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역사박물관, 새 부스 만들어 '박정희 유신독재 미화'

2015. 9. 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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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작년 12월 제3전시실에 설치

"유신체제 아니었다면

경제성장 못했다" 취지로 설명

유인태의원 "역사왜곡 중단해야"

박물관 "장기집권도 함께 지적"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중화학공업 발전과 유신체제를 연결짓는 전시실을 마련하고, 독재적 유신 체제 덕분에 중화학 공업발전이 가능했다는 논리를 관람자들에게 공공연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사 국정교과서 채택 시도 등 박근혜 정부 들어 가속화되고 있는 '역사 개조' 시도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인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지난해 12월 개편 과정에서 제3전시실에 '중화학 공업화와 유신체제'라는 부스를 새로 만들고 관람객들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화학 공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변경시키기 위해 유신을 선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선포한 유신체제를 중화학 공업 정책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방편이었던 것처럼 합리화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 곳곳에서 유신을 미화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9일에는 현장학습을 나온 초등학생 15명에게 '유신체제가 아니었다면 오늘날의 경제 성장도 이뤄질 수 없었다'는 취지의 설명이 이뤄졌다고 유인태 의원실은 전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도슨트(해설사)는 "박정희 대통령이 이끄는 유신체제가 아니었다면 이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중화학 공장과 기간산업이 성공할 수 없었다"며 "유신체제가 인권을 유린한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론 강력한 리더십 덕분에 오늘의 경제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1960년~1987년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다룬 제3전시실에 마련된 이 부스에는 '10월 유신, 100억불 수출, 1000불 소득' 등의 구호가 담긴 10월 유신 홍보포스터와 박 전 대통령의 1976년 1월12일 '중화학 공업화 선언'을 다룬 신문 자료 등이 전시돼 있으며,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현장학습을 나온 초등학생 등 1만3332명이 다녀갔다.

 이 전시를 기획한 이경순 학예연구사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제개발 부분을 다룬 제3전시실이 지나치게 역사성 없이 묘사됐다는 지적이 있어 경제 발전상과 더불어 사회상을 고루 다루려고 하다보니 유신체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1인 장기집권을 위해 국민의 기본권과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훼손했다는 부분도 함께 지적했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87년 민주화 운동 등 다양한 사회상도 고루 담으려고 노력한 만큼 유신체제 미화라는 지적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는 29일 도슨트의 설명과 관련 "개인의 관점이 일정 정도 반영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며 "박물관의 공식 입장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겨레>가 입수한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의 2015년 7월 개정판 전시해설 원고 17쪽에서는 " 1960년대 후반부터 기존의 경공업 중심 정책이 경제성장의 한계를 보이면서 중화학 공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변경시킬 필요성이 높아졌습니다. 이에 박정희 대통령은 1972년 10월 유신을 선포하고 장기 집권을 위한 유신헌법을 제정한 직후 중화학 공업 정책을 전면적으로 추진하였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역사박물관이 공식적으로 마련한 전시해설에서도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구조 변경을 위해 유신 체제를 선포한 것처럼 묘사가 되어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현대사 박물관을 세우겠다며 공표하면서 건립이 추진됐다. 건국과 경제성장에 중점을 둬 2012년 말 개관 당시부터 '산업화 박물관''박정희 기념관'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현재 국민통합시민운동 상임위원이기도 한 김왕식 전 이화여대 교수가 관장을 맡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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