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다쳤는데 달려가지 못하고.. 일과 육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
서울의 한 구청에 근무하는 워킹맘(Working Mom·일하는 여성) 천모(45)씨는 아이가 5살 때 경기도 김포에 있는 친정집에 아이를 맡겼다. 그러다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됐을 때 함께 살기 위해 김포로 이사를 갔다. 가족이 어렵게 재결합했지만 원거리 출퇴근으로 천씨는 아이 볼 시간이 거의 없었다. 아이는 매일 집 밖으로 나가 지냈다. 학원이 밤 11시쯤 끝나도 친구들과 어울리다 새벽 1∼2시나 돼야 귀가했다. 직장생활을 하던 아이 아빠도 서울 강동구에서 김포로 출퇴근하다 보니 육아에 거의 신경을 쓰지 못했다.
아이가 점점 이상해지자 천씨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기로 마음먹고 중학교 1학년 2학기 때부터는 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마중을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아이는 마중 나온 엄마를 본체만체하며 외면했다. 천씨는 그래도 꾸준히 아이를 기다렸고, 몇 달이 지난 뒤에야 아이는 천씨가 내민 손을 잡고 귀가할 수 있었다.
국내 한 대기업(제조업) 팀장인 김모(43)씨는 출산 이후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아이를 돌봐주기로 한 시어머니는 서울살이에 지쳐 2주도 되지 않아 시골로 돌아갔다. 결국 서울 잠실에서 아이를 봐주기로 한 친구가 살고 있는 경기도 산본으로 이사까지 했다. 그러나 이 친구도 남편 직장 따라 9개월 만에 외국으로 떠나버렸다. 김씨는 다시 회사 근처에 작은 전세를 얻어 이사했다. 남편은 김씨보다 퇴근이 더 늦었기 때문에 육아는 모두 그의 몫이었다. 특히 김씨는 일이 늦어지면 초등학생인 아이를 회사로 불러 숙제를 시켰다. 회식이 있는 날이면 부서장인 김씨가 빠질 수 없어 회식자리에 데리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지상파 방송국 사원으로 일하는 이모(36)씨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된다. 동 트기도 전에 집안 청소와 빨래, 설거지를 하고 아기 젖병까지 소독하면 150일 전 태어난 둘째 아이에게 아침 수유를 한다. 모든 일을 마치고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설 땐 온 몸이 땀에 젖어 있다. 그러나 이씨는 근무 중에 아이가 다쳤다는 연락을 받고도 당장 달려가지 못하는 처지가 한스러워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올해 롯데워킹맘 수기 공모전에 당선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롯데는 지난달 31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수기 공모전 입상자들에 대한 시상을 진행했다. 롯데 관계자는 “워킹맘들의 생생한 사례들은 많은 사람에게 큰 감동을 줬다”며 “롯데는 워킹맘들이 육아와 가사로 인한 어려움에서 벗어나 주어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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