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시진핑이 아베 노려보는 사진 전시한 中항일기념관

2015. 9. 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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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 자녀 손 이끌고 대거 참관..'일제만행 코너'에는 침묵·한숨소리만 허형식 등 낯익은 항일투사 이름도 발견..임시정부 역사 부각돼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을 찾은 중국인 관람객들이 일제 전범 사진을 보고 있다.
모친으로 보이는 여성이 아이에게 항일전쟁 장면을 설명해주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일우호교류대회'에서 강연하는 장면,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이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일본 관방장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와 악수하는 사진들. 시 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악수하는 사진도 걸려있지만 다른 사진들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동북항일연군 주요지휘관 명단에서는 허형식(許亨植·1909∼1942)이 '제3로 군 제3군 군장(사단장)'으로 소개돼 있다.(명단 중간 부분)
'조선반도(한반도) 독립을 지원했다'는 주제의 코너에는 윤봉길 의사 사진, 임시정부 활동 사진들이 주로 전시돼 있다. 윤봉길 의사 사진 아래 배치된 사진 속에는 김일성 주석(맨 왼쪽)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각국의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기념' 코너 상단에 박근혜 대통령이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는 사진이 배치됐다.
중국인민항일기념관 본관 건물 앞. 단체관람을 온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모들 자녀 손 이끌고 대거 참관…'일제만행 코너'에는 침묵·한숨소리만

허형식 등 낯익은 항일투사 이름도 발견…임시정부 역사 부각돼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1일 오전 베이징(北京) 근교에 있는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할머니는 일본군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된 젊은 여성의 사진 앞에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사진 속 여성의 머리는 180도 돌아가 있었다. 옷은 모두 벗겨진 채였다.

쓰레기더미 마냥 쌓여 있는 시신들, 줄에 꿰인 채 나무 위에 매달린 사람의 머리들…. 지옥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이런 기록사진들 앞에서 관람객들은 할 말을 잊어버린 듯했다.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은 중국이 항전역사와 일제만행의 흔적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곳이다.

중국은 특히 올해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을 맞아 각종 전시실과 기념관 주변 시설 등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한 뒤 지난 7월7일 '7·7사변(노구교<盧溝橋> 사건)' 78주년을 기해 재개관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였지만, 기념관은 단체 관람객이나 부모 손에 이끌려 나온 아이들로 크게 붐볐다.

딸(고1)과 함께 이곳을 찾은 건 처음이라는 왕모(王·45·여) 씨는 "이틀 뒤면 항일전쟁 승리 70년 기념대회가 열린다"며 "이번 기회에 딸에게 항일역사를 가르치자는 생각에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기념관은 중국의 항일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노구교 사건에서 중국 전역에서 치러진 대표적인 항일전, 중국공산당의 옌안 항전 시기, 국민당과 공산당의 합작, 동북항일연군 활약상 등을 이해하기 쉽게 꾸며졌다.

뜻밖에도 마지막 전시실 주제는 중일 우호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일우호교류대회'에서 강연하는 장면,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이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일본 관방장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와 악수하는 사진들이 보였다.

시 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악수하는 사진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사진들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사진 속 시 주석은 화가 난 듯 아베 총리를 노려보고 있고 어색한 표정의 아베 총리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다.

이 사진은 2014년 말 성사된 시 주석과 아베 총리의 첫 정상회담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당시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 장면에 대해 '외교적 결례'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한 관람객은 "무척 엄격한 표정"이라며 "사실 당시 시 주석이 아베 총리에게 보여준 표정 중에는 이보다 더한 것도 있었다"고 말했다.

전시관에서는 우리 항일투사들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었다.

동북항일연군 주요지휘관 명단에서는 허형식(許亨植·1909∼1942)이 '제3로 군 제3군 군장(사단장)'으로 소개돼 있었다.

경북 출신으로 의병 부친을 둔 허형식은 1915년 만주지역으로 건너간 뒤 일본영사관 습격, 반일유격대 조직, 일본군과의 전투 등을 주도했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그를 '저명한 항일영웅열사 300명'에 선정하기도 했다.

전시관 입구 쪽 벽면에 새겨진 항일혁명가 4곡 중 하나는 '팔로군 군가'였다. 이 곡은 광주 출신으로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전쟁에 투신했던 정율성(鄭律成·1914∼1976)의 작품이다.

윤봉길 의사와 광복군 활동 사진 등 대한민국 임시정부(임정) 관련 사료들도 많이 살펴볼 수 있었다.

'세계 각국의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기념' 코너에는 2013년 광복절 행사 당시 박 대통령이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는 사진이 배치돼 있었다.

반면, 북한의 항일투쟁 역사를 부각한 전시물은 좀체 찾아보기 어려웠다.

윤봉길 의사 사진 하단에는 김일성 주석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항일전사 단체사진이 배치돼 있었지만, '동북지역에서 활동한 조선병사'들이라는 정도의 사진 설명문만 달려있었다.

'7·7사변'의 무대인 노구교에도 많은 시민들이 다녀갔다.

노구교 인근에 주둔한 일본군은 1937년 7월7일 밤 "중국이 사격을 가했다"는 구실로 본격적인 중일전쟁을 촉발했다. 중국에 있어 이날은 전면적 항전에 돌입한 시점이다.

이곳에는 아직도 교전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들을 데리고 나온 중년 남성은 "아들이 아직 어려서 당시의 역사를 잘 모른다"며 "우리들은 과거를 잊지 않고 있다. 잊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항일승전 70주년 기념식 및 열병식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베이징 시내 대형빌딩, 육교, 외곽 고속도로 등에서는 '위대한 승리', '역사를 잊지 말자'는 문구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들을 수시로 마주칠 수 있었다.

전국 TV 방송사들은 1∼5일 오락프로그램 방영을 중단하고 전승 70주년과 관련된 역사와 교양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베이징 시내 곳곳에는 이날부터 5일까지 일정으로 오성홍기가 게양되고 있다.

js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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