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정치 환멸" 의사·재벌·CEO가 유권자 사로잡았다

김현기 2015. 9. 2.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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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의사 벤 카슨, 기업인 피오리나여론조사서 트럼프와 톱3 차지해힐러리·부시 '기득권'으로 몰아세워유권자 66% "워싱턴 바꿔야" 호응

“저는 세계 최초로 머리 붙은 샴 쌍둥이 분리시술을 한 사람입니다. 아직 엄마 뱃속에 있는 아기를 자궁 안에서, 뇌 반쪽을 분리한 유일한 사람이지요. 하지만 자유의 횃불은 제가 유일하게 드는 게 아닙니다. 자유는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우리 모두 그걸 위해 싸워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 그리고 그 다음 세대를 위해 싸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6일 첫 TV토론에 나선 미국 공화당 후보들 중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이 ‘마지막 30초 연설’을 끝내자 청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미 언론들은 “순수하고 감동적인 연설”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이 때만 해도 정치경험이 전무한 군소후보 카슨이 지지율 1위로 올라설 것이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돼 이는 현실이 됐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몬머스대가 아이오와주 공화당 성향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카슨은 23%의 지지를 얻어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와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아이오와주는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코커스(당원대회)가 맨 처음 열려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곳이다. 카슨은 당내 보수세력인 티파티와 남성들의 지지가 많은 트럼프와 달리 복음주의자와 여성들의 지지가 높았다.

 카슨은 디트로이트 빈민가 출신이다. “아프리카의 피 80%와 유럽 20%가 섞여있다”고 말한다. 8살 때 부모가 이혼하고 폭력적 소년기를 거쳤다. 그는 저서 『신이 내린 손(Gifted Hands)』에서 “9학년(중 3)때 친구와 싸우다 칼로 찌를 뻔한 아찔한 경험을 하면서 성경을 읽기 시작했고, 이후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예일대 심리학과를 거쳐 미시간대에서 의학박사가 된 뒤 33살 때 존스홉킨스 병원 소아신경외과의 최연소 과장이 됐다. 2008년에는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 ‘자유의 메달’을 수상했다. 2013년 7월 의사의 길을 접고 칼럼니스트·방송인으로 변신했다. 그는 “의사나 과학자·엔지니어처럼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훈련을 받은 이들이 정치에 개입하는 게 좋다”고 자신한다.

 한편 트럼프·카슨에 이어 3위에는 휴랫팩커드(HP) 전 최고경영자(CEO)출신인 칼리 피오리나(10%)가 부상했다.

 즉 공화당 후보 17명 중 상위 1~3위를 중앙 정치와 무관했던 ‘아웃사이더’들이 휩쓴 것이다. 이메일 의혹으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곤경에 처해 있는 사이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민주당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정치인의 반란이다.

 가문에 대통령 경험자가 있거나 워싱턴 정치에 오래 몸담은 기성 정치인을 ‘기득권 세력(establishment)’이라 몰아세우며 비판하는 후보가 지지를 늘려가는 양상이다. 경제·외교 등 각종 정책에서 기성 정치권에 느끼는 환멸이 트럼프·카슨·샌더스와 같은 참신한 아웃사이더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의회전문매체인 ‘더 힐’은 “정치적 아웃사이더들이 기성 그룹을 압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몬머스대 조사에선 응답자 세 명 중 두 명(66%)이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기성 정치권 밖 경험을 한 인사가 돼 워싱턴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답했다. 기성 정치인을 선호한 응답은 23%에 불과했다.

 이 같은 흐름을 읽은 듯 트럼프는 최근 유세 때마다 “젭 부시는 활력이 없는 남자다. 나의 최대 경쟁자가 될 것이라 봤는데 곧 사라질 듯하다” “부시 같은 기성 정치인은 거액의 헌금을 준 이의 꼭두각시 노릇을 할 것” “(캠페인 로고 등에서) 부시란 이름을 쓰지 않고 있다. 이름이 문제투성이라서 그런가 보다”며 부시 후보를 ‘워싱턴 기성정치의 후계자’로 몰아세우고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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