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쑤 러브콜' 털어놓은 최용수①] "60억, 하늘이 시험한 미끼였다"

최용재 2015. 9. 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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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최용재]

"하늘이 나를 시험한 미끼였다."

2015년 지도자 최용수(42) FC 서울 감독의 삶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중국의 장쑤 세인티 영입 제의를 받기 전의 삶, 또 하나는 그 이후의 삶이다. 최용수 감독이 약 2개월 만에 '그 두 가지 삶'에 대해 입을 열었다. 중국 장쑤행 보도는 '3일 천하'로 막을 내렸지만 당시 한국 축구판엔 거대한 '최용수 돌풍'이 휘몰아쳤다. 그는 "장쑤의 제의는 달콤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 최용수를 시험한 미끼였다"며 "나는 60억을 받을 만한 지도자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사건은 7월 1일 시작됐다. 시나닷컴 등 중국 언론들이 최 감독의 장쑤행을 보도했다. 바람 정도였다. 그런데 2년6개월 계약에 연봉 20억, 총액 60억이라는 거액이 공개되자 바람은 태풍이 됐다. 흐름은 요동쳤다. 7월 2일 분위기는 급격하게 확정으로 흘렀다. 하지만 7월 3일 극적으로 서울 잔류를 발표했다. 그를 몰아치던 '태풍'은 그렇게 멈췄다. 3일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사실 최 감독은 장쑤행 보도 이전 비난의 중심에 있었다. FC 서울의 성적과 전략, 그리고 팀 분위기가 모두 처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 잔류 확정' 이후 지도자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성적은 수직 상승했고 그를 바라보는 시선도, 가치도, 이미지도 180도 바뀌었다. '의리남'이란 환호를 받았다.

일간스포츠는 새로운 심층 인터뷰 기획물인 <불판토크>의 세 번째 주인공으로 최 감독을 인터뷰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 한 중식당에서 만난 그는 허심탄회하게 '3일 장쑤 태풍'에 대해 모든 것을 털어놨다. 최용수는 "지금 내 앞에는 60억보다 더 큰 축구 인생이 열려 있다"고 웃었다.

수수한 옷차림과 투박하게 빗은 머리. 꾸미는 것에 취미가 없는 최용수 감독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등장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신사동의 한 중식당에서 만난 최 감독은 평소 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인터뷰를 요청하자 먼저 '중식당에서 보자'고 제안했다. '장쑤 이야기'일 것을 감지한 그가 단골 중식당으로 초대한 것이다. 최 감독다운 당당함, 그리고 센스가 돋보이는 장소였다. 이곳에서 중국 분위기를 살짝 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말투 역시 상남자다. 숨길 것도 해명할 것도 없었다. 있는 그대로 직설적으로 말할 뿐이었다.

◇ 장쑤 제의 거절 "돈에 축구 인생 팔지 않겠다"

'장쑤행' 보도가 나오기 전 당시 FC서울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K리그 클래식 순위는 하위권에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도 16강에서 탈락했다. 4월18일 라이벌 수원전 1-5 참패가 컸다. 반대를 무릅쓰고 영입한 박주영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 때문에 최 감독에 대한 팬들의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이때 '60억 장쑤행'이 터진 것이다.

- 돈의 유혹을 뿌리쳤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많은 이들의 조언을 들었다.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축구인이 아닌 분들의 조언을 많이 들었다. 결론은 멀리 보는 것이었다. 지금은 '아니다'고 확신했다. 33년 동안 축구를 하면서 돈을 쫓지 않았다. J리그로 갈 때도 돈 보고 가지 않았다. 돈은 자연스럽게 나의 가치에 따라오는 것이지 먼저 취해야 할 것이 아니다. 돈도 눈이 있다. 돈은 노력과 땀방울에만 반응을 한다. 돈이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는 있지만 마음을 살 수는 없다. 내 축구 인생을 돈에 팔아넘길 수 없었다."

- 시즌 중반 이적이 부담스러웠나.

"시즌 중반 무책임하게 떠난다는 것은 훗날 내 감독 경력에 큰 스크래치를 남길 수 있는 일이다. 실패한 지도자로 갈 확률이 높았다. 내 인생을 돌아보니 아직 K리그에서 더 경력을 쌓아야 한다고 확신했다. 나를 믿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못할 행동이었다. 또 나는 서울에서 성장했다. 서울 구단의 특혜를 받은 사람이다. 서울에 갚을 빚이 많다. 다 갚고 떠나야 한다. 돈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말자고 했다."

- 의리남으로 등극했다.

"경기장에서 팬들이 나의 이름을 연호하는 것을 봤다. 나에 대한 비판도 많이 사라졌다. 감사한 부분이다. 의리라기보다는 신의라고 생각을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신의를 중시했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축구를 시작하면서 나의 자존심은 신의였다. 구단, 선수, 팬들과의 신의는 지켜져야 한다. 신의로 인해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 장쑤의 파격적 제의 "고민한 것은 사실이다"

그는 솔직했다. 60억원은 거액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민할 수밖에 없는 금액이다. K리그 감독 역사상 최고 대우여서 금액이 가장 큰 이슈가 됐다. 그 역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힘든 시기를 탈출할 수 있는 꿀 같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 장쑤의 제의가 왔을 때 솔직한 심정은.

"서울에서 화려한 과거에 도취됐던 것이 사실이다(※최 감독은 2012년 K리그 우승, K리그 감독상, 2013 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AFC 올해의 감독상 등 승승장구 했다). 이는 매너리즘에 빠졌을 수도 있는 이력이다.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고, 대륙을 정복해보고 싶다는 야망을 가졌다. 연봉의 차이도 컸다.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마침 힘든 시기에 제의가 왔다. 그래서 깊이 고민했던 것은 사실이다. 부정하고 싶지 않다."

- 최고 대우라는 상징성도 있었다.

"내 가치를 인정해줘 고마운 부분도 있었다. 지도자로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생각을 했다. K리그 감독들도 한국을 넘어 더 넓은 세상인 아시아, 유럽으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생각을 한다. 처음에는 희망적으로 봤다. 한국 감독 경쟁력이 높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나보다 훌륭한 지도자가 많다. 한국 감독들이 아시아에서는 톱이라고 생각을 한다."

◇ 장쑤 제의 "감독 인생 최대 위기였다"

이제 그는 돈 보다 의리를 택한 '의리남'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그의 마음 고생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성적으로 얘기해야 하는 '감독 최용수의 성적표'는 그야말로 바닥이었다.

- 너무 힘들어 잠꼬대까지 했다고.

"감독 인생 중 가장 큰 위기였다고 생각한다. 이상하게 여러 가지가 함께 꼬여 있었다. 너무 힘들었던 시기다. 집에 가서 축구 이야기를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내가 잠꼬대로 '이대로 쓰러질 내가 아니다.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집에서는 힘든 척 하지 않았는데 잠꼬대로 들켰나 보다. 아내가 듣고 '집에서 조금 쉬어라. 쉬면서 미래를 생각하자. 아직 젊다'고 얘기하더라.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 '독수리 아웃' 현수막이 걸렸다.

“나도 봤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나를 되돌아보게 한 말이었다. 나에 대한 비난과 비판은 모두 받아들인다. 이것 역시 감독의 의무 중 하나다. 서울 감독을 그만두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경질되는 것은 상관이 없다. 하지만 나의 존재 가치의 문제였다. 더 독기를 품었다. 이대로 쓰러질 수 없었다."

- 돌파 방법을 찾았나.

"33년 축구 인생을 돌아봤다. 1년을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동안 맥없이 쓰러진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극복하려 했다. 극단적인 생각보다는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려 했다. 2011년 감독을 처음 할 때부터 내가 인터뷰한 것을 전부 다시 봤다. 결론이 나왔다. 문제는 나였다. 생각의 변화가 필요했다. 나는 축구에 미친놈이다. 다시 미쳐서 바닥부터 천천히 전진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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