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타이틀' 초연한 박병호, '어떻게 심장이 그래요'
[일간스포츠 안희수] 박병호(넥센·29)는 지난 1일 목동 LG전에서 시즌 47호 홈런을 쏘아올렸다. 3안타 4타점 3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11-2 대승을 이끌었다. 단연 팀 승리의 1등 공신이었다. 개인적으로는 2년 연속 50홈런 달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한 때 '장군멍군'을 거듭하며 치열했던 박병호와 에릭 테임즈(NC·29)의 홈런왕 경쟁이 한 쪽으로 기운 모양새다. 8월 중순까지 2~4개 차이가 유지됐지만 현재는 박병호가 독주 체제를 갖췄다. 1일 경기에서 테임즈가 침묵하며 격차는 9개로 벌어졌다. 그의 4연속 홈런왕 등극에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던 테임즈마저 큰 위협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박병호는 타이틀을 넘어 2003시즌 이승엽(39·삼성)이 세운 한 시즌 최다 홈런(56개)에 도전한다. 그런데 기록 달성만큰이나 주목되는 점은 레이스에 임하는 그의 태도다. 홈런이 나오지 않아 우려가 쏟아지던 시즌 초부터 경쟁이 고조되던 7, 8월 그리고 홀로 뛰기 시작한 현 시점까지 한결같이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
주변의 시선에 마음 쓰지 않았고 의미 있는 기록 달성에도 초연했다. 4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했던 지난 6월 18일 롯데전이 끝난 뒤에도 그저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밴헤켄의 승리에 도움이 돼 기쁘다"고 했다. 1일 소감과 다르지 않았다. 40홈런을 넘어서며 신기록 달성 페이스를 보였을 때도 "관심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그저 투수와의 승부에 집중하려 한다"고 했다. 연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방문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 사석에서조차 따로 언급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러한 박병호의 행보는 '조심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테임즈가 40홈런-40도루 달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로 보인다. 컨디션 저하와 경쟁 의식, 부담감을 극복하고 '3년 연속 홈런왕', '11년 만에 50홈런 고지'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교훈이 재산이 된 것이다. 박병호도 "항상 이전에 부족했다고 생각한 부분을 염두에 두고 경기에 나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넥센의 남은 경기는 25경기. 신기록 달성을 위해선 2경기에 한 개꼴로 홈런을 쏘아올려야 한다.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박병호와의 정면 승부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물이 오른 그가 심리적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항상 하는 말처럼 한 타석에만 집중 한다. 낙관할 수는 없지만 불가능하지도 않아 보인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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