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베이에서 만난 사람] 日 잔혹사 김하늘,이젠 울지 않겠다

2015. 9. 3.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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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오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김하늘.

한화금융클래식 개막 하루 전인 2일 저녁. 김하늘은 가족과 함께 대회장 인근 식당에서 낙지 요리로 저녁 식사를 즐겼다. 투어 경력 10년차 베테랑이라지만 첫날 경기를 앞두고 느긋하게 저녁을 즐기는 모습은 의외였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적응에 실패해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주변의 수근거림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김하늘에게 이번 한화금융클래식은 올해 들어 벌써 5번째 국내 대회 출전이다. 올시즌 그녀는 이미 E1 채리티 오픈(5월)과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7월),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7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7월)에 출전했다. 잦은 국내 대회 출전이 후원사와의 계약조건 때문이냐는 질문에 김하늘은 “아니요. 한국에만 오면 마음이 편해져서요”라고 대답했다.

한국이 편하다는 것은 일본이 불편하다는 의미다. 김하늘은 “일본은 언어 문제도 있고 아직 적응도 안돼 불편한 면이 있다”고 수긍했다. 캐디도 한국 말로 웃고 떠들 수 있는 한국인 캐디를 쓰고 있다고 했다. JLPGA 첫 경기인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때 일본인 캐디를 고용했으나 경기를 하는 5시간이 너무 지루했다고 한다. 말이 안통하다 보니 땅만 보고 걷는 날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랬다. 김하늘은 지금 자신과 뜨겁게 투쟁 중이다. 국내 무대를 호령했던 과거와 달리 김하늘은 지금 일본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버티고 있다. 일본행을 결정했을 때 이런 어려움은 예상치 못했다. KLPGA투어에서 뛰던 동료들이 쉽게 일본으로 건너가 우승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겉만 보이는 현실은 많은 것을 숨기고 있었다.

김하늘은 일본에서 거리가 딸리는 것도 아니고 커리어가 부족한 것도 아닌데 도통 성적이 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전미정, 신지애 등 둉료들에게 SOS를 쳤다. 하지만 그들의 대답은 똑같았다. 전미정은 일본 진출 첫 해 상반기 시합을 끝내고 귀국하려 했다는 것, 신지애도 일본 진출 초기 미국으로 돌아가려 했다는 경험담을 들려줬다. 결론은 “첫 해는 누구나 힘드니 참고 견디라”였다. 당연히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고 바로 가서 통하리란 생각은 욕심이었다.

김하늘은 부진의 원인을 한국과 다른 기후에서 찾았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비와 바람이 잦다. 일본 선수들은 그런 환경에 적응이 돼 날씨가 궂어도 스코어에 지장을 덜 받는다. 반면 한국에서도 비와 바람에 약했던 김하늘은 악천후 때 이븐파를 치면 잘 되는 날이었다. 여기에 현지 코스에 대한 적응도 문제였다. 일본은 페어웨이 양 쪽에 침엽수림이 도열해 있는 골프장이 많아 시각적으로 페어웨이가 좁아 보였다. 잔디 종류도 다양했고 억셌다. 그린의 잔디도 결을 많이 탔다. 그런 걸 모르니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

김하늘은 지난 6개월 간 일본에서 경기를 마치면 호텔로 돌아와 매일 울었다고 한다. 기사에 딸린 댓글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경기 끝나고 3시간씩 퍼팅 연습을 해도 나아지지 않자 “왜 안될까?”에서 “난 안돼!” “하면 뭐해!”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다리겠다고 했다. 머릿 속에서 과거의 영광을 지웠고 욕심으로 가득 찬 마음도 비웠다고 했다. 김하늘의 일본투어 상금랭킹은 78위다. 남은 경기에서 순위를 50위 안으로 끌어 올려야 내년 시드가 보장된다.

김하늘의 잦은 한국행은 쓰러지려는 자신을 일으켜 세우려는 몸부림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그녀는 “한국에만 오면 잘 할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한화금융클래식을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 했다. 코스를 돌아 보니 해볼만 하다고 했다. 그리고 “열심히 하고 있다. 도전하고 있으니 그 도전을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하늘이 가을 문턱으로 들어선 태안의 푸른 하늘 아래서 희망과 자신감을 길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 [태안=헤럴드스포츠 이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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