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논란' 2020년 도쿄올림픽 엠블럼 사용 중단(종합)

주경기장 디자인 백지화 이어 대회 상징물 잇달아 구설 올림픽 유치 성과로 내세운 아베 정권 책임론 가능성

(교도=연합뉴스) 조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1일 일본 도쿄도(東京都)청에 부착된 엠블럼 포스터가 철거되고 있다.

1일 도쿄의 한 전자제품 판매점에 전시된 TV 화면에 도쿄올림픽 엠블럼을 디자인한 사노 겐지로가 7월24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방영되고 있다.(AP=연합뉴스)

주경기장 디자인 백지화 이어 대회 상징물 잇달아 구설

올림픽 유치 성과로 내세운 아베 정권 책임론 가능성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이세원 특파원 =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표절 논란'이 제기된 두 대회의 공식 엠블럼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1일 일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무토 도시로(武藤敏郞)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날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엠블럼을 디자인한 사노 겐지로(佐野硏二郞) 씨가 '모방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해 원작자로서 철회한다'는 의사 표명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과도한 지출 논란이 불거진 주경기장(신 국립경기장) 디자인이 백지화한 일과 더불어 도쿄올림픽을 상징하는 핵심 사업들이 잇달아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조직위는 올해 7월 24일 사노 씨가 제출한 엠블럼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상징으로 결정해 발표했으나 1주일도 지나지 않아 벨기에의 그래픽 디자이너 올리비에 데비가 2년 전 제작한 벨기에 극장 로고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노 씨는 며칠 뒤 기자회견을 열어 디자이너로서 타인의 아이디어를 훔친 일이 전혀 없다며 "어떤 디자인이라도 매우 시간을 들이며 내 자식처럼 키운다"고 표절 의혹을 강하게 부정했다.

그러나 그가 디자인한 음료 업체 산토리의 경품용 토트백 문양이 해외 디자이너의 작품과 비슷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사노 씨가 앞서 내놓은 디자인에 대해서도 도용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사노 씨가 올림픽 엠블럼 공모 때 심사를 위해 제출한 디자인이 타인이 인터넷에 올린 자료를 무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공항에 엠블럼이 게시된 모습을 사례로 제출했는데 여기 활용된 하네다(羽田) 공항의 로비 사진이 외국 블로그 사진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노 씨가 엠블럼의 표절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디자인이 신뢰를 상실한 상태에서 떠밀리듯 철회를 수용한 셈이다.

조직위는 엠블럼을 다시 선정할 예정이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토 사무총장은 "곧 새로운 엠블럼 선정에 들어가겠다"고 했으나 언제 어떤 방법으로 새로운 엠블럼을 결정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도쿄올림픽 유치를 큰 성과로 내걸어 왔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엠블럼 사용 중단과 신 국립경기장 디자인 백지화 사태 등 올림픽을 둘러싼 악재에 관해 책임론이 부상할 것을 경계하고 있다.

하타 유이치로(羽田雄一郞) 민주당 참의원 간사장은 1일 기자회견에서 "조직위원회뿐만 아니라 정부도 확실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 책임론을 거론했다.

엔도 도시아키(遠藤利明) 올림픽 담당상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반드시 조직위원회가 태만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책임론 확산 차단을 시도했다.

아베 총리는 "조직위원회가 여러 상황을 판단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쨌거나 국민으로부터 축복받는 올림픽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쓰이(三井)부동산이나 일본항공 등 도쿄 올림픽의 공식 후원자인 일본 기업 21개사 가운데 1일 현재 15개사가 이미 엠블럼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이 줄줄이 관련 홍보물을 수정·철거하는 소동이 이어질 전망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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