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휠 타고 성지순례하는 무슬림 동영상 공개돼 논란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최근 유행하는 전동 휠을 타고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성지순례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논란이 뜨겁다.
이 동영상엔 성지순례 차림의 한 남성이 이슬람 성지 메카의 대(大)모스크(마스지드 알하람)에서 전동휠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성지 순례에선 대 모스크 중앙의 카바 주위를 7바퀴 돌면서 기도 하는 타와프 의식을 치러야 한다. 동영상 속 남성은 타와프 의식을 행하면서 걷지 않고 대신 전동 휠을 탄 것으로 보인다.
걷지 못하는 장애인이나 노인의 경우 성지 순례시 휠체어를 타는 게 허용되지만 이런 전동 휠이 등장한 건 처음이다.
사우디 현지 일간 오카즈는 1일(현지시간) 이와 관련해 대 모스크 관계자를 인용, 다른 순례객을 방해하지 않는 한 전동 휠을 특별히 금지하는 안전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카바 주위를 한 걸음씩 걸으며 경건한 마음으로 종교성을 고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체로 우세한 분위기지만 굳이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사우디 매체 알마르사드는 1일 "전동 휠을 탄 남성이 건강상 걷는데 문제가 없다면 타와프의 본래 취지를 고려할 때 반드시 걸어서 의식을 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무슬림 네티즌은 "타와프 의식을 치를 땐 기도와 알라에 집중해야 하는 데 전동 휠을 타면 균형 잡는 데 더 신경을 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종교지도자들이 하루가 다르게 개발되는 이런 새로운 기기를 종교 행사에 이용하는 데 대한 유권해석을 즉시 내려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고 주문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지난해 성지 순례에선 셀카봉으로 순례 장면을 찍어 소셜네트워크(SNS)에 바로 올리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성지 순례는 무슬림이 지켜야 할 5가지 종교적 의무 중 하나다.
대(大) 순례인 '하지'와 비정기 순례 '움라'로 나뉘는 데 하지엔 매년 300만명이 메카에 모인다. 하지 때는 카바 주변에 사람이 빽빽히 들어차 전동 휠이 무용지물이지만 움라는 한가한 편이어서 충분히 이런 기구를 이용할 수 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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