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와 갈등 빚는 국가정상 잇단 만남..중, 독자 외교노선 구축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후 최대의 정치적 이벤트가 될 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 49개국 정상과 정부 대표들이 2일 베이징에 속속 도착했다. 시 주석은 열병식 외교를 통해 역사적 교훈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역설하면서 미국에 맞설 명실상부한 ‘슈퍼 파워’로 등극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동은 미·일 군사동맹 확대에 맞서 양국 간 신밀월 관계를 한층 심화시키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일 신화통신 및 타스통신과의 공동회견에서 “양국 관계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방중을 통해 수백조원대로 추정되는 서부노선 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부 시베리아에서 중국 서부 지역으로 대량의 가스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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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보] ‘중국, 최대 규모 열병식 개최
시 주석은 다른 열병식 참석 정상들과도 숨가쁜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1일에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수단의 오마르 알 바시르 대통령, 2일에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만났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온 인물이며 바시르 대통령은 대량학살과 반인도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의해 지명수배된 인물이다. 엘시시 대통령이 민주정부를 쿠데타로 무너뜨리자 미국은 한때 이집트 원조를 중단하기도 했다. 시 주석이 이들을 전승 70주년 행사에 초청한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을 견제하면서 독자적인 외교노선을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이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하는 것은 자국이 미국, 영국, 소련과 함께 연합군 일원으로 일본의 항복을 받아낸 2차 세계대전 승전국이지만 떳떳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소외감이 깔려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당 기관지 환구시보는 “열병식에 참석하는 국가들을 통해 중국은 2차 세계대전 기간에 아시아 전장에서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며 부상하는 중국의 지위를 평가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새로운 집단안보기구를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온 만큼 열병식을 통해 한층 탄력이 붙을 수도 있다.
시 주석은 친밀, 성실, 혜택, 포용을 뜻하는 친성혜용(親誠惠容)을 주변국 외교 이념으로 천명해 왔다. 중국과 이웃 나라는 공동운명체임을 강조한 것이다. 주변국들에 당근을 제시하면서 중국의 세력권에 묶어두려는 의도는 열병식 외교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1일에는 카자흐스탄, 2일에는 우즈베키스탄과 벨라루스 등 중앙아시아 국가 정상들과 만나 중국의 신경제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추진을 위한 협력 강화에 주력했다. 2일 맘눈 후세인 파키스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중·파키스탄 경제회랑 프로젝트를 정해진 시간 내에 완료하기로 합의했다. 이 프로젝트는 460억달러 규모로 중국 서부 신장자치구와 파키스탄의 아라비아해 항구인 과다르항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시 주석은 3일 열병식 연설에서 역사적 교훈을 강조하면서 일본을 겨냥하고 신무기로 무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과거 전쟁의 고통을 잊으면 또다시 전쟁이 일어날 것”이란 이유를 내세우지만 날로 커지는 중국의 패권욕에 대한 경계감이 열병식을 계기로 더 고조될 수도 있다.
<베이징 | 오관철 특파원 ok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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