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규모 적자 삼성중공업..'제 코가 석자'면서 군식구까지

김형규·이윤주 기자 2015. 9. 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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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과 '성동조선 회생' 협약

2조원대 물린 수출입은 ‘다급’

인사 재무 등 경영은 책임지고

삼성중공업은 기술·영업 지원

조선업황 부진에 부정 시각도

삼성중공업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중인 성동조선해양을 위탁경영하는 대신 영업·구매 등 일부만 지원하는 ‘경영협력’을 진행하기로 수출입은행과 협약을 맺었다.

지난 2분기 사상 최대의 적자를 내는 등 ‘제 코가 석자’인 삼성중공업이 성동조선 경영 정상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수출입은행과 일종의 타협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세계 조선업황이 부진해 성동조선을 부활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중공업과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 경영 정상화 지원을 위한 경영협력 협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협약 내용의 골자는 수출입은행이 인사, 재무, 노무 등 전반적 경영관리를 맡고 삼성중공업이 영업, 구매, 생산, 기술 등 실무 분야를 담당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전날 직접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를 찾아가 협약에 서명했다. 조선업이 선박 수주에서 인도까지 2년 가까이 걸리는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경영협력은 4년간 이뤄지며 추후 합의할 경우 3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행장은 “삼성중공업에 과도한 부담을 줄 생각은 없다. 삼성중공업의 기술력을 활용해 중형 조선사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5월 채권단의 반발을 무릅쓰고 성동조선에 3000억원을 단독 지원하면서 위탁경영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수출입은행은 위탁경영을 할 민간기업으로 삼성중공업을 택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밑 빠진 독’으로 지목된 성동조선을 떠안기엔 삼성중공업 사정도 열악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사업 부실로 올해 2분기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조5481억원의 적자를 냈다. 현재 임원 감축과 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 중이다. 삼성중공업이 재무적 부담을 모두 지는 100% 위탁경영 대신 역할 분담 방식의 경영협력으로 방향을 튼 것은 이런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루라도 빨리 성동조선을 정상화시켜 새 주인을 찾고 싶은 수출입은행 입장에서도 거부하기 힘든 선택이다.

협약에 따라 성동조선은 삼성중공업의 영업망을 활용해 신규 수주를 따내고, 내년부터는 삼성중공업 명의로 수주된 물량을 성동조선에 배정하는 방식을 통해 일감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기술 지원도 이뤄진다. 그러나 효과는 미지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꾸라진 업황의 반전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2011~2014년 대우조선해양의 위탁경영을 거친 대한조선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김형규·이윤주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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