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달러 시대, 잘 놀 줄 알아야 축복

박현영 입력 2015. 9. 2. 02:16 수정 2015. 9. 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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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힘이다 <5·끝> 3만 달러 시대, 잘 놀 줄 알아야 축복은퇴 뒤 미술 택한 손봉숙씨, 4번째 개인전 열며 제2 인생"돈·시간 있어도 뭘 할지 몰라 여가도 준비해야 누릴 수 있어"

지난 6월 서울 인사동 갤러리 시작. 노랑과 빨강의 기하학적 무늬를 가득 채운 하트 그림에 관람객들의 눈길이 쏠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무늬의 정체는 노랑 담벼락에 빨강 지붕을 얹은 판잣집이었다. 제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손봉숙(71)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이 4년째 그리고 있는 ‘우리 사는 이야기’ 연작이다. 손 이사장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던 바로 다음날 화가의 문을 두드렸다. 곧바로 예술의전당 미술아카데미에 등록했다. 2008년 6월의 일이다. 7년째인 올해 벌써 네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어려서부터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웠다고 한다. 마음 맞는 사람 5명이 함께 월세로 아파트를 빌려 작업실도 만들었다. 홍익대 미술대학원 서양화 실기전문과정까지 올해 수료했다. 손 이사장은 “미술·글쓰기 등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마음속 파일 중에서 미술을 택했다”며 “준비된 사람에겐 정년은 축복”이라고 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겐 꿈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 시대에 지향해야 할 ‘삶의 질’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실제 보통 한국인은 제대로 여가문화를 즐기지 못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10년 전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한 정모(68·서울 송파구)씨는 TV를 보거나 컴퓨터 카드 게임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바깥 출입을 자주 안 하다 보니 사나흘간 신발을 한 번 신지 않고 보낼 때도 있다. 그는 “돈도 있고 시간도 있는데 정작 하고 싶은 게 없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광복 후 70년 동안 세계를 놀라게 한 산업화의 성취를 이뤘지만 여가 활용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한국 노년층의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는 ‘여가 스펙(경력)’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근면과 노동이 최우선 가치였다. 학교에서도, 사회에 나와서도 여가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다른 사회 활동과 마찬가지로 여가도 경험이 중요하다”며 “일자리에서 ‘잡 커리어’를 쌓듯 100세 시대에는 ‘여가 커리어’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삶은 생애주기에 따라 삼분(三分)돼 있다. 청소년기는 교육에, 중년기는 노동에 올인하고 노년기는 여가 시간이 넘친다. 윤 연구위원은 “생애 모든 주기에서 교육·노동·여가가 균형을 맞추도록 삶을 리디자인(re-design)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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