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도 로봇 시대.."바흐 작품과도 헷갈리네"

허인혜 인턴기자 2015. 9. 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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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리타’ 프로그램. /유튜브 영상 캡처
개발자 도냐 퀵이 ‘쿨리타’ 프로그램이 작곡한 ‘에뛰드’ 곡을 연주하고 있다. / 미국 WSHU 온라인 기사 캡처

인공지능을 활용한 컴퓨터 작곡이 바흐를 위협할 수준이 됐다.

미국 예일대의 컴퓨터공학자가 개발한 작곡 프로그램이 만든 작품이 바흐의 작품과 혼동을 자아낼 정도도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고 미국의 온라인 매체 쿼츠가 지난달 26일자에 소개했다.

‘쿨리타(Kulitta)’라는 이름의 이 작곡 프로그램은 현재 예일대의 컴퓨터공학 강사인 도냐 퀵이 개발했다. 퀵은 쿨리타를 통해 만든 곡을 테스트해 본 결과 ‘사람이 만든 음악’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퀵은 음악에 소양이 있는 사람 100명을 대상으로 쿨리타가 만든 곡과 사람이 만든 곡 40여 곡을 뒤섞어 들려주고 7단계 범주로 평가하게 한 결과, 쿨리타의 연주곡이 ‘사람이 만든 음악’에 속하는 평가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의 지도교수인 예일대 바울 후닥 박사가 바흐의 첼로 연주곡과 푸가, 성가곡 등의 요소를 분리해 쿨리타에게 다시 조합해 곡을 만들도록 한 후 실시한 비교 시험에서는 청취자들이 쿨리타가 만든 음악과 바흐의 곡을 혼동했다.

쿨리타가 만든 곡은 유튜브에도 공개됐다. 퀵은 동영상에서 “이 프로그램은 도서관의 책처럼 저장된 음악 소스를 활용하고 조합해 작곡한다”면서 “쿨리타는 옛 음악의 규칙들을 분석하고, 음계를 조합하는 법을 배운다”고 설명했다.

이런 자기학습 방식으로 클래식과 재즈 스타일의 곡은 물론, 장르를 넘나드는 ‘새로운 방식’의 음악도 작곡할 수 있다는 것. 퀵은 이 사실을 처음 보도한 예일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작곡된 음악들이 뮤지션과 사람들에게 어떤 ‘영감’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메탈리카와 모차르트의 음악을 섞는 게 저의 두 번째 목표”라며, 교향곡과 대중음악의 혼합 곡을 내놓는 것이 다음 과제라고 했다.

두 장르의 음악은 각기 작곡 방식과 진행 방향이 다르다. 따라서 프로그램이 다른 장르의 두 곡을 섞으려면 스타일을 이해하고, 적절한 조합까지 해내야 한다. 그는 “‘쿨리타’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며, 다음 버젼에서는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작곡 로봇의 출현으로 작곡가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걸까. 이런 의구심에 대해 퀵은 21일 미국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쿨리타의 출연이 작곡가의 종말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쿨리타는 ‘창조’한다기 보다, 이미 있는 음악들을 ‘이해’한다고 봐야 한다는 것. 도냐 퀵은 “더구나 쿨리타는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을 구분할 줄 모른다”며, “작곡의 ‘좋은 도구’로 활용한다면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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