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sian.road: 분위기는 좋게, 마음가짐은 신중하게

홍재민 2015. 9. 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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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화성종합경기타운] AFC아시안컵이란 큰 관문이 있었다. 결승 진출이란 성과를 남겼다. 이제 '슈틸리케호'는 화성에 모였다. 다시 출발한다. 최종 목적지는 2018년 러시아다. 작은(?) 대문을 열고 나선 빌보 배긴스의 앞에 펼쳐진 '뜻밖의 여정'처럼 멀고 험할 것이다.

지난해 9월 울리 슈틸리케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었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A대표팀 책임자보다 폭넓은 역할 수행자를 찾았고, 그가 선택되었다. 지도자로서 내세울 업적이 전혀 없다는 점이 불안했다. 그러나 슈틸리케와 대한민국 축구의 궁합은 기막혔다. 외국인 프리미엄 위에 AFC아시안컵 결승 진출이 보태져 슈틸리케의 입지는 매우 단단해졌다.

그러나 한국 축구가 슈틸리케를 선택한 이유, 슈틸리케가 한국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이제 막 시작되려고 한다. 2018 FIFA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이다. 9월 3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라오스를 상대하는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G조 경기가 '슈틸리케호'의 본격 출항식이다. 최종 3차 예선은 내년 9월 1일 시작한다. 성적에 따라 일정은 유동적이지만, 2017년 상반기에 본선 진출팀의 윤곽이 나온다. 2년짜리 여정이다.

라오스전(홈)과 레바논전(9월 8일, 원정)을 위해 슈틸리케 감독은 23인을 선발했다. 8월 31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이루어진 첫 훈련에는 기성용(소속팀 일정), 박주호, 구자철(이상 이적 처리)의 3명을 제외한 20명이 모였다. 토트넘 이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된 손흥민, 크리스털 팰리스의 이청용, 포르투갈에서 활약하는 석현준이 차례로 인터뷰에 나섰다. 오픈 트레이닝인 덕분에 축구 팬 200여 명도 함께했다. 스타플레이어, 함성, 박수는 희망을 부풀게 했다.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성공한 CEO 모임'의 골프 회동이 이런 분위기일까?

취재진 질문에서도 여유가 흘렀다. 손흥민과 이청용에겐, 당연하게도, 대표팀보다 소속팀 관련 질문이 많았다. 특히 손흥민의 인터뷰는 토트넘 입단 기자회견 같았다. 프리미어리그 이적 소감, 토트넘에서 각오, 한국인 맞대결 등이 이어졌다. 가레스 베일까지 나왔다. 틈을 노린 라오스전 질문에 관해서는 "다득점보다 승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다"라고 대답했다. 이청용에게도 손흥민과의 맞대결에 관해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대표팀 운영 자체도 조급하지 않았다. 이적이 맞물린 주축 3인을 두 경기 중 한 경기만 뛰도록 배려했다. 월드컵 예선전보다 개인 업무를 우선시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셈이다. 불가피한 면도 있다. 유럽 이적시장 마감일(9월 1일 또는 2일)과 A매치(9월 3일)의 시차가 부족했다. 첫 훈련 전, 슈틸리케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은 A매치 일정을 이렇게 짜면 안 된다"라고 불평했다. 어쨌든 배려는 이루어졌다. 왜냐면 상대가 라오스와 레바논인 덕분이다. 자신감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무슨 일이든 예상은 팩트에서 시작한다. 한국은 라오스와 레바논보다 강하다. 선발 11인과 벤치 모두 한국의 기량이 월등하다. 지난 1년간 슈틸리케호의 실적은 긍정을 준다. FIFA랭킹에서 한국(54위)은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심지어 한국은 경험이 풍부하다. 자만해선 안 된다는 지혜까지 갖췄다는 뜻이다. 라오스전과 레바논전에서 모든 일이 이론대로 진행되면 한국이 이길 확률이 매우 높다. 승무패 세 가지 확률 중 '승'이 가장 높다.

다만, 먼 여정의 시작인 만큼 조금만 더 신중하게 첫발을 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아시아에서 한국은 항상 강팀이다. 하지만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이 쉬웠던 적은 없다. 평탄한 길에서 혼자 넘어져 무릎이 까진 적도 있었고, 끈질긴 저항에 부딪혀 고생한 적도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에선 최종 단계까지 오르지 못할 뻔도 했다. 사령탑이 바뀌고 불신과 실망, 비난이 마구 충돌했다. 브라질에 닿고 나서야 겨우 안도할 수 있었던, 그런 여정이었다.

러시아를 향해 떠나기 전, '슈틸리케호'는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부상으로 잃었다. 유럽 이적시장이란 변수가 발생해 100% 전력을 꾸리지 못하게 되었다. 어쩌면 '정신 차려라'라는 경고 메시지일지 모른다. 러시아로 가는 길은 멀다. 굽이졌다. 비틀스의 명곡 'Long and Winding Road'를 떠올리게 한다. 유럽 빅리그에서 한국인 스타들이 보이는 활약은 우리를 들뜨게 한다. 그런 분위기가 화성 첫 훈련부터 고스란히 만들어졌다.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첫발을 신중하게 떼면 된다.

글=홍재민, 사진=FAphotos,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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