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년 전 폐기 '임나일본부설'.. 美 고교선 오늘도 가르쳐

박영준 입력 2015. 9. 1. 20:32 수정 2015. 9. 2. 07:1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 잘못 알려진 한국

“결국 한반도에는 세 개의 왕국이 생겨났다. 북쪽의 고구려, 서남부의 백제, 동남부의 신라였다. 비슷한 시기에 야마토 평원에 나라를 세운 일본이 남부 해안에 작은 식민지를 건설했을지도 모른다. (중략) 그 후 신라의 통치자들은 압록강 일대를 제외하고 한반도에서 중국을 몰아냈다. 이 기간에 신라는 한반도 남부에 남아 있던 일본 식민지들을 척결했다.”(World History Volume 1: To 1800, 7th Edition 318∼319p, Wadsworth Cengage Learning, 2012)

미국 고등학교 교과서(World History Volume 1:To 1800, 7th Edition)에 기술된 임나일본부설. 맨 아래 형광색으로 시작하는 문장은 “비슷한 시기에(recently를 문맥에 맞춰 의역) 야마토 평원에 나라를 세운 일본이 남부 해안에 작은 식민지를 건설했을지도 모른다”는 내용이다. 동해는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돼 있고 동해(East Sea) 표기는 괄호 안에 들어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새정치민주연합 심재권 의원실 제공
2012년 발간된 미국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 내용 중 일부다. 4세기 후반 ‘야마토왜’(大和·일본이란 국호가 생기기 전 ‘야마토’ 왕조 시대의 국가이름)가 한반도에 진출해 백제·신라·가야를 지배하며 가야에 일본부를 두고 식민지화했다는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이 실렸다. 임나일본부설은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일본 극우 성향 역사학자들의 주장으로, 대표적 역사 왜곡사례다. 이는 2012년 한·일 역사 공동연구위원회가 사실이 아님을 확인하고 해당 용어를 쓰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사실상 ‘폐기된 학설’이지만 미국 교과서는 여전히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심재권 의원실이 1일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각국 교과서의 한국 관련 오류시정 및 신·증설 자료’에 따르면 외국 교과서에서 역사 왜곡은 물론 우리나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이 넘쳐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 명백 오류만 22개국 108건

동해(東海·East Sea)를 일본해(日本海·Sea of Japan)로 표기한 사례는 21개국 교과서에서 89건이 발견됐다. 미국에는 21권의 교과서 중 모두 6권의 교과서에서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됐다. 6권의 교과서에는 2013년, 2014년 출간한 것도 포함됐다. 러시아 교과서 13권 중 7권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 고등학교 교과서(2014년)는 “홍콩, 말레이시아, 대만, 남한, 싱가포르 역시 최근 20여년 사이에 괄목한 만한 산업성장을 이루어 공산품 수출국으로 탈바꿈하였는데, 이들 국가에 투자한 외국 자본, 특히 일본 자본 덕분에 가능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기술했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이 일본 때문인 것으로 왜곡된 셈이다. 이는 지난 3월 중순 주미 일본대사관이 홈페이지에 올린 동영상 가운데 ‘한국 등 아시아의 번영은 일본 원조 덕분’이라는 주장과 같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중학교 교과서에는 한국 독립과 관련해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일본은 남한을 미군에 넘겨주어 대한민국이란 민주독립국가가 탄생하였다”고 적었다. 일본이 패망한 뒤 우리나라가 해방을 맞고 미국과 소련이 주둔했다는 사실 등은 누락됐다. 스웨덴 중학교 교과서는 6·25전쟁 후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 “남한의 국민들은 남한이 일인 독재 체제로 전개되는 것을 허용하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산주의를 막는 것이었다”며 우리 국민들이 마치 독재정권 탄생에 찬성한 것처럼 묘사했다. 스페인 고등학교 교과서는 “한반도는 1896∼1905년 러시아와 일본의 공동 통치 지역”으로 기술했고 지도에서 1945년 우리나라가 미국의 ‘식민영토’라고 표기했다.

◆통계 등 객관적 사실도 오류투성이

단순한 사실관계는 물론 통계, 과거 사실 등에도 잘못된 기술이 넘쳐났다.

프랑스(2007년)와 오스트리아(2009년)의 역사 교과서는 우리나라를 주요 이민 유출 지역으로 표시하고 우리나라의 합법·불법 노동자들이 일본과 미국 등으로 이주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동력 부족으로 이민 유입 지역임에도 1960∼70년대 사실을 그대로 기재한 것이다. 캐나다 중등과정 교과서는 “일본이 세계대전 동안 중국, 필리핀 등 여러 국가 여성들을 성노예로 만들었다”고 서술하며 위안부를 언급했지만 우리나라는 누락됐다.

그 밖에도 ‘한국전쟁은 공산주의 남한과 자본주의 북한 사이에서 일어났다’(에콰도르), ‘1일 영양섭취, 남한 2000∼2500㎉, 북한 3000∼3500㎉ 섭취’(스페인), ‘서울은 주요 항구도시(콜롬비아)’, ‘남한의 발전-정부는 일본의 경험을 이용’, ‘1993년 독재 정권 붕괴 이후 남한에서 처음으로 자유선거가 치러졌다’(러시아), 남한 인터넷 사용률 35% 이상(대만) 등의 오류가 발견됐다. 종교와 관련해서도 우리나라가 불교 국가(프랑스), 유교국가(스페인), ‘중국신앙’(유교로 추정, 슬로베니아) 신봉 지역으로 표시됐다.

심 의원은 “외국 교과서에 우리나라가 어떻게 기술되느냐가 곧 그 나라 국민들의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결정한다”며 “재외공관은 현지 정부 관계자 및 출판사 관계자들과의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한국 관련 오류가 시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