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로 위장까지..불법 스포츠 도박의 진화

2015. 9. 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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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DB
페이지 바꾸는 수법으로 단속 피해
2년간 운영…240억 부당이익 챙겨
불법 스포츠 도박의 그림자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3일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위탁·운영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및 도박개장)로 사이트 총괄 운영자인 박모(45) 씨를 비롯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위탁자 3명을 구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건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여성의류쇼핑몰로 위장해 더욱 부각됐다. 박모 씨를 비롯한 이들이 운영한 사이트는 도메인을 통해 접속하면 여성의류쇼핑몰 사이트로 보이지만, 회원 가입 후 접속할 경우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로 바뀐다. 페이지를 바꾸는 수법으로 그동안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해온 것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조직의 조직원인 황모 씨 등 6명과 도박에 나선 오모 씨를 비롯한 4명 등 총 15명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이트 운영에 사용될 대포통장을 제공했던 김모 씨 등 무려 99명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갈수록 커지는 불법 스포츠 도박

불법 스포츠 도박의 규모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스포츠토토와 불법 스포츠 도박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베팅금액이다. 스포츠토토는 해당 종목·경기에 대한 베팅금액을 최대 1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무분별한 베팅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반면 불법 스포츠 도박은 베팅금액에 제한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탕’을 노리는 이들에게는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또 불법 스포츠 도박에는 일반인뿐 아니라 현역 선수들도 연루됐다는 소식이 4∼5년 전부터 꾸준히 들려오고 있어 스포츠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기고 있다. 또 유명 연예인들까지 연루돼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적발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서 베팅에 오간 금액의 규모도 상당하다. 경찰은 박 씨 등이 2년간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30곳을 운영하면서 1354억원의 베팅 금액을 대포통장 계좌로 입금 받았으며, 총 240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겼다고 밝혔다.

● 진화하는 불법 스포츠 도박

놀라운 속도로 팽창해온 불법 스포츠 도박은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인터넷, 스마트폰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회원 가입을 하고 베팅에 참여할 수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불법 스포츠 도박 단속에 많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성의류쇼핑몰로 둔갑했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생겨났듯 단속을 피하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배보성 경위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쇼핑몰로 둔갑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 접속 화면을 봐서는 구분이 가지 않는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계속 감시를 하니까 이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이어 “2013년부터 운영되어온 사이트다. 2년 가까이 운영되면서 회원수도 꽤 됐다. 이번 사건과 같이 다른 업종으로 둔갑해 단속에 걸린 사이트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벌써 2년 전에 이런 수법이 사용되었으니 곳곳에 둔갑해 있는 사이트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 스포츠 도박 근절을 위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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