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첫승.. 19세 정현, 큰 걸음 내딛다

뉴욕(미국)/최인준 기자 2015. 9. 3.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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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테니스 1회전 통과.. 한국선수론 이형택 이후 7년만의 쾌거] 호주 덕워스를 3대0 완파.. 최소 8000만원 상금 확보 이형택 "한국 테니스史에 의미있는 승리다" 축하 -내일 2회전 상대는 바브링카 세계 5위, 올 佛오픈 챔피언 정현 "기죽지 않고 도전할것"

한국 테니스는 4대 메이저 대회 중에서 US오픈과 인연이 깊다. 1981년 이덕희(62) 여사가 한국인 최초로 그랜드슬램 여자 단식 16강을 달성했고, 이형택(39)이 2000년 대회 남자 단식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여기에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19)이 올해 열린 US오픈에서 '전설'의 계보를 이을 만한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

세계랭킹 69위 정현은 2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국립테니스센터 15번 코트에서 열린 US오픈(총상금 4230만달러)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제임스 덕워스(95위·호주)를 3대0(6―3 6―1 6―2)으로 꺾고 메이저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한국 선수로는 2008년 프랑스오픈에 나섰던 이형택 이후 7년 만에 메이저 대회 본선 승리를 거두는 쾌거를 이뤘다. 뉴욕 한인들의 응원을 받은 정현은 주먹을 불끈 쥔 채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2회전 진출에 성공하며 상금을 6만8600달러(약 8122만원)까지 확보했다.

정현은 경기 후 "경기 전 코치님과 '지든 이기든 코트에 다 쏟아붓고 오자'고 다짐한 게 힘이 됐다"며 "목표였던 메이저 1승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고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정현은 1시간36분 만에 무실세트로 깔끔하게 경기를 끝냈다. 정현은 두 달 전 윔블던 1회전에서 마음껏 공격을 펼치지 못하고 패했던 한을 풀 듯 '서브 앤드 발리(서브 후 네트로 달려가 공격)'를 구사하며 상대를 압박했다. 평소 베이스라인에서 머물며 스트로크 위주로 승부하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었다. 정현은 강서브가 장기인 덕워스를 상대로 6차례나 서브 게임을 뺏어왔다. 팔색조처럼 다양한 코스로 공을 보내는 위닝샷도 일품이었다. 정현은 "평소 연습한 것의 100%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아직 10대인 정현은 올해 한 시즌에 첫 세계 100위 진입, 메이저 첫 승 등을 모두 이루며 '우상' 이형택의 기록을 최소 4~5년씩 단축했다. 국내에서 소식을 접한 이형택은 "한국 테니스 역사에 의미 있는 승리"라며 "(메이저 첫 승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자산이고 어린 주니어 선수들에게는 큰 자극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은 아버지(정석진 삼일공고 테니스부 감독)와 형(정홍 건국대 테니스부 선수)이 테니스 선수로 활동한 '테니스 가족' 출신이다. 12세 때 각종 국제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할 당시만 해도 그는 많고 많은 '주니어 유망주'에 불과했다. 그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2013년 윔블던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 주니어 남자 단식을 준우승하고 난 뒤부터였다. 이 대회는 여러 가지로 정현의 테니스 인생을 바꿔 놓았다. 정현은 큰 무대에서 자신보다 덩치가 크고, 경기 운영이 좋은 또래 선수들과 겨루면서 세계 무대로 눈을 돌리게 됐다.

이후 프로 투어에 뛰어든 정현은 스트로크의 정확도와 위력 면에서 세계 수준에 오르기 위해 맹훈련을 했다. 마른 편이었던 정현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하며 서양 선수에 밀리지 않는 체격(186㎝·83㎏)도 갖추게 됐다.

정현은 4일 열리는 단식 2회전에서 올해 프랑스오픈 챔피언이자 세계 5위인 스탄 바브링카(스위스)와 대결한다. 정현이 지금까지 상대한 선수 중 최상위 랭커다. 메이저 2승을 기록 중인 바브링카는 풋워크가 좋고 특히 한 손 백핸드임에도 투어 선수 중에서 가장 정확하면서 강하게 공을 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현은 "직접 경기하는 걸 본 적은 없지만 TV 중계로 본 바브링카의 공은 묵직했다"며 "하지만 기죽지 않고 남은 경기에 에너지를 모두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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