미나의 그래플링 경력도 만만치 않다. 아시아·유럽의 각종 주짓수 대회는 물론이고 범미주레슬링선수권대회 예선과 브라질레슬링선수권대회에서 입상한 바 있다.

“물론 그래플링 역량에 대한 자부심은 크다”고 인정한 미나는 “그러나 MMA는 1차원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면서 “나의 입식 타격 실력도 믿는다. 실전에서 그래플링과 균형을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래플링에만 집착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추성훈은 한국과 일본 시장을 아우르는 슈퍼스타다. 특히 한국에서는 MMA 선수에 국한되지 않고 방송인으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대단하다. 미나는 “추성훈을 UFC 입성하기 전 유도 선수와 일본 격투기 무대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익히 알고 있었다. 대중적인 인기 역시 인지한 지 오래다. 이번에 상대할 수 있어 영광”이라면서도 “그러나 두렵지는 않다. 옥타곤 안에는 단둘만 남는다. 평생 훈련한 기술을 서로 겨룰 뿐”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설령 추성훈이 한국의 스타가 아니라도 한국인-타국인 구도의 대결이기에 경기 당일 ‘올림픽체조경기장’의 응원은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MMA 경력에서 승리가 유력하게 점쳐지거나 관중이 내 편이었던 사례는 극히 적었다. 거의 모든 경기에서 나는 외국에서 온 ‘이방인’이었다”고 회상한 미나는 “충실한 준비만 된다면 야유는 변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 관중이 설령 적대감을 표출한다고 해도 영향을 받지 않도록 최대한 경기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승리할 가능성이 적은 ‘약자’로 여겨지는 것을 대단히 좋아하고 오히려 즐긴다”고 대담한 면모를 드러냈다.

추성훈(왼쪽)과 미나(오른쪽)가 ‘UFC 서울’에서 대결한다. 사진=‘UFC 아시아’ 제공

그러나 미국 MMA 전문매체 ‘파이트 매트릭스’가 기록·통계에 근거한 자체기준으로 산정한 순위를 보면 미나는 UFC 웰터급 64위로 85위인 추성훈보다 높다. “내가 전승·무패라고는 하나 이제 11전으로 추성훈이 21전에 비하면 절반 정도”라고 겸손함을 나타낸 미나는 “이러한 경험이 기록이나 통계보다 더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면서 “UFC처럼 높은 수준의 대회에서는 옥타곤 안의 확률은 50%만이 존재한다. 승리하느냐 패배하느냐”고 강조했다.

추성훈은 UFC 입성 후 UFC 미들급(-84kg) 8위 마이클 비스핑(36·영국)과 제4대 UFC 라이트헤비급(-93kg) 챔피언 비토르 베우포르트(38·브라질), 제3대 스트라이크포스 미들급 챔피언 제이크 실즈(36·미국) 같은 강자를 상대했다. 미국 진출 전에도 각각 2006년 프라이드 –83kg 토너먼트 챔피언과 준우승자인 미사키 가즈오(39·일본)와 데니스 강(38·캐나다), 전 쇼타임 –85kg 챔피언 멜빈 만후프(39·네덜란드) 등 쟁쟁한 선수들과의 경기가 화제였다.

미나는 “추성훈의 다채로운 경험은 인정하나 겁을 내진 않는다. 아마 그도 베우포르트 등을 만났을 때 나와 같은 질문을 받고 비슷한 답을 했을 것”이라면서 “나도 무도가로 살아오면서 나름의 명성도 얻었고 상대와 대회의 수준과 질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상대로 정해지기 전 이미 추성훈의 모든 MMA 경기를 봤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격투 스타일이다. UFC 입성 전부터 맞대결을 꿈꿔왔다”고 ‘UFC 서울’이 주는 의미를 설명한 미나는 “직전 경기도 정말 좋았다. 아미르 사돌라흐(36·미국)의 타격 능력은 과소평가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추성훈은 3라운드 내내 우위를 유지하면서 승리했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추성훈이 한국의 슈퍼스타인 만큼 미나라는 무명이 ‘UFC 서울’ 상대로 정해진 것에 대한 팬의 불만이 없을 수가 없다. 유명 강자와의 대결이 아닌 것에 대해 아쉬움도 상당하다.

“한국팬의 감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빅네임’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시작부터 스타인 존재는 아무도 없다. 단계를 거치게 마련이다. 추성훈도 나의 조국인 브라질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 UFC 챔피언 경력자인 베우포르트의 상대로 낙점되자 브라질에서는 잘 모르는 추성훈에 대한 과소평가가 일반적이었다. 그나마 베우포르트-추성훈은 제삼국인 미국에서 열렸지 않나”고 설명한 미나는 “내가 추성훈의 상대라 실망한 한국팬에게는 그저 안타까운 감정뿐이다. 그러나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약속할 수 있다. 경기가 끝나면 ‘UFC 서울’을 지켜본 이들이 나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존중을 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지금 내 마음에는 오직 추성훈과의 대결뿐이다.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잘해가지 않으면 한국 MMA 애호가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심판이 나의 손을 들어 올리고 승리자가 되어 옥타곤을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dogma01@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