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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차현의 스포츠 On Air] 손흥민 이적 "다 이해해"

조회수 2015. 9. 1. 13: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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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3 폭스스포츠의 반응이 참 인상적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중계권을 가진 채널로서 갑작스러운 손흥민의 토트넘 이적이 무척 당혹스러웠을 법한데, 그 아쉬움을 웃음으로 승화한 "다이해해"라는 문구가 참 마음에 와 닿는다. 물론 분데스리가는 여전히 재미있는 리그다. 구자철, 박주호가 팀을 옮겼고 김진수, 지동원, 홍정호, 류승우 등 많은 한국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에이스 손흥민의 부재가 허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실 이적시장에 방송사의 희비는 종종 엇갈리곤 한다. 지금이야 해외축구콘텐츠가 다른 채널로 이동했지만 과거 MBC스포츠플러스에서 해외축구리그를 중계할 때도 이적시즌마다 촉각을 곤두세웠다. 돌이켜보면 비교적 운이 좋은 편이었다. MBC스포츠플러스의 전신인 MBC ESPN시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이 있을 때 마침 박지성이 맨체스터유나이티드로 전격 이적해 전성기를 보냈고, 이영표, 설기현, 김두현, 조원희, 이동국 등 많은 한국 선수들이 속속 영국무대에 진출하기도 했다.

많은 축구팬들이 기억하는 이영표(現 KBS해설위원)의 사례도 있다. 한때 AS로마 진출이 유력해지며 세리에A 중계권을 구매한 채널이 있었지만, 계약직전 잔류를 선택해 방송사간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다른 해외콘텐츠도 비교적 구매 시점이 좋은 편이었다. 메이저리그 중계권 계약 1년 후 류현진이 LA다저스에 진출했고, 올 시즌에는 강정호가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또 이번 시즌 후에 또 여러 명의 선수들이 미국무대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어 기대가 크다. K-1의 경우도 최홍만의 전성기를 함께했으니 지금까지는 여러모로 중계권 구매의 흐름이 괜찮았다.

손흥민의 2010-11 분데스리가 데뷔 시즌도 중계를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MBC스포츠플러스는 EPL을 타 채널에 넘겨주고 새로운 축구 콘텐츠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분데스리가가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해외 판권 구매 담당을 하는 선배(메이저리그 중계권 계약을 성사시킨, 승진한 바로 그 사람이다!)가 나에게 분데스리가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고 손흥민이 어떤 선수인지 조사를 해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손흥민은 2009년 17세이하 청소년 대표팀에서 맹활약을 펼쳤다는 것 외에 크게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러나 2010-11시즌을 앞둔 프리시즌에서 폭발적인 득점행진으로, 일약 함부르크의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특히 첼시와의 평가전에서 존 테리를 제치며 골을 넣었던 장면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는데, 아쉽게도 그 경기에서 부상을 당해 정식 데뷔를 3개월 정도 미뤄야 했다.

MBC스포츠플러스가 중계권 구매를 고민하던 시점이 바로 그때였다. 손흥민이라는 선수가 매력적이었지만 부상 중이라는 점, 돌아와도 주전으로 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 당시만 해도 분데스리가의 인지도가 현저히 낮았던 점 때문에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반니스텔루이는 당시 손흥민을 '엄청난 재능을 가진 선수'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리고 고심 끝에 결국 중계권을 확보했다. 무엇보다 손흥민이라는 선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고, 가격이 저렴했기에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회사에서 판단했던 것 같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부상에서 돌아온 손흥민은 2010년 10월 31일 쾰른과의 첫 1군무대에서 골키퍼 키를 넘기는 감각적인 데뷔골을 터뜨렸고, 이후 맹활약을 펼치며 '손세이셔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해 겨울, 아시안컵 대표팀에 소집돼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아시안컵 직후, 대회 득점왕을 차지한 구자철까지 볼프스부르크에 전격 입단했으니 분데스리가에 대한 투자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던 셈이다. 2011년 2월, 현지중계 및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함부르크와 볼프스부르크를 방문했는데, 손흥민과 손흥민의 가족 모두 따뜻하게 제작진을 맞아줬던 기억이 난다. 함부르크의 팬들도 제작진을 만날때마다 "쏜"을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어리지만 아주 순수하고 축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선수라는 느낌을 받았고, 그런 모습을 함부르크의 팬들도 무척 좋아했던 것 같다.

<함부르크 현지 생중계 사전 오프닝 녹화 장면>

아쉽게도 이듬해 시즌 중간 계약에 문제가 생겨 분데스리가를 더 이상 중계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손흥민과 구자철의 해외무대 시작을 함께했으니, 축구 중계권이 없는 지금도 승승장구하는 두 선수의 소식이 들릴 때마다 한 번 더 관심을 갖게 되고 괜스레 뿌듯해진다.

여전히 기억하기로, 손흥민은 꿈이 무척 높은 선수였다. 5년이 넘게 흘렀지만 아마 변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거액의 이적료를 받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고, 이미 스타의 반열에 올라섰지만 여기서 안주하지는 않을 것 같다. 워낙 성실하고 열정이 대단한 선수이기에 새로운 무대에서도 충분히 잘해내리라고 믿는다.

아무쪼록 손흥민을 놓친 J본부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EPL중계권을 갖고 있는 S본부에게는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중계권 계약이 어떻게 됐는지까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손익계산을 떠나 스포츠PD로서 그런 경기를 중계할 수 있다는 건 꽤나 행복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조금 배가 아픈 것 같기도 하다.

글=박차현(MBC스포츠플러스 PD)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스포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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