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신주 박사 "도처에 '을'끼리의 폭력, 치유책은.."

손석희 입력 2015. 9. 2. 20:51 수정 2015. 9. 2. 22: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아이들이 저지른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면서, 그 아이만 탓할 수 있는 것인가. 어른들이 되돌아봐야 할 일은 없는가 하는 생각 많이들 하실 것 같습니다. 지난해 마지막 날 저희 뉴스룸에 대담자로 나와서 사회적인 분노가 해소되지 않으면 약자인 이웃들끼리 공격하기 쉽다는 비관적인 예측을 던져놓고 들어간 철학자가 있었지요. 사실 요즘 따지고 보면, 보복운전 뉴스라든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그 예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신주 박사인데요. 혹시 그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인지, 잠시 도움 말씀 듣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오랜만입니다.

[강신주/철학박사 : 안녕하세요.]

[앵커]

사실 이렇게 청소년들 사고가 나면 대개 이런 얘기들이 이어서 나옵니다. 그러니까 학교 성적, 또 평소 그 아이의 태도, 이런 얘기를 하면서 이번에도 마찬가지지만 반장이었고 모범생이었는데, 평소에는 또 조용했는데. 왜 어쩌다 그렇게 됐느냐는 얘기들을 쉽게 사실 하기는 하거든요. 뉴스를 그렇게 보도해 드리면서도 좀 뭐랄까요. 반성하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는데.

[강신주/철학박사 : 그러니까 분석을 할 수는 있는데요. 이것이 실질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10년, 20년 정도 교육정책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거라서 그러니까 이걸 그냥 진단으로 툭 던져서 그 부분을 고쳤다고 해서 나아지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10여 년 동안 그 아이로 따지면 십몇 년간 쌓아온 게 터져 나온 거거든요. 그래서 문제는 그 아이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아이의 자리에 많이 들어갈 수 있다라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 사회의 특징 중의 하나가 아주 그냥 강하게, 천박한 자본주의가 지배를 하고 약육강식이 세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문제가 뭐냐 하면 강자가 박수받는 사회거든요. 그 사람이 윤리적이다, 도덕적이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 그러면 강자가 박수를 받으니까 이 사람, 아이들 자체도 강자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 게임 열심히 해서 점수 올리는 것. 아니면 폭력을 행사해서 눈에 띄는 것. 그러니까 강자가 되려는 거거든요. 그래서 우리 사회가 약자를 돌보고 강자를 통제만 할 수 있으면 그 1등한테 무작정 박수만 안 쳐준다면 누구나 다 꼬맹이들은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1등 되고 싶다. 그런데 그것이 왜곡돼서 나타나는데. 우려되는 건 이런 거죠. 초기에는 이걸 약자인 자기 모습이 보기 싫으니 자기를 공격했어요. 그러니까 자살이라는 형태죠. 그런데 이게 그다음 단계로 들어가면 타인을 공격하기 시작하는 거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앵커]

그게 작년 말에 해 주셨던 말씀입니다.

[강신주/철학박사 : 그런 느낌이 사실은 몇몇 사건들이나 주변의 이웃들을 상담하다 보면 깜짝깜짝 놀라요. 중고등학교의 폭력성들에 대해서. 옛날에는 그냥 '내가 약자이고 내가 못났어' 그래서 자기를 공격하고 '나 하나 없어지면 돼' 이랬는데 세상 사람들을 다 없애기만 한다면, 이런 식의 발상까지도 오죠. 특히나 이번 건 같은 경우는 심각한 게 거의 영화감독인 것처럼 자기, 나를 알아줘. 이런 건 진짜 노골적으로 표현한 거죠.]

[앵커]

그런데 뭐랄까요. 이 경우에 빈 교실에서 이런 일을 저질렀기 때문에 어찌 보면 직접적인 다른 학생들한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도…

[강신주/철학박사 : 아니요. 그런 건 아닐 것 같아요. 무기를 쓴다는 건 그 아이가 약하다는 증거고요. 그러니까 소심하다라는 쪽에 가까울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누구와 다툴 때 갑자기 돌을 든다든가 이랬을 때는 약자거든요. 그래서 사람 없는 데를 선택한 거죠. 그러니까 오히려 보니까 TV에서 막 이렇게 동영상에서 SNS나 이렇게 올렸다 그랬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모습에서 자기가 강하고 1등이고 우월하고 이런 느낌을 줬지만 실제 이 아이의 모습을 보면 들킬까 봐 조심조심하는 성격이 큰 거죠. 그러니까 전형적으로 그런 아이예요. 제가 봤을 때는.]

[앵커]

예전에 버지니아 공대 조승희를 참고했다, 이런 얘기를 들으니까 한편으로는 섬찟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뭐랄까요. 좀 안됐다라는 그런 느낌도 없지 않아 들기도 하고.

[강신주/철학박사 : 그러니까 이거 자체도 우리 사회의 언론의 문제이기도 하죠. 언론에서 어떤 안 좋은 사람들이 사실 스타처럼 대접을 받는 그 분위기가 우리가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1차적으로 청소년 때는 모방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아이들이 스마트폰서부터 너무 많이 본다고요. 거기서부터 조회수 높고 부각이 된다라는 이 느낌이 그래서 언론 쪽에서도 잘 생각을 해 보셔야 되고 SNS를 보고 막 실시간이 올라와 댓글 달리고 이런 분위기 속에 아이가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앵커]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사실은 저는 철학자가 예언가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해 왔는데. 작년 말에 하신 말씀대로 그때 한창 갑을관계로 많이 얘기됐었습니다. 그랬더니 을끼리의 폭력이 일어날 수 있다라는 얘기를 해서 사실 조금 많은 분들이 받아들인 분들도 있고 설마 그렇겠냐라고 말씀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런 현상이 많이 목도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강신주/철학박사 : 많죠. 남녀 문제에서부터 김치녀니 이런 문제서부터 지금 제 눈에는 도처에 사실은 보이죠. 그러니까 이 문제가 전반적으로 공동체가 와해됐기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그러니까 완전경쟁이니까 안 돌봐요. 우리 남남인 거죠.]

[앵커]

그렇게 말씀하시면 도대체 그러면 치유책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또 들 수밖에 없는데.

[강신주/철학박사 : 치유책은 하나는 이런 거죠. 그러니까 누구한테 폭력을 행사하려면 누구든지 간에 타인의 고통을 안 느껴야 돼요. 그러니까 지금 애들 교육하고 학원 가고 이런 모습들 한번 본다면 아이들한테 문학, 시, 예술, 이런 교육들을 시켜서 어떤 작가의 속내를 읽는다든가 이런 교육들이 강화돼서 타인만 읽으면 이런 문제는 없죠. 옛날에 어느 시인이 저한테 그랬었는데 시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타인의 목을 조르지 못한다고요. 왜냐하면 타인의 목을 조르려면 제 손에서 그 사람 고통이 안 느껴져야지 졸라요. 그러니까 우리가 술에 취했다든가 모르는 사람이거나 이럴 때 조르잖아요. 그래서 지금 기본적으로 어쨌든 교육의 어떤 방향에서 타인을 읽어낼 수 있는 감수성, 일종의 그런 사회적 감수성이죠. 그것만 만약에 있었다라고 하더라도 지금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죠.]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2일) 도움 말씀 잠깐 들었습니다. 철학자 강신주 박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