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난민촌 된 부다페스트 켈레티역..'독일행 좌절' 울부짖어

입력 2015. 9. 3. 04:36 수정 2015. 9. 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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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묶인 3천여명 광장·역사 가득 메운 채 노숙..항의 시위 잇따라 "독일은 환영한다는데 헝가리 정부가 왜 막나" 성토

발 묶인 3천여명 광장·역사 가득 메운 채 노숙…항의 시위 잇따라

"독일은 환영한다는데 헝가리 정부가 왜 막나" 성토

(부다페트스=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저머니! 저머니!" "프리덤! 프리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동부역인 켈레티 역 앞의 중동 난민들은 2일(현지시간) 역사를 막아선 경찰들 앞에서 영어로 '독일'과 '자유'를 목청껏 외치며 울부짖었다.

역사 앞 도로로 뛰쳐나갔다가 곤봉을 들고 헬멧을 쓴 진압경찰들에 밀려 광장으로 돌아온 한 시리아 난민은 "독일은 환영한다고 했는데 왜 헝가리 정부는 못 가게 하느냐"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헝가리 정부가 전날부터 여권과 유럽연합(EU) 비자를 받은 이민자들만 '난민열차' 탑승을 허용하겠다며 사실상 독일행을 차단하자 켈레티 역은 난민촌으로 바뀌었다.

발이 묶인 난민 3천여명이 노숙하는 역 앞 광장 곳곳에선 이틀째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성난 젊은 남성들이 도로를 막고 구호를 외치자 경찰과 가벼운 몸싸움도 벌어지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긴장은 오후 기도시간에 잠시 수그러들었다. 남성 100여명은 경찰들 앞에서 메카를 향하고 기도를 올렸다. 그러나 기도가 끝나자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일제히 외치며 다시 항의 시위를 이어갔다.

다만 역 앞 광장과 지하철 역사를 가득 메운 난민 대다수는 기나긴 피란길에 지친 듯 자리를 깔고 앉아있거나 드러누웠다.

텐트가 없는 난민들은 담요로 햇볕을 가리고 길바닥에 어린 아이를 눕혔다. 광장에 설치된 간이화장실은 6칸에 그쳤고 악취가 코를 찔렀다.

예닐곱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역 주변을 맨발로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한 방송사 중계차에서 전기를 빌려 스마트폰을 충전하던 시리아 난민 아흐마드는 기사를 검색하고 있었다며 "독일이 정책을 바꾸기 전에 기차를 타야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는 독일행 열차편이 차단되고서 차량으로 독일행을 알선하는 브로커가 있다는 소문도 있지만 돈이 충분하지 않아 기차표를 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차를 몰고 왔다는 시리아 출신 약사는 길바닥에 여성용품과 화장지, 비상약 등을 늘어놓고 난민들이 집어가도록 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이 남성은 "시리아가 전쟁 중인데 어떻게 여권이나 비자를 받을 수 있겠느냐"며 "독일로 가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 켈레티 역에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이란 등에서 온 불법 이민자들도 많은데 시리아 난민만 우선 수용한다는 EU 정책으로는 난민사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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