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금리 역행하는 '高利 월세'
서울에서 아파트 월세(月貰)로 사는 4가구 중 1가구는 매달 100만원이 넘는 고액 월세를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선 전세 보증금은 물론 월세 보증금도 1년 새 평균 25% 정도 올라 월세 가구가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본지가 올 들어 7월 말까지 서울 지역 아파트 전·월세 거래 실태를 1일 분석한 결과, 아파트 월세 거래 총건수는 2만4162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2만660건)보다 17% 증가했다. 이는 금리(金利)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집주인들이 대거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서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작년 초 27%에서 올 7월에 45%까지 높아졌다.
서울의 가구당 월세는 평균 75만원이지만 월 100만원이 넘는 고액 월세 가구도 전체의 25%에 달했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는 월세 가구의 절반 정도가 월 100만원 이상 부담하고 있다. 서초구(112만원)와 강남구(105만원)는 월세 평균이 100만원을 넘었다.
월세 보증금도 치솟고 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는 보증금이 평균 1억3300만원이었으나 올해는 1억6700만원으로 25% 올랐다. 30% 이상 뛴 곳도 일부 있다. 보증금이 오르면 월세 가구는 은행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올려주거나 일부를 월세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이자율(利子率)이 현재 기준금리(연 1.5%)의 5배인 연 7.5%(전국 평균)에 달해 서민들에게 과중(過重)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가구당 월세 부담이 100만원을 넘으면 가계의 정상적인 소비 지출이 어려워진다"며 "월세의 조기 정착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서민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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