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먹튀 돕는 국민연금

입력 2015. 9. 1. 19:04 수정 2015. 9. 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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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좌충우돌식 투자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홈플러스를 인수하기로 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1조를 투자했다. 사실상 먹튀 자본에 힘을 실은 것이다. 이 같은 투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국민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투자로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 먹튀 자본 도와주는 홈플러스 관련 투자

참여연대는 최근 국민연금의 MBK파트너스 투자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 성명에서 참여연대는 "홈플러스는 미래가 불투명하고 노동자와 이해관계자의 권익이 무시되고 테스코와 사모펀드가 대화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또 참여연대는 "국민연금의 투자금 덕에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게 된다면 무자비한 먹튀가 다시 재현될 것"이라며 국민연금을 비판했다.

경실련을 비롯한 13개 시민 단체도 "국가기관인 국민연금이 문제가 있는 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국민연금에 강력한 행동을 예고했다

이처럼 많은 단체가 국민연금을 비판하고 나선 이유는 국민연금이 '먹튀'를 돕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MBK파트너스는 국민연금의 자금지원을 받았다. 그동안 테스코는 홈플러스에 시장금리보다 높은 이자와 상표 및 로고 사용 명분으로 거액의 로열티까지 받아왔다. 또한 홈플러스 매각 전에 1조3,000억원 규모의 무리한 배당을 추진했다. 홈플러스의 현금 보유량은 264억에 불과하다. 홈플러스의 단물을 다 빨아먹겠다는 속셈이다.

국민연금은 MBK파트너스를 통한 홈플러스 간접 투자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경우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한 고용불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수익률이 최고의 목표다. 때문에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홈플러스는 인수에 앞서 지난 8월 28일 부산 아시아드점에서 계약을 앞둔 4명을 해고했다.

▲국민연금, 수익을 위해 윤리의식은 팽개쳤나?

국민연금은 2013년 씨앤앰(C&M)의 노사갈등을 방관하여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국민연금은 당시에도 씨앤앰을 인수한 MBK파트너스에 투자했다. 씨앤앰은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심각한 노사갈등으로 홍역을 앓았다.

국민연금은 올 초에는 주식을 대여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보유한 주식을 일반 기업이나 자산운용사, 투자자에게 빌려주는 대신 이자나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남겨왔다. 주식 대여는 주로 기관투자자들이 공매도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의 손해가 불가피하다. 현재 이를 막기 위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지난 5월 제출돼 소관위 심의를 거치고 있다.

국민연금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의 '바가지통행료'의 주범이기도 하다. 이 도로를 운영하고 있는 민자기업인 서울고속도로에 최고 이자율이 48%에 이르는 초고액 채권을 발행했기 때문이다. 이 구간의 통행료는 남부구간보다 평균 2.6배가 높아 주민의 불만이 끊이질 않았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최근 민자 계약 해지라는 초강수 카드로 국민연금을 압박하고 있다.

▲8월 주식투자에서 5조원의 평가손실

국민연금은 지난 8월 국내 주식 투자에서 5조원 이상의 막대한 평가 손실을 냈다. 삼성전자 9,904억원, SK하이닉스 3,390억원, 아모레퍼시픽 3,171억원 등이다.

2014년에도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서 4조7,540억원의 손실을 냈다. 코스피 하락세를 감안해도 1.8%포인트가 더 낮았다.

낮은 수익률의 원인으로 국민연금의 무책임이 꼽힌다. 국민연금은 올해 초 삼성물산 주식의 11.61%, 제일모직 주식의 5.04%를 보유하고 있었다. 국민연금은 사회적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지난 8월 26일 기준 두 회사의 합병으로 6,583억원의 평가손실을 봤다.

▲ 국민연금, "수익을 위해서다"

MBK파트너스를 통한 홈플러스 투자건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로의 인수가 결정된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고 있지만 사실 결정된 것은 없다"며 "논란에 대해 부담을 갖고 있다. 일이 더 진행된 후에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곽순환고속도로의 문제에 대해서는 "통행료 문제는 국가와 서울고속도로 간의 문제다. 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이자율이 높은 채권 발행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한 편, 국민연금에 대한 여론이 악화됨에 따라 최광 이사장의 리더십에도 커다란 흠집에 나고 있다.

최 광 이사장은 한국외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의 보수 경제학자로 34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2007년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 자문단을 지낸 경력 등으로 낙하산 인사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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