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 바뀐' 정근우-이용규, 한층 더 강력했다
'순서 바뀐' 한화 테이블세터의 방망이는 경기 시작부터 불을 뿜었다. 1회 첫 타자로 나선 정근우는 상대 선발 홍건희에게 깔끔한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그러자 이용규가 홍건희의 초구를 공략해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때려냈다. 정근우는 여유있게 홈을 밟아 팀의 선취점을 올렸다. 3루에 안착한 이용규는 후속 타자 폭스의 타석 때 상대 포수 이홍구의 2루 송구를 틈 타 홈을 노렸지만, 아웃됐다.
둘의 방망이는 두 번째 타석에서도 나란히 터졌다. 1-1로 맞선 3회 선두 타자로 나선 정근우는 홍건희의 3구째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그러나 심판합의 판정 결과 폴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 파울이 됐다. 야구계에는 '파울 홈런 뒤 삼진'이라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정근우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홍건희의 6구째를 깔끔하게 밀어쳐 우전 안타를 기록했다. 이용규의 방망이 역시 멈추지 않았다.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려내 기회를 이어갔다.
테이블세터가 출루에 성공하자 중심 타선이 화답했다. 김경언이 3회 무사 1·3루 기회에서 중전 안타를 때려내 3루 주자 정근우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정근우는 역전 득점을 올렸다. 김태균의 큼지막한 중견수 뜬공이 나오자 2루에 있던 이용규는 3루로 내달렸다. 이어진 1사 1·3루 기회. 폭스가 해결사로 나섰다. 홍건희의 129㎞짜리 슬라이더를 통타해 청주구장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한화는 조인성의 솔로 홈런까지 터지면서 6-1로 달아나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4회 세 번째 타석에서 나란히 범타에 그친 정근우와 이용규는 6회 다시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정근우는 1사 후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를 훔쳤다. KBO리그 최초 10년 연속 20도루에 성공했다. 선배의 대기록 달성에 후배는 적시타로 화답했다. 이용규는 바뀐 투수 유창식을 공략해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8회에도 둘은 나란히 안타를 추가하며 쐐기점을 올렸다. 이날 정근우는 4타수 3안타·3득점, 이용규는 5타수 4안타·2타점·1득점을 기록했다.
이용규는 발이 빠르고 타격 정확성이 높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정근우는 타격 정확성과 함께 힘을 겸비했다. 작전 수행능력도 준수하다. 장점을 놓고 보면 이용규가 1번, 정근우가 2번을 맡는 것이 보통의 방법이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둘의 순서를 바꿨고, 작전은 적중했다. '순서 바뀐' 테이블세터의 방망이는 한화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도화선이 됐다.
청주=유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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