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플러스] 전국민 우롱한 '우측보행' 조작 보고서..탁상행정 헛돈

김진일 2015. 9. 2.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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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또 한가지가 있습니다. 정부는 5년 전에 좌측이었던 보행기준을 갑자기 우측으로 바꿨죠. 당시 우측보행이 훨씬 좋다는 보고서까지 제시하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그런데 JTBC 취재 결과, 이 연구보고서 자체가 왜곡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진일 기자가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기자]

[우측보행 홍보 영상 (2010년) : 지금 오른쪽이신가요? 대한민국은 지금 우측보행 중입니다. 함께하면 더 편리하고 안전합니다. 함께해요 우측보행.]

5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곳곳에 표시된 우측보행 안내를 따라 움직입니다.

[시민 : 스티커 같은 걸로 이렇게 안내가 되고 있으니까]

하지만 우측보행이 제대로 잘 지켜지진 않습니다. 북적이는 거리에서 사람들은 일정한 방향 없이 자유롭게 걸어다닙니다.

시민들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좌측보행 때 만든 에스컬레이터 때문에 오히려 동선이 꼬이기도 합니다.

[시민 : 딱히 더 편리해졌거나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2010년 7월 정부는 기존 좌측이던 보행 기준을 갑자기 우측으로 바꿨습니다.

당시 국토해양부으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은 한국교통연구원의 보고서가 근거였습니다.

[우측보행 홍보 영상 : 뇌파측정 실험결과 우측보행을 할 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알파파가 많이 발생했으며…]

취재진은 당시 뇌파 실험을 직접 진행한 연구원을 만났습니다.

[당시 실험 연구원 : 주행과 보행이 같은 방향으로 일관됐을 때와 서로 교차됐을 때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이었죠.]

다양한 통행 방법에 따른 뇌파실험이었는데, 우측보행이 뛰어난 것으로 조작됐다는 겁니다.

보고서에 등장한 실험대상자 수나 심박수 데이터 수치도 원본과 달랐습니다.

[당시 실험 연구원 : 실제 우측보행 좌측보행 할 때 변화가 있을까 차이가 있을까 궁금해서 그 결과는 논문에도 나왔다시피 차이가 없는 걸로 나왔습니다.]

우측통행 시 좌측통행보다 소통이 더 원활했다는 보고서 실험도 왜곡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험 당시 우측통행에 유리하게 오른쪽 문만 이용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김범준 교수/성균관대 물리학과 : 실제 문의 위치 같은 걸 고려하지 않고 이 상황에서 시뮬레이션 한 다음에 따라서 우측보행이 좋다고 결론 내리는 건 말이 안 되죠.]

당시 정부가 '좌측통행이 일제의 잔재'라고 적극 홍보한 것도 근거를 찾을 수 없습니다.

특히 우측이나 좌측 등 한쪽으로만 통행을 규제할 때 길이 더 막힌다는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김범준 교수/성균관대 물리학과 : 모든 사람들이 곧이곧대로 우측통행만 하면 오히려 일부의 사람들이 보행규칙을 따르지 않는 것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거죠.]

지난해 한 보험사의 분석 결과, 이면도로에서 우측보행을 할 경우 좌측보행보다 사고율이 2.5배나 높았습니다.

5년 전 우측보행을 추진했던 정부 관계자들은 책임 미루기에 급급합니다.

[당시 국토해양부 관계자 : 왜곡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지금) 담당하는 분이 있을 텐데.]

[김성윤/문화사회연구원 : 전형적인 전시행정 아닌가 생각되고요. 순간적으로 각종 행정적인 역량들이 집중됐다가 시민들의 관심이 사라질 때쯤이면 흐지부지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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