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이 사람을 아십니까] 야구장 유일의 여성 경호팀장, 이재룡씨

2015. 9. 2.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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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의 주인공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입니다. 조연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코칭스태프, 혹은 프런트라고 답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겠죠. 그들이 조연인 건 맞지만,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할 사람들은 화려한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에 매진하는 이들이 아닐까요. 매주 1회 잘 모르고 지나쳤던 그들의 이야기를 OSEN이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OSEN=고유라 기자] 넥센 히어로즈의 홈경기가 열리는 날 목동구장에 가면 주출입구에서 항상 양복을 갖춰입고 서있는 한 여성을 만날 수 있다.

경호전문업체 가드인의 이재룡 팀장은 넥센 경기가 있는 날 목동구장, 그중에서도 주출입구 경호를 담당하고 있다. 주출입구는 선수, 심판, 프런트 등 관계자들이 출입하는 곳이기에 다른 곳보다 경호가 삼엄한 곳. 2010년부터 목동구장을 지키고 있는 이 팀장을 만나봤다.

유도학과를 졸업한 이 팀장은 우연히 경호 관련 일을 알게 되면서 2001년부터 경호 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원래는 성남 FC의 경호를 맡아 축구장에서만 아홉 시즌을 함께 해온 이 팀장은 2009년부터는 야구장에도 배치돼 야구계에 발을 딛게 됐다. 홈경기가 없는 날에는 공연 등 다른 경호 업무를 한다.

이 팀장은 "야구는 원래 전혀 몰랐다. 그런데 목동구장에서 일하다보니 선수들 얼굴도 알아야 하고 자연스럽게 넥센의 경기를 보게 되면서 넥센의 편이 됐다. 넥센 선수들이 워낙 착하다"고 목동구장에서 일하는 소감을 밝혔다. 국내 프로야구장 중 경호 업무를 맡고 있는 여성이 적을 뿐더러 팀장급은 이 팀장이 유일하다.

"원래 까칠한 성격이었다"는 이 팀장은 "일을 시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부드러워진 편이다. 특히 원래는 강해보이고 싶고 얕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일을 하면서 오히려 여성의 부드러움을 앞세우면 더욱 장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아무래도 경호 업무는 무섭게 느껴지기 쉬운데 여자라서 편하게 대해주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자라서 무시당할 때도 있다. 이 팀장은 "여자로서 경호 일을 오래 하기가 쉽지 않다. 남자들에 비해 무시도 많이 당한다. 어떤 관중은 심판 판정 때문에 열받아서 주출입구로 오셨는데 들여보내 달라고 막무가내로 우기시더니 '내가 널 이길 수 있다'며 제 멱살을 잡고 쓰러뜨려고 하시더라"고 힘들었던 일들을 꺼내놓기도 했다.

그래도 선수들이나 관계자들, 팬들이 "수고하셨다"고 말해주는 한 마디가 힘의 원천이다. 이 팀장은 "경기 뿐 아니라 공연도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는데 하루하루 일이 끝나고 사고 없이 잘 넘겼다는 생각이 들면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 든다. 그맛에 계속 일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팀장이 목동구장에서 일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순간은 2013년 포스트시즌이다. 이 팀장은 "2009년 목동구장에서 처음 일을 하기 시작해 처음 포스트시즌을 맞았다. 여기서 일을 할 때는 넥센의 직원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홈 관중들도 점점 많아지고 팀이 포스트시즌까지 진출하는 걸 보니 정말 기분이 남달랐다"며 당시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이 팀장이 야구장을 찾아오는 관중들에게 바라는 것은 딱 하나다. 이 팀장을 비롯해 목동구장의 경호 및 진행 업무를 담당하는 60여 명 남짓의 스태프들의 당부를 잘 따라 안전하게 야구를 즐겨주는 것이다. 이 팀장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야구장을 찾아오시는 만큼 질서를 잘 지켜 재미있게 야구를 보시길 부탁드린다"고 바람을 전했다./autumnbb@osen.co.kr

<사진> 이재룡 팀장 제공.

[2015 프로야구 스카우팅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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