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여성점검원 피해 키우는 성추행 대처 매뉴얼?

남미경 기자 입력 2015. 9. 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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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뉴스1 취재진이 입수한 경동도시가스 내부 문서에는 성희롱 대처 시나리오가 나와있지만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의 위험을 알릴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 노조는 회사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 News1

(울산=뉴스1) 남미경 기자 = '고객이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면 사무적 답변으로 회피하라.'

K도시가스 여성 가스점검원들의 잇단 성추행 피해 사건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사측의 '성희롱 대처 업무 메뉴얼'이 현실과 동떨어져 오히려 피해를 키우고 있다며 노조가 실효성있는 개선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K도시가스 고객서비스분회가 파악한 피해 사례에 따르면 여성 가스점검원 A씨는 동구 가정집에 가스점검을 하러 들어갔다가 집주인으로부터 몸을 만지는 성추행을 당했다.

또 다른 여성 가스점검원 B씨는 앞치마만 걸친 채 알몸 상태에서 문을 열어주는 집주인 때문에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여성 도시가스점검원에 대한 크고 작은 성희롱 또는 성추행 사례가 한달 평균 30여차례 발생하고 있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이처럼 여성 도시가스 점검원이 고객으로부터 빈번하게 성희롱이나 성추행에 노출되면서 사측은 이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만들어 대처토록하고 있다.

뉴스1이 입수한 경동도시가스 가스검침원 성희롱 대처 내부 메뉴얼을 보면 가스점검원이 성추행이나 성폭력과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 고객을 대하는 대처법이 시나리오 형식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매뉴얼은 고객이 신체접촉을 시도할 경우 '신속히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함을 알리며 자리를 피한다'라는 형식적인 대처법만 기술돼 있어 실제 상황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개별 가정집의 밀폐된 공간에서 고객이 신체접촉 등 성추행을 시도할 경우 경찰에 위급상황을 신속히 알릴 수 있는 구체적인 대처 방안은 명기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객이 음담패설을 할 경우에도 당황하지 않고 못들은 척하거나 다음 검침일을 안내하게 할 뿐이다.

고객이 상의를 탈의했거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자칫하면 여성 점검원들의 신변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해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죄송합니다. 고객님 점검확인은 아주 짧은 시간이면 됩니다. 서둘러 검침하고 가겠습니다'라는 사무적인 답변을 하라는 말만 적시돼 있다.

공공운수노조 경동도시가스 고객서비스분회 관계자는 "여성 가스점검원들의 업무 지침인 '성희롱 대처 업무 매뉴얼'이 있지만, 자신의 위험을 알리고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침을 안내하기보다는 사무적인 멘트로 일관해 현실에서 유용하지 않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노조 한 관계자는 "남성 고객이 신체접촉을 시도하는데, 사무적인 말로 전환한다고 해서 위급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겠느냐"며 "경찰에 자신의 위험한 상황이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문제들을 회사에 꾸준히 제기했지만 회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오히려 피해를 키우고 있다"며 "회사가 적극적으로 재발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동도시가스 서비스센터 측은 "1년에 1회 시행하는 기존 성폭력 대처 교육을 확대하고, 개인소지용 호신용품을 전달해 경찰에 자신의 위험을 언제든지 알릴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울산에서 가정집을 방문해 가스점검일 하고 있는 경동도시가스 여성 가스점검원들은 대략 70여명이다.

점검원 한 명이 한달에 가정집을 방문해 점검해야 하는 세대만도 1000~1200세대에 이른다.

nmk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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