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反이민 물결', 교황 방문으로 바뀔까..히스패닉 기대

입력 2015. 9. 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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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미국 학생·시민·노숙인과 위성 연결해 대화

교황, 미국 학생·시민·노숙인과 위성 연결해 대화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 잇따라 초강경 반(反)이민 공약을 쏟아내는 가운데 이달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국 방문이 이런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는 23∼27일로 예정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 내 3천만 명의 히스패닉계 가톨릭 신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출신의 이민자인 초등학교 교사 카를라 페레스(31)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이 이민자 문제에 대한 미국의 분열된 여론을 바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페레스는 "정치인들이 높은 담을 세우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토록 끔찍했던 시절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들이 대규모 추방, '앵커 베이비'(anchor baby·원정출산), 미국 내 출생자에게 주는 시민권 취소 등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다 괜찮을 거라고 느끼게 해주는 교황의 온화하고 친절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가톨릭 지도자들도 교황이 1천100만의 미등록 이민자들이 음지에서 살아가게 하는 제도를 바로잡도록 촉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DC 교구의 마리오 도손빌 부주교는 "모든 히스패닉, 특히 미등록 이민자들은 교황이 미국을 달구는 이민 이슈에 대해 이야기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미등록 이민자라는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사는 것만큼 큰 빈곤은 없다"고 말했다.

텍사스 주 브라운스빌의 대니얼 플로레스 주교는 교황이 직접 정치적인 발언을 하거나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할 수는 없겠지만, 12억 명 가톨릭 신자를 이끄는 지도자의 영향력으로 정치인들이 법을 만들 때 인간의 존엄성과 가족의 중요성을 잊지 않도록 상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이민자를 불평등한 세상의 희생자로 표현하면서 그들을 돕기 위해 '인도주의적 비상사태'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올해 초에는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에 가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이민자에 대한 형제애와 지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제스처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교황이 2013년 즉위 이후 로마 외에 처음으로 찾은 곳 역시 불법 이민자와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많은 이탈리아의 람페두사 섬이었다. 그는 바다에 꽃을 던지며 유럽으로 가려다 익사한 북아프리카 난민을 위해 기도했다.

미국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들이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으로 논란을 빚으면서 이민자 문제가 대두했다.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6월 공화당 경선 출마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멕시코를 겨냥해 "그들은 문제가 많은 사람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이들은 성폭행범이고 마약, 범죄를 가져온다. 남쪽 국경에 거대한 방벽을 쌓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달에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기에게 미국 국적을 주는 제도를 아시아인들이 악용하고 있다"며 "앵커 베이비는 중남미인들보다 출생 국적이라는 고귀한 개념을 조직적으로 악용하는 아시아인들과 더 관계가 있다"고 말해 반발을 샀다.

최근에는 이들을 따라 다른 후보들도 강경 반이민 공약을 내놓자 히스패닉 유권자를 끌어안아 기반을 넓혀야 하는 공화당 내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2년 당시 미국 내 가톨릭 유권자는 25%로, 이 중 50%는 버락 오바마를, 48%는 밋 롬니를 지지했다.

하지만 히스패닉계 가톨릭 유권자의 75%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다. 당시 롬니가 미등록 이민자에 강경한 고용 정책을 적용해 스스로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31일 바티칸에서 위성으로 연결된 시카고의 고등학생들, 텍사스 매캘런의 시민, 로스앤젤레스 소재 멕시코 국경 인근 교회의 노숙인 및 그들을 돕는 사람들과 화상 대화를 나눴다고 ABC 뉴스가 전했다.

이 자리에서 시카고의 고등학생 발레리 에레라(17)가 피부 때문에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음악으로 위안을 얻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자, 교황은 영어로 에레라에게 노래를 청했다.

교황은 망설이는 에레라에게 "용기를 내라"고 격려했고, 에레라가 스페인어로 노래를 부르자 웃으며 고마움을 전했다.

교황의 방미를 앞두고 열린 이 행사는 미국 ABC뉴스 '월드 뉴스 투나잇' 앵커가 진행했으며 오는 4일 밤 방송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3일 오전 워싱턴에 도착해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뒤, 스페인어로 아침 미사를 집전하고, 워싱턴과 뉴욕, 필라델피아에서 이민자 등 소외 계층을 만날 예정이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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