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묻자 '버럭' 수당은 '야식'.."알바 사장님 참 나빠요"

사건팀 입력 2015. 9. 2. 06:45 수정 2015. 9. 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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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심부름에 야근까지..근무시간 늘고 월급 줄어드는 '마법의 채용'
/ (서울=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사건팀 = 대학생 유모(23·여)씨는 여름 방학을 맞아 서울 마포구의 한 작은 찻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가게 규모도 작고 아르바이트 시간대도 맞아 생각보다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겠다 싶었지만 숨은 복병이 있었다.

사장의 어머니는 유씨에게 찻집에서의 업무 외에 개인적인 심부름을 하나 둘씩 시키기 시작했다. 상황은 사장이 장기 출장을 가면서 약 한 달간 찻집의 운영을 사장 어머니께 맡기면서 악화됐다. 사장 어머니는 유씨에게 은행에서 돈을 찾아오라거나 생필품을 사오라고 시켰다.

한 번은 찻집에 자신의 친구들을 불러놓고 근처 음식점에 가서 먹을거리를 사오라고도 했다. 심지어 찻집 인근에 커피 배달 심부름까지 가게 된 유씨는 출장에서 돌아온 사장에게 고민 끝에 항의했지만 사장은 "하기 싫으면 그만둬라. 너 아니어도 할 사람은 많다"라고 답했다.

대학들이 대부분 개강을 했지만,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들이 여전히 아르바이트 현장에 모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열악한 제도 속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눈물을 참아가며 대한민국의 현실을 온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2년전 군대에서 제대한 뒤 마땅한 아르바이트직을 찾지 못한 대학생 강모(25)씨는 얼마 전부터 학원강사 보조직에 뛰어들었다.

전문 강사를 도와 학생들의 과제물을 채점하고 수업자료를 복사하는 등의 단순 업무를 맡게 된다는 인터넷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지만 실제 강씨에게 주어진 일은 전문 강사와 다를 바 없는 업무였다.

학원장은 강씨에게 "시험 기간 일손이 모자란다"며 사실상 학생들에게 보충 수업을 하라고 지시했고, 퇴근 시간은 지켜지지 않기 일쑤였다. 그러나 원장은 추가수당 대신 야식으로 이를 갈음했다.

보충 수업에 청소 등의 잡무까지 떠맡은 강씨는 결국 두 달만에 일을 그만뒀다. 강씨는 "공부와 병행하기 위해 시작했던 아르바이트였는데, 부모님께 경제적 도움을 구하는 것이 죄송하긴 하지만 더 이상은 일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면접 등의 채용 과정에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한 이들도 있었다. 충청북도의 한 대학에 다니는 B씨는 "개강에 맞춰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학교 인근에 위치한 팥빙수 가게에 면접을 보러 갔다"며 "가게 사장은 처음 본 내게 이력서가 봉투에 들어 있지 않고 사진이 붙어 있지 않다며 반말로 화를 냈다"고 밝혔다.

그는 "주말에 일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사장 마음대로 평일 근무로 바꾸더니 한 달 동안 수습 기간이 있다고 통보했다"며 "그 기간 에는 최저임금도 줄 수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장이 이것저것 트집을 잡더니 같이 갔던 친구 앞에서 이력서를 찢었다"며 "그러면서 '하기로 했던 친구가 있어 당신을 채용할 수 없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한 네티즌 역시 "다섯 번 이상의 퇴짜를 겪고 겨우 파스타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며 "'내일부터 나오라'는 말에 일을 시작하며 용기를 내 '시급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그런걸 왜 물어보냐'며 화부터 내던 사장 얼굴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못 물어볼 것을 물어본 것도 아니고, 봉사하러 온 것도 아닌데 당황스러웠다"며 "또 수습기간이라면서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아르바이트비를 주더라"고 털어놨다.

한순간에 '합격자'에서 '탈락자'가 된 이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화장품 업체 사무직 면접을 보고 다음날 9시까지 출근하라는 말을 듣고 나왔다"며 "그러나 그날 저녁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햇다.

그는 "차라리 면접 볼 때 '우리랑 안맞는 것 같다'고 했으면 좋았을텐데, 점점 면접 보러 다니면서 의심병만 생기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아르바이트생들이 당한 억울한 사례들은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네티즌은 이 사이트를 통해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장 마인드는 OECD 가입 국가중 최하위 수준"이라며 "최저임금도 보장해주지 않고 인턴과 계약직마저 경력을 보고 뽑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규정대로라면 서류 전형이 통과돼야 면접을 보는 것이 맞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중소기업 사장들은 면접을 무조건 진행하고 그제서야 이력서를 본다"고 밝혔다.

이어 "또 월급 200만원이라고 채용 공고를 올려 놓고 면접에서 '경력이 없다'며 180만원을 주겠다고 하는 등 채용 공고와 다른 말을 한다"며 "근무 시간은 늘어나고, 월급은 줄어 드는 마법의 채용 방식이다"고 비꼬았다.

그러나 이른바 '나쁜 사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말마다 서울 신당동에 위치한 호프집으로 출근하는 강모(24)씨는 출근길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고 했다.

최저시급으로 명시된 5580원보다 1000원 가까이 많은 6500원을 시급으로 받는 강씨는 "현재 대학 4학년 재학중이고 취업준비생이라 여기저기 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푼돈을 걱정하지 않게 해주는 사장의 넉넉한 인심에 끌려 바로 호프집 서빙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호프집이 실제로 몇 평 안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사장은 홀 서빙 아르바이트생만 3명을 두어 불편함을 줄여주고 있다"며 "'너는 성격이 좋아 뭘 하든 성공할거야'라고 사장이 가끔 건네주는 말에도 큰 위로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혜정 알바연대알바노조 사무국장은 일부 아르바이트생을 상대로 이어지는 부당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으로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사회적 분위기'를 꼽았다.

이 사무국장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이 자기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없다"며 "개인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만큼 정부나 정치권이 나서서 제도적으로 보호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자기의 권리가 무엇인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부당행위를 당하면 노동청에 신고할 필요가 있다"며 "아르바이트생이라고 기죽지 말고 주체적으로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백우연 청년유니온 노동상담국장도 아르바이트를 바라보는 '낮은' 사회적 인식이 업주의 부당행위가 계속되는 원인이라며 "고용노동부의 수시근로감독과 특별근로감독 같은 감시제도가 있지만 아직 안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업주들은 '그래봤자 아르바이트니까'하는 인식 때문에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며 "한국은 아르바이트 노동의 가치를 다른 노동에 비해 너무 얕잡아보는 인식이 강한 사회이기 때문에 이같은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부당행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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