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어느 여대생의 호소 "3억 8천만 원 좀 빌려주세요"

2015. 9. 2. 09: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대담 : SBS 베이징 우상욱 특파원

▷ 한수진/사회자: 

글로벌 뉴스를 알아보는 시간 오늘은 중국 베이징으로 가보겠습니다. 

우상욱 특파원!

▶ SBS 우상욱 특파원: 

네 베이징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효녀 심청' 효도의 대명사입니다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논란이 많죠. 그런데 중국에서 실제 비슷한 일이 벌어져 논쟁이 뜨겁다면서요?

▶ SBS 우상욱 특파원: 

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이 일어나는 중국답게 효녀 심청 설화가 21세기에 현실로 벌어졌는데요, 주인공은 중국 서부 쓰촨성에 사는 올해 24살의 판스베이라는 이름의 여성입니다. 판씨는 최근 인터넷에 글을 올렸는데요, '사범대 여학생이 부모의 길러주신 은혜를 보답하기 위해 사회를 향해 2백만 위안을 빌리려 한다'는 긴 제목의 짧은 글입니다.

자신을 쓰촨의 한 사범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판은 2백만 위안, 약 3억8천만 원을 빌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 돈으로 부모에게 대도시의 아파트와 가재도구를 사드리고 그 도시의 사회 보험권을 얻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 자신이 곧 직업을 구해 앞으로 15년 동안 빌린 돈을 다 갚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그 이자로 남은 후반생을 돈을 빌려준 독지가를 위해 바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즉 이후 자신이 벌어들이는 모든 재산은 그 독지가의 것으로 여기고 부모님처럼 모시겠다고 설명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말 공양미 삼백 석에 자신의 삶을 팔았던 심청이의 행동과 비슷하네요. 그런데 현실적 제안이라기보다 사회적으로 이슈를 만들려는 행위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드는데요?

▶ SBS 우상욱 특파원: 

중국 네티즌이나 언론도 처음에는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현지 언론들이 판씨를 직접 만나 글의 취지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판씨의 아버지는 올해 67세이고, 어머니는 몸이 아픈 상탭니다. 그동안 자신과 오빠 2명을 키우느라 고생했는데, 오빠들이 부모를 제대로 봉양하지 못해 자신이 부모의 말년을 편안하게 챙겨드리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학창 시절 자격증을 따고 아르바이트도 했던 여행 가이드로 나서면 업계 평균적 급여를 받아도 적어도 15년을 모아야 부모님을 걱정 없이 모실 수 있다고 합니다. 그때까지 부모님들이 기다려주시기 어렵다는 게 판씨의 결론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고민 끝에 앞서 말씀드린 글을 인터넷에 올리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듣고 보니 일리가 있네요. 이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 SBS 우상욱 특파원: 

네, 판씨의 자세한 사연을 접한 뒤에는 그녀를 옹호하고 응원하는 중국 네티즌이 크게 늘었습니다. '진정한 효성'이라느니, '현실적으로 부모를 봉양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느니, '이런 방법 밖에 쓸 수 없는 중국의 현실이 문제'라는 댓글이 속속 붙었습니다. 사실 여전히 임금 수준이 높지 않은 중국 근로자들의 현실상 돈을 모아서 부모를 편안하게 봉양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판씨의 부모처럼 농촌 출신인 경우 대도시의 양로복지 혜택을 누릴 수 없습니다.

대도시의 호적을 얻어야만 복지 수혜 대상자가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그 도시에 자신 소유의 집이 있어야 하고 일종의 사회연금을 일시불로 내야 합니다. 이런 큰돈을 단시간에 마련할 수 없는 판씨는 앞서의 고육지책을 생각해낸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하지만 물론 반대도 있겠죠?

▶ SBS 우상욱 특파원: 

네, 그렇습니다. 여전히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은데요, 중요한 논지는 하나로 모아집니다. "어느 부모가 그런 돈을 받고 마음 편하게 생활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죠. 사회학자 후광웨이의 논평이 이런 기조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어 그대로 소개합니다. "저는 판씨를 질책하지는 못하겠습니다만  이런 방법을 절대 추천하지는 않겠습니다.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학을 갓 졸업해 직업도 없는 여성에게  2백만 위안의 거금을 빌려주는 일은 정상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녀에게 신용이 있습니까, 담보가 있습니까?  따라서 이에 응하는 경우는 비정상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실에 발을 딛고 정상적인 직업 생활을 영위해야지 변칙적인 방법으로 한꺼번에 상황을 바꾸려는 시도는 건강하지 못합니다. 단 1천 위안이라도 매달 드리는 것이 부모를 더 기쁘게 하지 않겠습니까?"

▷ 한수진/사회자: 

네, 저도 우상욱 특파원과 같은 마음인데요, 이번 사건으로 중국인들도 효도에 대해서 많은 생각들을 했겠어요?

▶ SBS 우상욱 특파원: 

네, 사실 이제 판씨의 진심을 의심하는 네티즌들은 없어 보입니다. 그녀가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과 그로 인한 고민을 많은 중국인들이 이해하고 납득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효도'는 결국 부모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이지, 몸만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은 아니라는 게 대다수의 의견입니다. 많은 중국인들은 판씨처럼 곱고 굳은 의지가 있다면 부모와 함께 조금씩 삶의 질을 올려갈 수 있고 그 편이 아름답고 더 보람 있을 것이라며 판씨를 응원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소식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베이징 우상욱 특파원이었습니다.

▶ [월드리포트] 현대판 심청 "봉양 자금 빌려주면 후반생 드릴게요."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