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총선에 떠밀린 국정감사, 물국감 자초(?)

황보람 기자 2015. 9. 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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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보람 기자] [[the300]]

"도대체 어떻게 준비하라는 것인지···"

2015년 국정감사 일정이 9월 10일로 확정되자 한 야당의원 보좌진이 한 말이다. 국감 준비기간이 촉박해 제대로 된 국감이 이뤄지겠느냐는 푸념이다. 국감 시기를 두고 9월(새누리당)과 10월(새정치민주연합)을 저울질 하던 여야는 지난달 말에야 '추석을 낀 앞뒤 20일'로 국감 일정을 확정했다.

야당 보좌진들의 허탈감이 더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당내에서는 이미 10월 국감을 고수하겠노라고 보고까지 마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감은 정치권 찌라시로 나돌던 그 어떤 일정보다 빠른 9월 초로 낙점됐다.

이번 국감 일정이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결정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국감을 보다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하고 지역구에 내려가 총선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 효율적이다.

한때 '철저한 국감'을 모토로 '분리국감'을 추진했던 국회는 이처럼 본의 아니게 물리적 분리국감을 성사시켰다. 여파는 보좌진들에게 가장 먼저 밀려온다. 촉박한 시간에 국감 준비를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여당 비서관은 "사실상 자료를 요구하고 국감 질의서를 만드는 것은 보좌진의 몫이고 의원은 '갖고 와'라는 말 한마디면 된다"며 "준비기간이 촉박해 가장 애를 태우는 것은 보좌진들"이라고 말했다.

국감 일정이 확정되면 보좌진들은 자료를 쥐고 있는 정부 공무원들과 전쟁을 시작한다. 정부 부처에서는 요구 자료의 핵심은 들어낸 채 교묘하게 가공해 제출하거나 이마저도 시간을 끌어 '재요구'를 원천 차단하기도 한다. 국감 준비 기간이 촉박해선 충실한 국감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자료 제출 비협조로 악명 높은 정부기관들도 있다. 특히 '교육부'가 손에 꼽히는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관계자는 "필요한 자료는 '학생 개인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고, 부처에 유리한 자료는 이름도 안 지우고 통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국감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사전 국감'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총선에 밀린 국감이 못내 씁쓸하다. 의원들이 화끈한 폭로 사진 한장을 들고 언론 앞에 서는 것보다, 국회에서 자료를 요구하고 미비점을 지적하고, 시정하는 과정 자체가 실질적 국감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말이다.

황보람 기자 bridg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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