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못다한 평양 이야기] ② 평양 점령한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

김귀수 2015. 9. 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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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 순안공항 외부 대형 전광판.
북한판 '걸그룹'이라는 모란봉악단의 공연 실황이 방송되고 있습니다.

● 9박 10일 ‘모란봉악단’과 시작하다

유소년 축구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단과 취재팀이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8월 16일 오후 7시쯤이었습니다.

수속을 마치고 간단히 공항 내부를 촬영한 뒤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공항 청사 밖으로 나왔습니다.

버스에 오르려는 순간, 청사 외부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거의 매일 한번씩은 조선중앙TV를 통해 접했던 '그녀들', 북한판 걸그룹이라는 '모란봉악단'의 공연 실황이 전광판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지금 전광판에 나오는 공연이 '모란봉악단'이 맞죠?"
"우리 인민들이 아주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취재팀은 이렇게 '모란봉악단'과 평양의 9박 10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시작 뿐만 아니라 마지막도 '그녀들'과 함께 했습니다.

▲ 공연 중인 모란봉악단

● 모란봉악단이 식량보다 중요하다?

북한에서 '모란봉악단'의 위상은 지난 5월 14일 노동신문 1면에 실린 이 한 귀절로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모란봉 악단'의 노래가 식량보다 더 중요하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창단을 지시하고 이름까지 지어 준 '모란봉악단'의 첫 공연은 2012년 7월이었습니다. 전자 기타와 바이올린 등 10명의 연주자, 그리고 7명의 가수로 구성된 모란봉악단의 공연은 북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고 합니다.

가슴이 깊게 파인 드레스에 짙은 화장, 화려한 퍼포먼스는 기존 예술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파격이었고, 적성국(敵性國)인 미국의 대표적 상업영화 '록키' 주제음악(Gonna Fly Now), 미키마우스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까지 등장시켰습니다.

'모란봉악단'은 이른바 북한식 '악단정치'의 수단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김정일 시대에 '왕재산 경음악단'이나 '보천보 전자악단', '은하수 관현악단' 등이 이 '악단정치'의 수단으로 활용됐다면, 김정은 시대에는 단연 '모란봉악단'입니다.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선 '모란봉악단'의 패션과 헤어스타일, 춤 동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합니다.

▲ 버스 안에서도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 옥류관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모란봉악단’

앞서 잠깐 말씀드렸지만 조선중앙TV는 거의 매일 '모란봉악단'의 동영상 또는 노래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뿐만 아닙니다. 취재진의 몇 안되는 방문지에서는 모두 '모란봉악단' DVD를 틀어주고 있었습니다.

고려호텔 식당에서도, 평양냉면의 최고봉이라는 옥류관에서도, 취재진이 방문한 모든 곳에서 '모란봉악단'의 공연실황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녀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던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묘향산 국제친선전람관 견학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취재팀 안내원이 버스 기사에게 음악이라도 들으면서 가자고 하니, 속옷 상자 하나를 꺼내드는 겁니다.

이 상자 안에는 DVD가 하나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 모란봉악단 DVD

(안내원)"악단 공연 없습니까?"
(기사)"있습니다."
하고 틀어준 DVD가 바로 '모란봉악단' 공연실황!
'악단'이라고 하면 '모란봉악단'으로 바로 통하더군요.
취재팀은 호텔에 도착하기까지 두 시간 여 '그녀들'의 김 씨 3대 찬양 노래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 평양 시내 어디서나 김정은 제1위원장 찬양 구호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 김정은의 전위부대…'기-승-전-김정은'

'모란봉악단'으로 대표되는 북한의 '악단정치'는 궁극적으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를 찬양하고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즉, 김 씨 3대 우상화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건데요,

특히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찬양, 우상화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김정은 시대'라는 것을 음악으로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평양에서 김정은 시대를 실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도로 양쪽 공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나 빨간 바탕에 흰 글씨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데요, 이중 상당수가 김정은 찬양 글귀였습니다.

▲ 건물 외벽도 예외는 아닙니다.

'김정은 장군님을 목숨으로 사수하자', '위대한 령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 등의 플래카드가 도처에 설치돼 있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과 관련된 구호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는 우리와 함께 계신다' 정도에 불과했고, 충성의 대상은 대부분 김정은으로 바뀐 겁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말로 '기-승-전-김정은'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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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수기자 (seowoo1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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