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을 가는 한국 외교..'중국의 선물'도 챙겨올까

이용욱 기자 2015. 9. 1. 23: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 방중 포인트미·중 경쟁 속 실리 외교..북한에 대한 중 입김 기대시진핑·리커창과 연쇄회담..역전된 남북 위상 확인'오랜 친구' 시 주석과의 10년 인연도 눈여겨볼 대목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중국의 ‘군사굴기(軍事堀起·군사적으로 우뚝 일어섬)’를 상징하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한국 외교에서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미·중 패권경쟁 구도 속에서 미국 측에 좀 더 기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오던 외교에서 한 클릭을 옮겨 새 균형점을 찾는 행보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 균형·실리 외교

전승절 참석은 ‘외교적 실리’ 차원에서 불가피하다. 우선 북한 변수 등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여전한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회의장 입구에 전시된 ‘글루텐프리 쌀가공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활짝 웃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일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선 북핵 문제,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 억제 등을 위한 중국의 역할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주요국 중 홀로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박 대통령에게 ‘선물’을 줄 수도 있는데, 특히 정상회담에서 북핵 관련 메시지가 나온다면 교착국면인 북핵 문제의 새로운 모멘텀이 조성될 수 있다.

북핵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베이징을 방문,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정상회담을 앞둔 사전 조율을 했다.

또 박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회담의 연내 개최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정상회담에 시큰둥했던 시 주석의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다면 정부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시 주석이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만큼 북핵 등에 대한 정부 입장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비중 있게 다뤄질 수 있게 됐다.

■남북의 역전된 위상 확인되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불참하고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모양새가 보여주는 상징성도 상당하다. 박 대통령이 방중 첫날 시 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중국 권력서열 1·2위를 모두 만나는 것이 한·중관계 격상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소원해진 북·중관계와 대비된다.

열병식 때도 이런 사정이 드러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톈안먼 망루 중앙, 시 주석 왼편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김일성 주석이 1954년 10월1일 건국 5주년 기념식에서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과 나란히 섰던 자리다. 반면 김 제1비서 특사격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뒷줄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는 두 정상 간 인연도 위상 역전에 한몫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였던 2005년 7월 저장성(浙江省) 당 서기이던 시 주석의 한국 방문 때 처음 만나 2시간 넘게 대화를 나누면서 교감했고, 이후 10년간 신뢰를 쌓아왔다.

그 인연은 현안 해결에도 작용했다. 2013년 말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에 정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선포로 대응했을 때 중국이 조용히 넘어간 것이 단적인 사례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이전 정권이었다면 중국이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