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선발 잔혹사, 끊어낼 자 누구인가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2015. 9. 2.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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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투수 문광은(좌)과 채병용.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9월을 기점으로 ‘5선발 체제’를 갖추고 ‘선발야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봤던 SK. 하지만 SK의 이러한 바람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단순히 ‘선발야구’의 꿈만 좌절된 것이 아니다. 선발진 전원의 경기력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 SK의 선발진은 현재 위기다. 이 위기를 타개할 ‘난세의 영웅’이 필요한 시점이다.

SK는 지난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5-6으로 패했다. 타선은 장단 10개의 안타를 뽑아내며 선전을 펼쳤지만 SK의 선발 박종훈은 3.1이닝 4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1회부터 2점을 내주고 두산에 기선을 제압당했던 SK는 애초 승리를 바라보기 힘들었다.

박종훈은 다행히 패전투수는 면했지만 제구 난조로 인해 최근 SK 선발진의 부진을 끊어내는 데 실패했다. 리그 5위에 사활을 건 SK, 하지만 최근 선발진들의 성적은 5위를 꿈꾼다는 것이 사치로 느껴질 정도로 초라함 그 자체다.

최근 10경기에서 SK 선발진이 거둔 성적은 1승 4패다. 지난달 28일 잠실 LG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세든을 제외하고 어느 누구도 선발승을 올리지 못한 것. 이는 리그 공동 8위(LG: 1승 2패)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오히려 선발진이 약하다고 평가받았던 한화가 같은 기간 동안 3승 2패를 거둔 점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SK 선발진의 불명예스러운 기록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0경기 동안 SK 선발진이 책임진 이닝은 42.2이닝에 불과하다. 리그 9위에 해당하는 수치. ‘최하위’ kt만이 SK의 아래에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같은 기간 선발진의 평균 자책점(5.91) 역시 7위에 불과하다.

각종 수치들이 말해주듯 SK의 선발진은 붕괴 직전의 상태다. 특히 ‘토종 선발’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9일 수원 kt전을 시작으로 SK는 ‘토종 선발 트리오’ 김광현, 윤희상, 박종훈을 차례로 내세웠지만 돌아온 것은 승리가 아닌 3연패였다.

특히 김광현과 윤희상의 경우, 단 2이닝도 책임지지 못하는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7월에만 3승을 거두고 1.26의 평균자책점을 자랑했던 외국인 투수 켈리 역시 최근 4경기 째 선발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 11일 롯데전을 기점으로 22일 NC전까지 3연패라는 부진의 늪에 빠지기도 했다.

그나마 희망이 있다면 켈리는 가장 최근 등판인 지난달 27일 잠실 LG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는 점이다. 승패 없이 마운드를 물러나야 했지만 3연패를 끊어냈다는 점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다행히 SK의 선발진들이 헤맸던 기간 동안, 5위 경쟁팀 들인 한화와 KIA 역시 주춤하며 SK와 승차에는 큰 차이가 없는 상황. 특히 KIA는 현재 6연패에 빠져있다. 8월 내내 ‘빈공’에 시달렸던 타선이 어느 정도 회복세로 돌아선 상태에서 지금이라도 선발진을 재정비 해 추격에 나선다면 5위 등극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SK의 선발진 재정비는 지난달 31일 윤희상의 1군 말소로 인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재정비의 핵심은 ‘전천후 투수’ 채병용과 지난 1일 부터 시행된 확대 엔트리를 통해 1군에 등록된 고효준과 문광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병용의 경우, 올시즌 선발로 등판한 경험도 여러 차례(5경기) 있으며 특히 기존 선발의 ‘퀵후크’ 때 마다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낸 선수다. 지난 25일 인천 KIA전에서는 1.1이닝만을 책임지고 물러난 박희수를 대신해 4.2이닝 동안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지금 당장 윤희상을 대체해도 큰 무리가 없다. 다만 올시즌 상대적으로 많은 피홈런(17개)은 그의 불안요소 가운데 하나다. 지난 30일 수원 kt전에서도 등판과 동시에 만루홈런을 내주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절치부심 끝에 1군에 복귀한 문광은 역시 잠재적 선발투수로 평가 받는다. 그는 올시즌 구원 투수로 46경기에 나섰지만, 지난 2014년에는 선발로 7경기에 등판해 1승 2패의 성적을 거둔 바 있다.

특히 문광은이 지난 17일 1군 말소 이후 퓨처스리그 최근 2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나섰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광은은 이 2경기에서 1승을 거두고 9이닝 무실점이라는 호성적을 남겨 ‘선발 전환’이라는 실전 테스트를 마쳤다. ‘깜짝 선발’로서 등판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선발진들이 도합 52승(36패)을 합작하며 팀 선발승 1위에 오른 삼성이 리그 선두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볼 때, 리그 순위에 있어서 선발 투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여러모로 SK의 상황은 녹록치 않은 것이 사실이나, 선발진이 무너진 ‘가을야구’는 허락 될 수 없다. 선발진의 ‘이름값’은 10개 구단 어디에도 밀리지 않는 SK가 ‘원조 투수 왕국’의 명성을 하루 빨리 되찾아야 할 때다.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ljh566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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